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채팅과 유사한 문자메시지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 알려졌다. 기능은 단체 메시지, 늘어난 글자 수, 전송 가능한 멀티미디어 용량 증가 등이다. 또한, 페이스북 메신저와 같은 채팅 가능한 사용자, 읽음 여부 등 메신저가 제공하는 핵심 기능 대부분들이 들어가 있다. 즉, 문자메시지보다는 채팅에 가깝다. 삼성전자에서 이를 구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론적으로는 영상통화와 인터넷 음성통화까지 가능하다.

장점은 설치가 필요 없다는 것. 이 ‘메시지’ 앱의 프로토콜인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GSMA에서 추진하는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이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된다. GSMA는 GSM 휴대 전화의 표준화를 위한 협회인데 이것도 몰라도 된다.

이러한 협회들은 통신 데이터를 어떻게 보내고 어떻게 받을지 등의 표준을 꾸준히 제정하고, 협회에 속한 기업은 이 표준안을 따라서 제품을 만들면 된다. GSM은 스마트폰이 제대로 보급도 되지 않은 2007년부터 RCS에 대한 준비를 해왔으며 현재 9.0버전까지 등장해있다.

RCS 채팅 서비스가 한국에서 처음인 것은 아니다. 론칭 단계부터 망할걸 전국민이 모두 알고 있었던 통신사 앱 조인(joyn)이 RCS의 브랜드였다(RCS는 기술명, 조인은 서비스명이다) 조인은 통신 3사 모두 다른 규격으로 등장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다른 나라 통신사들도 GSMA에서 조인을 가져와 한국처럼 서비스했다가 전 세계 동시 다발적으로 망했다. 조인 앱은 설치를 해야 하는 후발주자였으므로 앱을 받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메시지 앱과는 전략 자체가 다르다.

 

로고만 봐도 왜 망하는지 알 수 있다

RCS는 통신사들만 말아먹은 게 아니다. 구글은 G-chat을 행아웃으로 단장하고 웹RTC 기술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려고 했으나 결과는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잘 안됐다. 구글인 모바일 전용에 가까운 알로(Allo)와 듀오(Duo)도 내놓았는데 알로와 듀오에 RCS 기술이 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아먹었다. 거의 RCS의 저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RCS가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RCS가 별로인 기술이라서가 아니다. OTT 플레이어들이 너무 뛰어나게 잘 해왔기 때문이다. OTT는(이건 알아야 한다) Over the Top의 준말로, ‘기존의 범위를 넘어서’라는 뜻이다. IT 업계에서는 이중 Top을 셋톱박스 같은 단말기로 정의한다. 즉, OTT는 ‘기존 망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하는 것’들을 주로 통칭한다. 현재의 넷플릭스가 OTT 플레이어이며, 카카오톡이나 와츠앱 등도 ‘통신사 망이 아닌 인터넷 전체에서’ 실행되므로 OTT 플레이어로 친다. 카카오톡은 데이터 통신을 꺼놔도 와이파이망에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표현이다.

삼성전자가 RCS를 도입하는 건 마치 삼성전자만 혁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애플의 아이메시지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구글과 안드로이드가 있다. 구글과 삼성은 함께 RCS 메시징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어왔다. 즉, 이 시도가 성공하면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들도 통신사들과의 협의를 거쳐 RCS를 도입할 것임을 알 수 있다. GSMA에서 RCS 프로토콜을 지지하는 제조사는 삼성전자 외에도 화웨이, LG전자, ZTE 등 다양하다. 벤더는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도 RCS를 지지한다.

 

안드로이드 메시지 앱은 이런 형태다. OTT 메신저 앱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구글은 자사의 시도가 계속 실패하자 ‘메시지’ 앱을 통해 서비스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다른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기본 메시지 앱에서 아이메시지로 애니모티콘을 보내고 각종 앱에서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동안 안드로이드들은 그러지를 못했다. 이를 수복해보자는 게 구글과 삼성들의 의도가 아닐까. 따라서 이 RCS 기반 ‘문자’는 안드로이드 메시지 앱과 삼성 메시지 모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만약 삼성폰이 아니라면 설치할 수도 있다.

 

지도 등 ‘구글에서 성공한 앱들’을 연동하는 건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앱 연동은 아이메시지보다 떨어지지 않을까. 구글은 설득해야 할 상대가 너무 많다

문제는 두 가지다. 애플은 RCS를 지원할 생각이 없다. 만약 RCS 기반 메시징이 안드로이드에서 성공한다면 애플의 아이메시지는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고립된다. 그러나 아이폰 유저들이 이 고립을 두려워할까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해답이 나온다. 아이폰 유저들은 늘 고립돼 있었고 가끔은 이 감옥을 특권이라고 생각해왔다.

더 큰 문제는 OTT다. OTT의 기능 개선은 매번 눈이 부셔서, 한국에선 이를 통해 택시를 부르고 음식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메신저들도 기능적으로 훌륭하거나 카카오톡보다 더 뛰어난 앱도 많다. 메시지를 보내고 사진을 전송하는 핵심 기능은 새로운 메시지 앱과 동일하지만, OTT 앱들은 경계가 없으니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계속 아이폰-안드로이드가 성벽을 쌓고 살면 사용자들의 OTT 충성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해결책은 삼성이나 구글, 혹은 다른 벤더들이 자사 앱을 통해 기능을 보완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기대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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