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새로운 프로세서들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스냅드래곤 855’ 프로세서다. 애초 ‘스냅드래곤 8150’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결국 4자리 이름으로 바꾸는 대신 기존처럼 3자리 이름으로 결정했다.

기본 구조는 Kyro 485 기반 설계로, CPU에는 8개 코어가 들어간다. 애초 소문으로 돌았던 것처럼 절전에 무게를 둔 ‘실버코어’ 4개에 일반적인 작업에 쓰는 ‘골드코어’ 3개, 그리고 게임 등 멀티코어보다 작동 속도 자체가 중요한 작업에 쓰는 ‘골드 프라임 코어’ 1개로 이뤄져 있다. 이를 통해 전력 소비량은 크게 줄었고, 필요한 부분에서는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기본적인 성능은 기존 스냅드래곤 845에 비해 43% 정도 높아졌다. 7nm 공정으로 찍어내기 때문에 전력 효율이 높고, 작동 속도를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래픽 처리 성능은 20% 좋아졌다. ARM 코어의 기본 아키텍처 변화는 없기 때문에 퀄컴을 비롯해 모든 프로세서들이 범용 작업에서 이전처럼 몇 배씩 좋아지기는 어렵다. 다만 전체적인 성능 외에 특정 작업에서 효율을 높이는 것이 요즘 반도체 업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스냅드래곤 855가 중심을 두는 것은 역시 인공지능 기술이다. 머신러닝 학습에 이용하는 GPU의 성능을 끌어올려서 1초에 약 7조 번 연산할 수 있다. 이미지 처리에도 공을 들였다. 사진 찍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4k 해상도의 영상을 HDR로 촬영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도 칩에서 직접 지원한다. 디스플레이 안쪽에서 초음파를 쏴 지문의 형태를 읽어내는 것이다. 프로세서에 이 기능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보안 때문이다. 지문 등 생체 정보를 프로세서의 보안 영역에서 관리해야 외부 앱들이 이에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 플래시 메모리나 SD카드에 있는 정보는 모든 앱들이 아주 간단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스냅드래곤 855 프로세서와 함께 디스플레이에 센서를 붙이면 빠르고 간단하게 지문인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전의 광학식 대신 초음파를 쓰기 때문에 화면이 지저분해도 정확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업계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통신의 진화다. 스냅드래곤 855에는 5세대 이동통신에 접속할 수 있는 모뎀이 들어간다. 아직까지는 음성 통화 등 일부에 4세대 이동통신 LTE를 이용하는 NSA(Non Stand Alone) 규격이 쓰인다. 기본적으로 6GHz 이하 주파수가 중심이 되지만 필요에 따라서 밀리미터 웨이브 대역도 수신할 수 있다.

이 프로세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을 비롯해 이후에 등장할 스마트폰에 공급될 계획이다. 여전히 퀄컴의 프로세서는 가장 성능과 안정성이 높은 범용 프로세서다. 삼성전자나 화웨이도 ARM 기반의 프로세서를 내놓지만 공급이 제한적이다. 사실상 퀄컴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진화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 프로세서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55 외에 ‘스냅드래곤 8cx’라는 이름의 프로세서 플랫폼도 함께 공개했다. 이는 그 동안 오랫동안 이야기됐던 PC용 프로세서다. 퀄컴은 이미 스냅드래곤 850을 통해 PC 플랫폼을 두드렸던 바 있다. 스냅드래곤 8cx는 기존 10nm 공정 대신 7nm 공정으로 성능과 배터리 효율을 충족시키겠다는 목표로 설계됐다.

한 마디로 퀄컴이 윈도우10을 돌릴 수 있는 PC용 칩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다.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해서 며칠 동안 계속 쓸 수 있는 PC가 목표다. 퀄컴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써도 배터리가 절반 정도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ARM 프로세서와 윈도우10의 궁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저전력 PC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여러 차례 ARM 기반 윈도우 PC를 개발해 왔다. 특히 윈도우10은 코어 모듈만 조금 손 보면 에뮬레이터가 아니라 직접 ARM 프로세서에서도 윈도우를 직접 돌릴 수 있다. 다만 이제까지의 걸림돌은 다소 답답한 성능이었다. ARM 프로세서는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x86 프로세서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 최근에는 작동속도를 올리고, 코어 개수를 늘리는 것 뿐 아니라 자바스크립트나 이미지 처리 등 특정 작업에 최적화를 하면서 PC 수준의 성능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퀄컴 역시 7nm 공정을 바탕으로 PC 시장을 두드렸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10 엔터프라이즈 인증을 통해 스냅드래곤 8cx를 받아들였다.

물론 아직 시장이 이 제품을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한 숙제가 남았다. 퀄컴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최강자이지만 윈도우 PC는 지향점이 다르다. 이미 그동안 수 차례 ARM 프로세서와 윈도우의 결합은 ‘답답하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윈도우10이 아무리 가벼워졌다고 해도 최근 서피스 고에 쓰인 펜티엄 골드 프로세서로도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퀄컴의 7nm 공정이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는 중요한 문제다. 물론 스냅드래곤 8cx에 워크스테이션 수준의 성능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능과 전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배터리에 대한 기대치는 충분하다.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성능만 준비된다면 ARM과 윈도우의 조합도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글. <최호섭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