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씽크패드 감성의 기계식 키보드, 코다치

노트북이나 키보드를 사용할 때 감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있다. 특히 특정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감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감성’하면 주로 씽크패드와 맥북이 꼽힌다. 다른 랩톱 제품이 별로라서 그렇다기보다는 다른 랩톱이 외형을 자주 바꾸는 데 반해 두 제품은 정통성과 유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두 제품의 키보드는 얇지만 매우 훌륭하다. 씽크패드의 키보드는 부드럽고 완전하며 단호하다. ‘빨콩’으로 불리는 트랙포인터의 존재로 인해, 마우스로 손을 옮기지 않고 한참이나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과거 맥북의 키보드는 쓰는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적당한 탄력이 있었다. 키보드만으로 맥북이 씽크패드보다 낫다고 할 순 없지만, 통통 튀어오르는 맥 OS 아이콘이 왠지 키보드에도 더 상큼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 현재 맥북의 키보드는 두께를 더욱 줄이며 과거와 같은 탄성을 주지는 않는 형태로 바뀌었다.
키보드에 대한 충성도는 기계식 키보드에도 있다. 스위치를 기계적으로 만들어(걸쇠가 걸리는 방식이다) 누를 때 찰칵거리는 쾌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기계식 키보드다. 기계식 키보드의 키는 스프링, 키캡, 그 외의 플라스틱 부품과 덮개로 구성돼 있다. 이를 업체마다 개성 있게 배열하면 키보드가 된다. 스위치의 종류로 청축, 녹축, 백축, 흑축, 적축 등이 있으며 각 키마다 특성이 다르다. 촉감이 중요하므로 검증된 업체, 독일 체리 사에서 만든 스위치를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레트로한 모습과 촉감이 수집가들을 자극해 사용품과 동시에 수집품으로도 쓰인다. 키캡이 호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른 컬러의 키캡을 사서 바꿔 끼우는 ‘키캡 놀이’도 즐겨 한다.
그런데 씽크패드의 감성에 기계식 키보드를 탑재한 제품이 나타났다. 씽크패드의 키보드는 높은 충성도로 인해 USB용, 블루투스용으로 발매됐는데, 여기에 기계식 스위치를 접합한 것이다. 당연히 트랙포인터의 자리도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레노버가 만든 것이 아니었다.

 

TEX 사가 만든 제품 YODA

 

씽크패드 정식 제품

 

대만의 TEX 사가 만든 이 키보드는 외형적으로 씽크패드의 깊은 블랙 컬러를 구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좋은 촉감에 트랙포인터를 탑재한 것만으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를 눈여겨본 레노버가 정식 계약을 해 레노버의 튜닝을 거친 후 씽크패드 브랜드를 달고 나오기도 했다. 디아블로 짝퉁 모바일 게임 DIA M을 만들던 중국 회사가 정식 계약을 맺고 디아블로 모바일 버전(디아블로 이모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등장한 코다치는 이 키보드에 블루투스 기능까지 탑재한 제품이다. 코다치는 원래 씽크패드가 얇아지기 시작한 제품인 씽크패드 X300의 코드명이었다. X300은 추후 X1 모델의 모태가 된다. 즉, 코다치가 X1을 낳은 것인데, 여기에 기계식 스위치를 적용하다니 아이러니한 이름이다. 씽크패드 X300이나 X1의 키보드는 기계식이 아니다.

 

씽크패드 느낌이지만 씽크패드 제품은 아니다. 레트로와 모든을 적절하게 섞은 외관.

 

과거의 울트라나브는 7열이었다(출처=geek.com)

 

TEX사는 이번에도 씽크패드 브랜드 없이 트랙포인터를 달았다. 그러나 외형만큼은 원래의 씽크패드의 고유한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유려한 블랙 컬러,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강렬한 붉은 색 트랙포인터. 거기에 블루투스와 체리 사의 스위치까지. 또한, 과거에 7열이다가 현재 6열로 바뀌어버린 씽크패드 정품(울트라나브)와 달리 과거 씽크패드 키보드와 같은 7열을 유지하고 있다. 마우스키, ESC 등이 일본 키보드와 다른 위치에 있다. 즉, TEX사가 레노버보다 ‘씽크패드의 레트로 감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이 제품의 두 가지 단점은 비싸다는 것과 품절이라는 것. 389달러.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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