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시리즈 4, 사랑할 때
애플워치를 차면 으레 한 달 정도는 자신의 심박 수를 늘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된다. 애플워치 시리즈 4를 찰 때도 마찬가지다.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배터리 타임이 보장돼 자주 심박 수를 체크해볼 수 있다는 것뿐.
기자의 심장이 가장 빨리 뛰었을 땐 언제일까.
걸을 때는 80~90 언저리를 맴돌았다. 휴식기 심박은 80 미만. 달려도 100 언저리였다. 재미없는 심장이다.
지스타를 이유로 부산에 머물 때였다. 심박 급상승을 위해 청양고추 7개를 한꺼번에 먹어보았다. 결과는 다른 음식을 먹을 때와 비슷한 90~100 언저리. 매운 음식을 먹으면 숨을 자주 쉬게 되지만 심박 수 변화는 크지 않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는 반대로 심박이 떨어지기도 했다. 고향에 온 것 같은 안정감을 느낀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영어로 이런 음식들을 Comfort Food라고 한다.
가장 가슴 뛰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를 만나기 전.
만났을 때의 설렘. 무사히 만난 안도감. 온 우주에 너만이 존재하는 느낌. 매일 반복되는 간절함. 멈추지 않는 심박 수.
이 심박 수 원인은 비밀에 부친다. 감정은 건강에 좋다.
애플워치 시리즈 4는 사랑할 때도 좋지만 운동할 때는 더 좋다. 매일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알림을 준다. 모든 목표는 달성했을 때 잠깐 뿌듯하고 이내 허탈해진다. 알림으로 누군가 격려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계획 없이 갑자기 운동을 시작했다면? 애플워치 시리즈 4가 자동으로 기록해주며, 계획 없이 멈추면 반대로 기록을 중단할지 묻는다. 워킹과 러닝 외에 요가와 등산 모드도 추가됐다.
운동모드일 때의 화면 via GIPHY
배터리 타임은 18시간이라지만 유동적이다. 아침 9시 기준, 완전히 충전해 들고나오면 하루에 10여 회 심박을 재도 밤 9시쯤 배터리는 70% 수준을 웃돌았다. 단 하루 배터리가 가출한 적이 있었는데, 용두로 앱 간 화면 전환을 많이 사용한 날이었다. 즉, 앱을 많이 깔아 자동으로 동기화되도록 사용하는 것보다, 시계를 이리저리 만질 때 배터리가 훨씬 빨리 소모된다.
심호흡 기능, 꽃 모양에 맞춰 들이쉬고 내쉬면 된다 via GIPHY
외관에 한해서는 ‘남이 볼 때’는 큰 변화가 없다. 애플워치 3 모델의 38mm, 42mm가 40mm, 44mm로 커진 것 외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물리적인 기기 크기가 커진 게 아니라 화면이 커진 것이므로 크기 변화는 거의 없다. 밴드 역시 기존 밴드들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커진 스크린으로 더 많은 정보를 담는 데 주력했다. 새로운 워치 페이스(바탕화면)인 인포그래프를 사용하면 한 화면에서 10여개의 정보를 나타내 보여줄 수 있다. 자주 활용하는 기능들을 모두 모으면 편하다. 난잡해 보이지도 않는 것이 강점.
스피커와 마이크 성능 발전이 놀랍다. 메신저 음성 답장 대부분이 올바르게 작동했다. 스피커 소리는 약간 스트레스받을 정도로 크다. 아이폰 정도로 큰 느낌.
애플워치 시리즈 4 화제의 신기능 심전도(ECG) 측정은 국내에선 아직 식약처 통과가 되지 않아 실행해볼 수는 없었다. 만약 심사를 통과하면 앱 업데이트로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가속도 센서 등을 통해 쓰러졌을 때 응급 신고해주는 기능은 적당히 쓰러지면 작동하지 않는다. 기자는 학창시절 유도를 배워 낙법을 할 줄 안다. 매트리스 위에서 힘차게 뛰어내렸으나 그 와중에 몸 사리느라 신고는 못 해봤다.
시계를 차면 스마트폰을 보는 빈도가 줄어든다. 마음속에서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나뉜다. 바로 답장을 해야 하는 일에는 스마트폰을 꺼내게 되고, 그렇지 않은 일들은 음성인식으로 얼기설기 대답하거나 대답하지 않게 된다. 애플워치 시리즈 4는 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기자의 경우 돈과 사랑이었다. 외주 작업건에 가장 빠르게 손이 갔다. 아.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최대한 굽신거리며 연락했는데 애플워치가 이 굽신거림 역시 파악했을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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