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버스킹. 이름만 들으면, 홍대 어딘가에서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를 것 같은 이들이 하는 일은 의외로 IT 서비스 개발이다. 이 회사가 만든 앱은 ‘나우웨이팅’이다. 식당 앞에 설치된 태블릿을 본 적이 있다면, 십중팔구 나우웨이팅일 확률이 높다. 줄 서서 기다리는 대신 휴대폰 번호를 태블릿에 입력하면 내 입장 차례에 문자를 준다. 손님 입장에선 언제 줄어들지 모르는 대기줄에서 시간을 버릴 필요가 없고, 식당 주인은 입력한 번호를 보고서는 이 손님이 우리 집에 몇번 온 단골인지 금새 파악할 수 있다.

나우웨이팅의 주 고객은 점주다. 예컨대 수요미식회에 나온 줄이 엄청나게 긴 집 ‘고기리막국수’는 나우웨이팅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단골손님 관리에 반영했다. 최근 6개월 간 세번 이상 방문한 고객을 단골로 분류하고, 감사 쿠폰을 발송했더니 쿠폰 수신자의 90%가 이를 다운로드하고, 70%가 실제로 매장에 방문해 사용했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식당에서, 쿠폰을 내는 고객을 알아보고 서비스가 나간다면, 단골 관리로는 최적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TV에 나온 맛집에 들어가려고 줄 서서 시간을 버리는 걸 하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휴대전화 번호를 태블릿에 입력하도록 행동 패턴을 바꾼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이들은 어떻게 고기리막국수집 주인의 마음을 얻게 됐을까? 나우버스킹을 함께 만든 전상열, 백인범 공동창업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백인범(왼쪽), 전상열 나우버스킹 공동 창업자. 총 다섯명의 공동 창업자 중 둘을 만나 나우버스킹의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 수많은 O2O 서비스가 실패한 이유

나우버스킹은 ‘가설’과 ‘검증’으로 일한다. 이들이 창업 후 처음 만든 서비스는 ‘나우플레이’였다. ‘비콘’이라는 무선 기술을 이용해서 오프라인에서 고객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쫓는 서비스다. 나우플레이를 만들 때 가설은 ‘사용자를 알면 제대로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잡았다.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추적하다보니, 오프라인에 대한 이해도는 계속 쌓였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가 비콘으로 쏘는 정보를 ‘귀찮게’ 느낀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쿠폰 발행이다. 내가 어떤 쇼핑몰에서 어떤 상품을 검색했는지를 바탕으로 관련 상품의 할인 쿠폰을 쏴준다. 비콘을 통한 오프라인 고객 유치도 유사한 방법으로 진행되어왔다. 스마트폰을 통해 내 위치를 파악하고, 지나가는 길목의 가게에서 할인 쿠폰을 무자비로 쏘는 방식이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쿠폰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스팸 공해로 느껴질 수 있다. 마치, 할인쿠폰 문자나 카톡처럼.

“나우플레이를 하면서 하나 확신한게 있었어요. 그간 O2O 시장이 실패한 것은 온라인 고객 경험을 오프라인에 그대로 적용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접속할 수 있는 사용자경험을 만드는게 키포인트라는 결론을 내렸죠.”

전상열 대표의 말처럼, 나우버스킹 팀은 이때부터 오프라인의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더 좋은 경험을 위해 온라인에 접속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워커홀릭의 행동 패턴이 누워서는 기획, 앉아서는 일, 서서는 자료 수집이라고 하더니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날 음식점 앞에서 대기장부에 이름을 쓰고 기다리면서 점주도 피곤하고 손님도 힘들어 하는 걸 보면서 “저 대기판이 태블릿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됐다. 그게 나우웨이팅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오프라인 서비스는 사용자는 가만히 있고 공급자가 쿠폰 같은 걸 제공하는 식이었죠. 저희가 주목한 것은 사용자가 직접 쓰고 싶어서 서비스에 참여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야 그 다음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맛집에 들어가려고 전화번호를 적게 하는 것은 사용자가 직접 할 것 같은 행동이었죠.”

자료= 나우버스킹. 일단, 지금까지는 나우버스킹의 고집이 통하는 듯 보인다. 지난달 기준, 나우웨이팅의 누적 이용자 수가 300만명을 넘었고, 지난 4월에는 카카오를 비롯한 투자사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여기서, 나우버스킹이 나우웨이팅 초창기에 한 실험을 소개한다. 맛집은 돈을 많이 번다. 손님이 끊기지 않는 집은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백억원까지도 연매출을 낸다. 이렇게 많은 손님이 오는 집에서는, 어떤 손님이 얼마나 오래 기다렸다가 어떤 상황에서 음식을 맛보고 갔는지를 알 수가 없다. 나우웨이팅은 손님에 대한 데이터를 준다면 점주가 고객관리를 할 수 있다는 가설에서 시작했다.

가설을 검증할 곳이 필요했다. 마침, 회사 직원의 지인이 양재역 맛집인 영동족발을 운영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를 무조건 테스트하게 해달라고 조르긴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손님이 들어갈 때마다 나우버스킹 직원이 옆에 서서 가상 번호를 입력해보는 일이었다. 예상 대기시간과 손님 입장 시간이 일치하는지, 그리고 태블릿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것이 실제로 대기판에 이름을 쓰는 것보다 효율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과정이었다.

“예상 시간이 맞아? 이게 말이 돼? 편하게 누를 수있어? 이 과정을 며칠 간 진행하면서 확신이 섰을 때 저희 서비스를 설치해 보자고 제안했죠. 처음 오는 할아버지께서도 태블릿 이용이 쉬운지, 실제로 손님들 반응은 어떤지 계속 관찰했어요.”

2016년 봄에 고민을 시작해서, 올 9월 베타 서비스가 나올때까지 가설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계속됐다. 맛집이 손님들 입소문을 타듯, 나우웨이팅이 점주들 사이에 알음알음 알려졌다. 꽤 괜찮은, 그러니까 방송에도 나오는 맛집들이 나우웨이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앞서 말한 고기리막국수집 같은 곳이 그 한 예다.

“8개월 간 데이터를 뽑아봤어요. 세 번 이상 온 사람이 900명이 되더군요. 더 자세하게 들여다봤더니 7번이나 온 사람도 있었어요. 한 가게에 3번 이상 온 사람이라면 고마운 손님이잖아요? 점주 입장에서는 선물을 하고 싶은 거예요. ‘소중한 손님에게 수육 소자를 드릴게요라는,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쿠폰을 800명에게 보냈고, 이중 500명이 이 쿠폰을 들고 다시 왔어요. 서울에서 한 시간 걸리는 고기리까지요. 이게 그저 단순히 방문 다음날 무작위로 뿌리는 재방문 할인 쿠폰이었다면, 여기까지 손님들이 다시 찾아왔을까요?”

백인범 개발자의 말대로 이들은 시장을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나우웨이팅이 소비자 대상 마케팅보다는 고객 관리 도구로 쓰이길 바란다. 사실 그래야 비즈니스 확장도 가능하다. 예컨대, 장사가 안 되는 곳들은 데이터가 부족하고 그래서 신규 고객을 어떻게 유치해야 할지 모른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재방문 고객 관리가 중요하다. 수요-공급 관리를 잘 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매장 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우웨이팅이 목표하는 바다.

나우버스킹 구성원들이 말하는 회사의 핵심은 사람이다.

 

■ 아이템은 나중, 시장 가능성과 함께 일할 사람을 먼저 봐라

흔히들 창업의 핵심을 ‘아이템’이라고 본다. 그런데 나우버스킹 팀은 아이템을 후순위로 둔다. 어느 아이템이 분명히 뜰 것이라고 확신한 후 창업했는데 그 사업이 만약 실패한다면, 다음을 노릴 기회가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틀렸어”하고 낙담하고 사업을 접게 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말하는, 아이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 산업’ 진입이다. 예를 들면 전단지 만드는 시장은 누가 봐도 사양 산업이다. 여기서는 전단지를 최고로 싸게 만드는 단 한 곳만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새롭게 열리는 산업에서는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자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핵심은 또 있다. 바로 사람이다. 마음 맞고 실력 있고 철학이 일치하는 사람끼리 모여 회사를 이끌어가는 방식에 동의해 일을 시작한다면 하나의 아이템이 안 되더라도 곧바로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다. 나우플레이가 잘 안됐다고 회사 문을 닫은게 아니라 나우웨이팅을 만들어 회사를 더 키워가는 것처럼 말이다.

전 대표는 “아이템이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구랑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인터뷰 중간 몇 번을 강조했다. 심지어, 꼭 해야 하는 업무가 있는데 당장 사람이 필요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묻자 “극단적으로는 그 일에 맞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그 일을 안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기업이 1~2년 해서 되는 것도 아닌데, 구성원들이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면서 “당장 눈앞의 일 때문에 이 가치를 훼손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그렇다. 이 말처럼 전상열 대표는 ‘도덕 교과서’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다. 두시간 가량 인터뷰 동안 ‘도덕교과서 같은 말이지만’을 대여섯번 반복했다. 얼굴에 ‘성실’이라고 쓰여 있는 인상에 상당히 진중하게 보였다. 네이버를 시작으로 스마일게이트, 앱디스코 같은 회사를 다니다가 창업한 계기도 본인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지키고 싶어서였다. 전 대표와 함께 창업한 백인범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백인범 개발자는 한국형 트위터로 주목받았던 미투데이의 첫번째 직원 출신이자 네이버, 캠프모바일, 비트를 다니다 나우버스킹 창업에 합류했다. 꽤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가 전 대표와 뜻을 합친데는 “직원이 주인이 되는 회사”라는 창업 이념에 동감해서다. 그는 “(상열이) 형이 판을 깔아주면 나는 그 위에서 신나게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인범 개발자와 같이 회사 창업에 합류한 다섯명은 현재 경영, 서비스, 사업, 운영, 데이터분석 등을 맡아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나우버스킹은 적자다. 고객사도 늘고, 이용자도 많아졌는데 왜 아직 적자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수익보다는 매장주가 서비스의 가치를 느껴야 할 때”라고 답했다. 기존 투자사도 공감하는 부분이라, 아직은 수익화를 주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나우웨이팅에 만족하는 점주가 늘어난다면 수익은 담보되는 것이기도 하다.

” ‘우리는 일 잘하는 사람이야. 제대로 찾으면 일은 잘할거야’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지금 세상에 자본은 많죠. 오히려 지식 자본인 사람이 성공에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봐요. 4차 산업은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거죠. 지금 회사가 고민하는 건 이 훌륭한 사람들이 얼마나 일에 집중할 수 있느냐를 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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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