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7000여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시계를 2011년으로 돌려보자. 대법원은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징역 1년을 확정했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한 죄(공직선거법 위반)였다. 정 전 의원은 당시 다스의 실질적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이고, 다스가 BBK에 190억원 투자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BBK의 주자조작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번 이 전 대통령 뇌물수수 재판에 결과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의 2007년 주장은 매우 합리적인 의혹제기이다. 그러나 7년 전 대법원은 정 전 의원의 주장을 허위사실 유포로 판단했다. 요즘 말로 하면, 정 전 의원은 가짜뉴스를 유포한 죄로 1년 동안 실형을 살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일 가짜뉴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 총리는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으로, 사회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며 민주주의 교란범”이라며 “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처리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민주주의와 공동체 수호 차원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의법조치와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박광온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가짜뉴스대책단을 출범시켰다.

불똥은 IT업계로 튀었다. 박 의원은 자신이 지난 4월 발의한 ‘가짜 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안(이하 가짜 정보 방지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 법은 온라인 정보통신 사업자에게 가짜 정보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인터넷 포털 등 가짜 정보를 발견하면 반드시 삭제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정의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박 의원의 법안은 ▲언론사 정정보도 ▲언론중재위원회 결정 ▲법원 판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삭제 요청 등을 가짜뉴스의 기준으로 세웠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의 사례를 보자. 대법원이 허위사실이라고 확정판결한 사안마저 이제와 보니 가짜뉴스가 아니었다. 만약 20011년 이후 “다스의 실질적 주인은 MB”라는 주장이 모든 온라인에서 사라졌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다스의 실질적 주인이 끝내 밝혀질 수 있었을까?

박 의원의 법안은 그나마 가짜뉴스에 대한 기준이 명확한 편이라는 점에서 다행이다.

자유한국당의 법안은 가짜뉴스 정의가 더욱 불명확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비례대표)가 지난 7월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도 온라인사업자의 가짜뉴스 모니터링 의무를 두고 있다. 개정안은 가짜뉴스의 정의에 대해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고의로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언론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라고 돼 있다.

고의인지 아닌지, 왜곡이 됐는지 그렇지 않은지, 언론보도로 오인되는지 아닌지 일개 사기업인 포털이 판단하라는 것이다. 사법기관도 아닌데 가짜뉴스를 판단하라는 것은 사기업이 시민의 기본권(표현의 자유)을 마음대로 재단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정치권이 가짜뉴스에 난리법석을 떠는 이유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여권이 경우 ‘유튜브’ 때문에 가짜뉴스와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태극기부대라 불리는 이들이 최근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활동하던 친자유한국당 성향의 논객들이 정권이 바뀐 후 유튜브로 대거 이동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등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퍼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박광온 의원의 법안은 우파 유튜버의 허위사실 유포를 막을 수 없다. 언론사가 아니니 유튜버가 정정보도를 할 일도 없고 언론중재위 결정이 내려질 일도 없다. 법원판결이 날 때까지 시간이 한참 걸리는데 그때 유튜브 영상 삭제해봐야 뭐하겠는가. 또 현 선거법에도 선관위는 온라인 게시글에 대해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 서비스인 유튜브는 국내법과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결국 이런 법안은 국내 인터넷 업체의 어깨에 무거운 짐만 하나 더 올릴 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