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을 집어삼키겠다는 카카오페이의 야욕

카카오페이가 1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해 2월 카카오에서 독립한 지 2년 가까이 돼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 것이다. 이번 행사는 카카오페이가 숨겨왔던 야욕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지금까지 간편결제 및 송금 등 금융서비스의 불편을 개선하는 차원으로 카카오페이가 존재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금융의 메인 비즈니스 영역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페이는 핀테크 회사가 아니라 테크핀 회사”로고 운을 뗐다. 핀테크가 기술이 금융을 지원한다는 개념이지만, 테크핀은 기술이 금융을 리딩(leading)하는 것이라고 류 대표는 설명했다. 기술을 앞세워 금융판을 뒤엎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의 일환으로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투자’ 서비스를 발표했다. ‘카카오페이 투자’는 카카오톡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고 투자용 계좌신설 등 번거로운 절차도 필요없다. 1만원부터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금융투자와 거리가 멀었던 20대도 쉽게 투자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으로 상품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P2P대출, 증권, 펀드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사용자들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중위험 중수익 투자 상품부터 제공한다”면서 “카카오페이 내부 전문 심사인력이 금융 투자 상품의 기준을 직접 수립하고, 상품 설계부터 심층 점검까지 관여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상품만 사용자에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가 최근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한 것도 ‘카카오페이 투자’ 서비스 확대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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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대표는 “돈이 별로 없어도, 투자를 잘 몰라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투자, 그런 투자 서비스는 카카오페이 투자가 유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 투자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통한 첫 수익 경험, 회사 입장에서는 금융플랫폼으로 전문성을 확장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 투자는 20일 오픈한다.

카카오페이는 아울러 카카오페이 인증을 공인인증 대체수단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모바일 기반의 인증서를 카카오톡으로 발급하고 있다. 발급한 인증서는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PC든 모바일이든 카카오톡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 공인인증서를 통해서만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카카오톡 인증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는 병무청과 제휴를 맺고 입영통지서를 카카오톡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 자동차 검사안내, 주차 및 속도위반 과태료 등에 대한 공지를 카카오톡으로 받고, 카카오페이로 지불할 수 있게 할 계획 된다.

해외에서 카카오페이로 지불할 수 있는 방안도 도입된다. 알리페이와 제휴를 맺고 알리페이 가맹점에서 한국인들이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그룹의 금융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첫번째 타깃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여행가는 나라 중 하나이고,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차원에서 모바일 결제를 독려하는 중이기 때문에 시장공략하기 적기라는 판단이다. 두번째는 알리페이 가맹점이 가장 많은 중국이다.

카카오페이는 별도의 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무기다. 이미 전국민의 스마트폰에 깔려있는 카카오톡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앱 설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덕분에 카카오페이는 가입자 2000만명을 벌써 모았다. 여기서 2000만명은 카카오페이를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을 의미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달 월 1300만명 활성 사용자를 기록했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가능인구와 유사하다. 지는 9월 월거래액 2조를 돌파했으며, 10월 거래액은 2.3조원에 달한다.

회사 측은 “매달 두자리수 가까운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연말이나 내년초에는 월 거래액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페이가 지금까지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금융 생활에 혁신적인 편리함을 제공해왔다면 앞으로는 사용자들이 금전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지금까지 카카오페이가 ‘현금없는’ ‘지갑없는’ 금융을 만들어왔다면 이제 사용자가 ‘덜 수고스러운’ 금융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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