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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 인공지능의 새벽

‘심심이’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예전부터 IT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던 사람이라면 알만한 서비스다. 지금은 젊은 층에서 많이 쓰는 ‘라마마’라는 챗봇 서비스가 심심이와 유사하다.

 

최근 들어 챗봇이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다. 도대체 챗봇이란 것은 무엇이고, 어디서 유래가 된 것일까?

 

필자가 챗봇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챗봇이 심심이와 다른 게 뭔가요?”다. 물론 그런 질문을 하는 분들은 연세가 좀 있는 분들이다.

정확히 답하자면, 챗봇은 심심이와 다른 게 아니다. 심심이가 챗봇의 일종이라는 게 가장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심심이는 챗봇 중에서도 초기형 챗봇이라는 표현이 제일 잘 맞을 것이다.

챗봇이란, 채팅로봇(Chatting-Robot, Chatterbot)의 약어다. 사람 대신 채팅을 해 정보를 전달하는 일련의 프로그램이다. 주로 텍스트라는 매개수단을 통해 사람으로부터 입력을 받고, 그 정보를 이용해 다시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룰베이스라는 형태로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고, 최근에 와서는 머신러닝등의 인공지능을 통해서 복잡한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려운 말을 조금 더 쉽게 풀어보자.

예를 들어 사람이 기계에 “오늘 날씨는 어때?”라는 내용을 전달한다고 하자. 우리는 해당 텍스트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챗봇에 전달하고, 해당 챗봇은 그 데이터에서 ‘오늘’ ‘날씨’라는 의미를 이해해 “오늘 날씨는 맑을 예정이며, 오후 한때 소나기가 올 수 있습니다”라는 내부 데이터를 다시 텍스트 형태로 응답해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자연어 처리 기술이고, 또한 이해한 부분에서 원하는 데이터를 내부에서 찾아 알려주는 부분이 연결돼야 한다. 아쉽게도 현재는 위와 같은 부분을 하나하나 챗봇을 개발하는 기획자와 개발자가 손수 작업해 연결해야 한다. 더 많은 노가다(막노동)는 더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가진 챗봇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챗봇에 대해 가진 기대치와 생각은 극과 극을 달린다. 챗봇을 놓고 마블 영화에서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라던가, 영화 ‘Her’의 음성 비서를 기대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보는 챗봇들이 반복해 말하는 “잘 모르겠어요” “이해하지 못했어요” 같은 현실적 대답 때문에 “도대체 챗봇이 할 수 있는 게 뭔데?”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분명 아직 챗봇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래도, 작년 혹은 재작년보다 챗봇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는 것을 업계에 종사하는 필자는 무서울 정도로 체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필립스사의 Hue(휴) 같은 제품군이다.

 

구글 홈. 사진 출처=필립스 홈페이지

 

휴는 애플의 시리나 구글홈, 혹은 네이버 웨이브 같은 다양한 스피커나 인공지능 어시스턴트를 이용해 말로 제어(control)가 가능한 제품이다.

예를 들면 “OK 구글, 거실 불 꺼줘”와 같은 명령어를 통해 거실의 등을 손대지 않고 제어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불과 3~5년 전만 하더라도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미래의 세상이 벌써 우리 곁에 왔다. 아직 챗봇이 ‘완벽’하진 않지만, 차츰 똑똑해지고 있고, 많은 개발자의 노력으로 조금씩 사람들 곁으로 알게 모르게 다가가고 있고,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그럼, 챗봇의 시작은 어디부터였을까? 그리고 어디로 갈까?

 

인터넷에서 심심이를 검색해 보면, 2002년부터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 글의 처음에 언급하기를, 심심이는 챗봇의 일종이니까. 그런데, 심심이 이전에도 비슷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 이전에도 맥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바다 건너 미국으로 가면 무려 1960년대에 일라이자(엘리자)라는 지금 챗봇의 선조급 되는 챗봇도 있었다. 이미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주)띵스플로우의 라마마 같은 챗봇의 형태를 가진 조상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라마마. 사진 출처= 띵스플로우 홈페이지

 

일라이자를 검색해보면 아주 단순한 대답으로 사람과 교감하는 형태였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나 요즘 힘들었어”라고 하면 “어떤 일로 힘들었는데?” “어떤 걸 하고 있는데?” “무슨 일이야?”중에서 무작위로 대답을 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에게 해답을 주진 않지만, 마음의 평화(……)를 줬다고 한다.

( 참고 : https://namu.wiki/w/%EC%9D%BC%EB%9D%BC%EC%9D%B4%EC%9E%90%20%ED%9A%A8%EA%B3%BC )

챗봇은 처음에는 굉장히 단순하게 주어진 단어나 명령에 의해 수행하는 룰베이스 형태였으나, 현재는 점점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엄청 단순한 기능인 것 같지만, “OK 구글! 거실에 불 꺼줘”라는 명령을 이해하기 위해 챗봇이 무려 50년 동안 발전을 해온 결과가 현재의 불을 꺼주는 챗봇이 된 것이다.

또한 형태도 예전에는 단순히 터미널, 혹은 채팅창에서 텍스트를 통해 대화하던 것에서 이제는 인간의 음성언어를 이해하고, 음성의 형태로 응답하는 챗봇, 혹은 인공지능 비서로 진화를 해왔다.

 

앞으로 챗봇은 얼마나 더 진화하고 발전할까?

 

필자의 의견은 챗봇의 발전은 정확히 인공지능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인공지능이 점점 발전하면 챗봇은 그에 맞춰 발전할 것이고,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우리를 대신해서 단순한 업무를 도와주고, 외출 시에 깜빡하고 안 끈 집의 가스 불을 꺼주고, 도둑이 들면 우리에게 메신저로 알려주는 형태로 진화를 하고 발전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정민석(harrison jung)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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