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의 모바일 버전을 구글에 안 풀고 자체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게 하겠다고 했을 때만해도, “아 에픽게임즈가 탈 구글 하는구나. 그래, 인기 게임다운 배짱이네. 잘 되면 또 다른 플랫폼이 하나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를 비롯해서 수많은 언론이 ‘탈 구글’로 제목을 뽑았다. 그런데 지금 보면, 탈 구글 정도로는 에픽게임즈의 야망을 설명하기 어렵다.

에픽게임즈는 13일 자사 ‘크로스 플랫폼 ‘기술을 SDK로 만들어 내년 중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포트나이트가 인기를 끈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상대편이 어떤 기기를 쓰던지 상관없이 함께 편을 먹고 게임을 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기능이 한 몫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크로스 플랫폼(크로스 플레이)은 포트나이트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어낸 기술인데, 쉽게 말해 다른 종류의 OS를 가진 기기에서 하던 게임을 이어하거나 또는 다른 OS 사용자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에픽게임즈는 이 핵심 기술을 무료로 풀겠다고 공언했다.

SDK로 제공되는 주요 기능을 살펴보면, ‘크로스 플랫폼 로그인 및 친구, 상태, 프로필, 사용 권한 인식 기능’, ‘PC와 Mac 오버레이 API’, ‘크로스 플랫폼 음성 채팅 기능’, ‘크로스 플랫폼 파티 및 매치메이킹 기능’, ‘크로스 플랫폼 데이터 저장 및 클라우드 게임 저장 기능’, ‘크로스 플랫폼 업적 및 트로피 기능’ 등이다. 앞으로는 이용자 제작 콘텐츠, 향상된 소셜 기능, 그리고 안티 치트에 대한 지원 등 추가적인 서비스를 추가 제공할 예정이다.

에픽의 온라인 서비스는 PC와 Mac, iOS,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스위치 등 주요 7개 플랫폼을 지원한다. 모든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또한, 언리얼 엔진 외에도 모든 엔진과 모든 플랫폼, 모든 스토어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최근 에픽게임즈의 공격적 행보 때문에 더 놀랍게 느껴진다. 올해 에픽게임즈가 한 발표를 살펴보자.

  • 2018년 7월, 에픽게임즈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 수수료 30%에서 12%로 인하
  • 2018년 12월, 에픽게임즈 게임 플랫폼 ‘에픽 게임 스토어’ 공개, 수수료는 12%
  • 2018년 12월, 에픽게임즈 크로스 플랫폼 SDK 내년 중 무료 배포 로드맵 발표

 

새로운 정책을 공개하고 서비스를 출시하는 속도가 따라잡기 벅찰 정도다.  7월 마켓플레이스 수수료는, 언리얼 엔진 생태계- 그러니까, 개발자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12월 들어 발표한 에픽 게임 스토어는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새 스토어는 스팀을 겨냥한 PC 게임부터 유통을 시작하지만 이후 안드로이드 게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자사 언리얼 엔진을 탑재한 게임 외에도, 경쟁 엔진인 유니티 등을 쓴 게임도 입점에 제한이 없다.

에픽 게임 스토어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역시 수수료다. 30% 수수료는 구글과 애플, 스팀이 정해 놓은, 그러니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하나의 규칙처럼 통용되던 규칙이다. 플랫폼 회사가 신규 게임을 소개해주느냐(피처드 선정)에 따라 노출 빈도나 매출이 달라지므로 개발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많이 내고라도 기존 플랫폼에 입점할 수밖에 없었다.

에픽게임즈는 이 수수료를 12%로 대폭 낮췄다. 언리얼 엔진 스토어에서 한번 검증한 수수료 폭이다. 게다가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게임이라면 엔진 사용 로열티도 면제해준다. 언리얼은 게임 개발 엔진 자체는 무료로 제공하되, 분기별 매출이 3000달러를 넘어설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5%의 로열티를 받아왔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게임이라면,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입점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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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SDK 무료 배포 계획 공개는 에픽게임즈가 단지 게임 유통에서만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먼저 요약하자면, 게임 개발을 위한 엔진, 그리고 이용자 관리를 위한 서비스, 게임을 싸게 파는 유통 플랫폼까지 게임과 관련한 전 과정을 에픽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개발자들에 타전한 셈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에픽게임즈는 게임 엔진의 양대 산맥인 ‘언리얼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엔진이라는 것은 게임 개발에 꼭 필요한 필수 요소(그렇지만 매번 개발하기는 번거롭고 까다로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파는 소프트웨어다. 최근 상당히 많은 게임이 언리얼 엔진을 이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최근 언리얼 엔진 스토어 수수료 인하 같은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크로스 플랫폼 SDK는 데이터저장, 파티 결성, 업적이나 트로피 관리, 로그인 정보, 친구 상태나 프로필 확인 같은 게임 외적인 요소를 최대 7개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한 게임 외적인 부분의 토탈 서비스다. 게임성을 결정하고, 게임 외적인 관리를 하는 모든 부분을 에픽게임즈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에픽게임즈는 아직 그런 포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포트나이트의 성공에서 얻은 노하우를 개발자에 무료로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이날 SDK 공개를 약속하며 “포트나이트의 성공적인 서비스를 통해 구축된 기술과 노하우인 에픽의 온라인 서비스를 이제 엔진, 플랫폼 그리고 스토어의 제한 없이 모든 개발자에게 무료로 공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누가 봐도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계획 위에 명분까지 가져간 셈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