쿠팡의 물류에는 ‘보이는 물류’와 ‘보이지 않는 물류’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쿠팡맨의 로켓배송’은 보이는 물류다. 하지만 보이는 물류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선행되는 작업들이 있다. 쿠팡은 이 ‘보이지 않는 물류’를 여러 물류업체들과 협력하여 만들고 있다. 18일 쿠팡과 520억원 규모의 운송계약 체결을 공시한 종합물류기업 ‘동방’이 쿠팡의 보이지 않는 물류 파트너 중 하나다.

동방이 공시한 쿠팡 물류전담 운송사 선정 계약내용(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동방이 쿠팡과 ‘물류전담 운송사 선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520억원으로 동방의 매출액 대비 10.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쿠팡과 동방의 계약기간은 2018년 12월 1일부터 2022년 11월 30일까지다.

쿠팡 인천 메가물류센터에 꼬리를 물고 있는 간선운송 차량들

동방이 이번에 새롭게 쿠팡의 물류를 수주한 것은 아니다. 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동방은 최근 공시 이전부터 쿠팡의 ‘간선물류’를 처리하고 있던 업체다. 쿠팡은 동방 이외에도 여러 운송업체와 계약을 하여 간선물류를 처리해왔다. 그래서 이번 동방과 쿠팡의 물류계약은 ‘신규수주’가 아닌, ‘계약연장’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쿠팡의 ‘간선물류’ 프로세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로켓배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여러 셀러들의 물류거점을 순회하며 물량을 집하하고 물류센터로 적재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쿠팡은 이 과정을 ‘밀크런’이라고 명명한다. 둘은 물류센터에 보관돼있던 상품을 전국의 로켓배송 거점인 ‘캠프’까지 전달하는 과정이다.

밀크런 프로세스 및 이용절차. 선행물류라 불리기도 하는 ‘밀크런’은 여러 화주사를 돌면서 물량을 수거하여 차량 적재율을 늘리는 방식이다. 밀크런은 마치 과거 우유회사가 여러 농가를 돌면서 원유를 모으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밀크런은 무려 물류학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역사가 유구하다. (자료: 쿠팡 밀크런 소개서 중 발췌)

쿠팡의 ‘간선물류’를 택배 프로세스와 비교해보면 이해가 편하다. 쿠팡 메가물류센터의 역할을 택배의 허브터미널, 쿠팡 캠프의 역할을 지역 택배 대리점이 한다고 보면 된다. 지역 택배 대리점(택배 서브터미널)이 지역 화주로부터 집하한 상품을 택배 허브터미널까지 전달하는 과정, 그렇게 허브터미널에서 지역별로 분류된 화물을 지역 대리점까지 다시 전달하는 과정을 ‘간선물류’가 맡는다. 물류학 교과서에서는 이걸 ‘허브앤스포크’라 부르는데, 택배가 필연적으로 익일배송이 되는 이유와 맞물린다.

그러니까 쿠팡의 ‘간선물류’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시작되는 과정인 ‘집하’와 ‘지역별 분류’를 처리하는 퍼스트-미드마일 물류라고 할 수 있다. 동방이 쿠팡과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쿠팡맨의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라스트마일 물류’를 대신하진 않는다. 현재 쿠팡의 라스트마일 물류를 돕는 계약업체는 ‘한진’이 대표적이다.

밀크런은 쿠팡의 물류 중 ‘수익을 남기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로켓배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화주사는 쿠팡의 ‘밀크런’을 유가로 이용한다. 로켓배송을 이용하는 화주사 관계자에 따르면 밀크런 요금은 화주마다, 상품 특성마다 다른데 통상 팔렛트당 2만원~4만원에 형성돼 있다.

물론 화주사에게 밀크런 사용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쿠팡 물류센터 입고까지의 물류는 화주업체가 선택할 수 있으며, 쿠팡이 제공하는 밀크런은 화주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된다.

화주사 한 관계자는 “쿠팡의 밀크런이 아닌 용달을 이용해서도 쿠팡 물류센터 입고까지의 물류를 처리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단가도 비싸고 물류센터 입고까지 차량 대기시간도 길어서 ‘밀크런’을 사용하는 게 아무래도 낫다”며 “화주사의 출고지, 화물의 무게나 높이별로 밀크런에 지불하는 금액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