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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아이폰 XR 찾기,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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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XR을 사용하는 일주일 동안 어딜 가든 아이폰을 들고 다녔다. 기자의 주변은 20%는 IT 쪽 혹은 기기 매니아, 80%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아이폰 XR을 들고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은 다음과 같다.

 

“와 이거 아이폰 XS야? 진짜 좋다.”

“(자신의 아이폰 X을 만지며) 이게 아이폰 맥스야? 진짜 크다”

“이거 아이폰 엑스에스야?”

“(셀피를 찍으며)사진 잘 나온다”

 

그렇다. 이 제품을 들고 다닐 때 그 누구도 아이폰 XR이냐고 묻지 않았다. 아마도 하드웨어를 리뷰하는 기자의 배경(좋은 제품을 쓸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XR 제품에 사람들이 비교적 덜 익숙한 탓도 있을 것이다. 일주일 동안 행사가 있어서 약 2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났지만 한눈에 아이폰 XR임을 알아본 자는 기기 매니아, 그중에서도 매번 새 아이폰을 사는 두 명밖에 없었다. 1%다.

타인의 시선을 차치하면 자신의 만족감이 남는다. 자신의 만족감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하느냐에 따라서 이 제품을 살지 말지가 갈린다.

 

OLED와 LCD

XS들과 XR의 명시적인 차이는 스크린이다. OLED의 화려한 색감 대신 흔히 아이폰 7까지의 안정적인 색감을 가진 것이 아이폰 XR이다. 느낌은 조금 다르다. LCD가 더 푸른 느낌이 든다. LCD라고 해도 주변의 색상을 인지해 디스플레이 색상을 바꿔 눈을 편안하게 만드는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적용돼 있다. 색 튜닝이 적용돼 있어 OLED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위부터 아이폰 XS, XR, XS Max의 색상 차. XS들끼리는 비슷하고 중간 색감은 약간 차이가 있다

 

화소 밀도는 326PPI로, 아이폰4~6에서 쓰이던 수준과 유사하다. 아이폰6+보다 부족한 밀도다. 사실 300PPI가 넘기 시작하면 사람 눈으로 쉽게 파악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아이폰XS와 물리적인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다만 영상을 볼 때 약간의 차이는 느껴진다. 화소의 밀도보다는 색상의 풍부함에서 차이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LCD로 만들 때의 부품 차이로 인해 베젤도 XS들보다 약간은 두껍다. LCD는 백라이트를 담당하는 패널이 있어야 하고 OLED는 스스로 빛을 낸다. LCD로 XS와 같은 베젤 두께를 만들려면 화면을 튀어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속으로 집어넣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비스듬하게 보면 유격으로 인해 아이폰의 부품이 보일 것이고 방수·방진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베젤 두께는 직접 비교가 아닌 이상 눈에 띄지는 않는다. 화면의 부드러움은 120Hz로 다른 아이폰 못지않다.

 

야외에서의 화면,가운데 XR은 약간 노랗거나 하얗고, XS들은 약간 붉다. 시인성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실내에서 색감 차이는 세 제품 모두 달랐다. 조명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아이폰XR이라고 해서 특별히 나쁠 건 없다는 의미. 웹에서 정보량이 얼마나 더 보이는지도 확인하자.

 

또한 이 제품은 3D 터치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폰 유저 대부분은 3D 터치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가장 3D 터치를 자주 사용하는 영역이 키보드를 강하게 눌러 트랙패드(키보드 커서를 옮겨 다니는 기능)로 쓰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대신 스페이스 바를 꾹 누르면 작동하도록 적용돼 있다. 적응하면 쓰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또한 3D 터치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누를 때 진동 피드백은 비슷하게 준다. 애초부터 이렇게 구현했으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동작한다.

 

카메라

전면 카메라는 아이폰XS들과 같다. 레이저가 거리를 판단하는 트루뎁스 카메라를 통해 아이폰X보다 빠르게 미모티콘(미모지), 애니모티콘(애니모지)을 사용할 수 있으며, 보케 효과를 넣은 인물사진 모드를 실행할 수 있다. 후면 카메라는 조금 다르다. 렌즈가 하나인 아이폰 XR에서도 인물사진 모드는 실행 가능하다. 다만 소프트웨어에서 사람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음식이나 사물은 인물사진 모드로 찍을 수 없다. 또한, 사람같이 생기지 않은 사람도 찍을 수 없다. 아이폰XR을 샀다면 친구에게 인물 사진 모드를 실행해보고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해봐도 된다.

 

인물 사진 보케 효과 적용 전
인물 사진 보케 효과 적용 후, XS와 다르게 무대 조명 등 두가지 모드는 빠져 있다
그 결과물, 놀라운 점은 적용 전 뒤의 사람과 머리카락 색이 같은데도 분리를 해냈다는 것.

 

이때의 사람과 배경 처리는 렌즈간 거리(위상차)가 아닌 AI가 하는 것이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광량이 충분해 사람이 인식될 수준이면 무리 없이 작동하며, 심도 조절도 할 수 있다. 다만 배경을 까맣게 처리하는 무대조명 모드는 후면 카메라로는 실행할 수 없다. 즉, 인간처럼 생긴 사람만을 찍는다면 아이폰 XR을 선택해도 문제는 없다. 결과물은 사람이 명확하면 XS들과 비슷하고, 사람같이 생기지 않았다면 어색한 점이 나타난다.

 

인물 사진 모드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의미다. 사람만 찍을 수 있다
아이폰 XS Max 인물 사진 모드로 찍은 라면. 듀얼 카메라라고 해도 사람이 아닌 경우 포커싱이 완벽하게 맞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장을 찍기 전부터 보유하고 있다가 4장을 미리 선택해 합성하는 스마트 HDR 역시 적용돼 있다.

 

이외의 성능

부품, 특히 아이폰XS와 동일한 A12 바이오닉 칩셋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하다가 더 느려진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예 없다. 듀얼 카메라를 빼고 성능만을 생각한다면 선택이 무엇일지는 명확해진다.

 

무광 디자인

전면과 후면은 아이폰XS, 아이폰X과 유사하다. 특히 블랙 컬러를 선택했을 때는 두 제품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도드라진 차이라면 아이폰XR에 여러 색상이 있고, 측면이 무광 처리됐다는 점이다. 애플은 아이폰1 시절부터 측면에 주로 무광을 적용해오다 아이폰7이 돼서야 몇 제품에만 유광을 적용하고 있다. 무엇이 더 고급품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의미다. 실물로 봐도 아이폰XR의 무광이 저렴해보인다거나 하지 않는다.

 

측면은 유광이지만 후면은 유리로 유광이다
블랙 컬러를 적용하면 XS와 XR을 구분하기 어렵다
무광과 유광의 가격 차는 느껴지지 않는다

 

절묘한 크기

아이폰XR이 별도의 크기를 달고 나온 것은 세 제품을 모두 써본 자만이 알 수 있다(그게 나다). 아이폰 XS Max를 쓰면 스크린이 만족스럽지만 팔에 조금 무리가 가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폰XS를 사용하면 왠지 모르게 이 폰은 좀 작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아이폰XR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애플은 고묘하다.

 

38만원의 가격 차

마지막으로 가격 차가 남았다. 솔직히 15만원쯤이면 고민할만하다. 그러나 그 두 배도 넘는 38만원의 차이가 난다. 중고로 아이폰7 128GB를 사도 남는 돈이다. 선택은 점점 명확해진다.

 

길을 지나다 아이폰XR로 막 찍은 사진, 사이버펑크적인 색감이 잘 살아있다

 

DO

사람같이 생기지 않은 사람

성능 위주의 아이폰 유저

가성비 위주의 유저

 

DON’T

듀얼 카메라를 꼭 써야 하는 유저

 

글.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영상. 박리세윤 PD dissbug@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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