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토스’, 더 이상 간편 송금 업체 아니다
성공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이 도전하기 어려워 보이는 영역을 꼽으라면 금융이다. 그래서, 간편 송금을 내걸며 시작한 ‘토스’ 역시 잘 되긴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토스의 행보는 그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리고 있다. 간편 송금으로 시작한 토스가 그 사업 영역을 종합 금융으로 넓히면서 유니콘에 등극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투자사 클라이너 퍼킨스와 리빌 캐피털, 기존 투자사 등으로부터 총 8000만달러(약 9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0일 오전 밝혔다. 지금까지 토스가 받은 누적 투자액은 약 2200억원이며, 이번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는 1조3000억원으로 평가 받았다.
토스는 지난 2015년 2월,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송금 할 수 있는 서비스로 문을 열었다. 이후 2016년 9월, 주요 금융사의 계좌 정보를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 계좌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7년 2월에는 무료 신용 등급 조회를 시작했고, 같은 해 6월 부동산 소액 투자 서비스를, 7월에는 신한금융투자 CMA 계좌의 비대면 개설 등으로 업무 분야를 넓혀왔다.
올해 들어서 토스의 변화는 더욱 가팔랐다. 지난 11월에는 손해보험 및 생명보험대리점 업무 수행을 위한 토스보험서비스 자회사를 설립해 12월 중순부터 영업을 시작할 것을 예고했고, 지난 3일에는 마이너스통장 및 통장 속 금고(파킹 통장) 서비스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들어갔다.
토스는 현재 일반 은행과 비교해 오히려 더 넓은 금융 영역을 파고 들고 있다. 지금은 계좌, 카드, 신용, 보험 등 각종 조회 서비스 외에 계좌 개설과 적금, 대출 상품 가입 등 뱅킹 서비스, P2P와 펀드, 해외 주식 등 투자 서비스까지 광범위한 금융 서비스를 다루고 있다. 회사 스스로 설명하듯 종합 금융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 측에 따르면 토스는 지난 11월 기준, 누적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20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출시 이래 누적 송금액이 28조원으로 매출액은 2016년 35억원, 2017년 20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약 560억이 예상된다. 기업 가치 역시 지난해 3월 페이팔 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받았을 당시 1350억원이었던 것이 1년 9개월만에 1조3000억원으로 10배 상승했다.
토스 측은 향후 시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5일 서울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인터넷 기업인의 밤에 참여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여행, 동영상, 음악 등 각 분야에서 디지털 이노베이터가 등장한 이후로 온라인화가 가속화됐다”며 “금융 시장은 모든 인터넷 비즈니스가 손댄 것 중 가장 큰 영역인데, 토스가 한국의 디스트럭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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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주도한 클라이너 퍼킨스의 파트너 노아 나프(Noah Knauf)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 중 하나로 핀테크 산업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집중력과 추진력이 뛰어난 훌륭한 팀과 최고 수준의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의 금융 생활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바꿔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스 측은 이번 투자 유치로 더욱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으며, 소비자의 금융 생활 전반을 혁신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나갈 추진력을 얻게 됐다고 자평했다.
토스는 최근 보험대리점 자회사를 설립해 소비자의 보험 경험을 혁신해 나간다는 계획이며, 앞으로 금융 전반에 걸쳐 모바일화를 가속화하고 금융 기관과 사용자를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확고히 해 나갈 계획이다.
이승건 대표는 “200명이 채 되지 않는 팀원들과 함께 이런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토스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과 같이 오직 사용자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주는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더욱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