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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봤을 때, 진짜 재미있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크리티카’ ‘루니아Z(루니아전기)’ 같이 제법 묵직한 PC 온라인게임을 만들어낸 개발사 ‘올엠’에서 첫 모바일 게임을 내놓는다. 자회사 ‘펀플로’에서 크리티카를 모태로 한 모바일 게임을 내놓은 적은 있어도, 본사 차원에서 직접 모바일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엠은 4일 신작 모바일 게임 ‘캡슐몬파이트’의 글로벌 얼리억세스를 시작한다. 이틀 앞선 지난 2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올엠에서 김영국 연구개발총괄이사를 만났다. 김 이사는 지난 2년간 스무명의 팀원과 함께 캡슐몬파이트의 개발을 이끌었다.

김영국 올엠 PD

캡슐몬파이트는 두뇌싸움을 앞세운 턴제 액션 PvP(Player versus Player)게임이다. 상대와 일 대 일로 번갈아 공격하는 게임이라는 뜻인데, 모바일 액션 장기(또는 체스) 게임으로 정리가 된다. 이용자가 소환사가 되어, 특정 능력을 가진 캡슐몬을 싸움판으로 불러내 공격과 방어로 승부를 낸다. 각자 소환수의 특징을 알면 전략이 분석되다 보니, 구경꾼들이 ‘훈수’를 두기 좋은 게임이다. 올엠 내부에서는 이미 캡슐몬파이트를 두고 ‘세상에서 훈수가 가장 많은 게임’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PvP는 카드게임이나 전략, 배틀로얄류가 점령하고 있는 최근 모바일 게임 트렌드와도 조금 벗어나 있다. ‘올엠’하면 떠오르는 ‘액션 RPG’와도 거리가 멀다. 규모가 크고 그래픽이 화려한 게임을 만들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말하는 퍼블리셔도 있었다.

“사장님한테 걱정을 많이 들었죠. 왜 쉬운길 놔두고 어려운 길 가냐고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모바일에서 유행하는 방식을 가져다 우리가 갖고 있는 IP를 집어 넣고 요즘 유행하는 자동화 전투 집어넣으면 모양은 나오겠네 라는 생각을 왜 안 했겠어요. 그런데 하고 싶지 않았어요. 요즘 유행하는 모바일 게임은 다 ‘자동화’를 도입했는데, 우리는 자동화 없이 내가 할때 직접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내가 재밌다고 느끼지 않는걸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있다고 이야기 할 순 없었습니다.”

■ 캡슐몬파이트에 없는 것 세 가지

그러기 위해서 김 이사가 캡슐몬파이트에서 제외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자동화’다. 캡슐몬파이트에는 모바일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진행’이 없다.

“국내에선 놀이동산에 가보면 대부분 휴대폰을 손에 올려놓고 게임 자동화 모드를 실행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얼마전에 출장 차 들린 미국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선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더군요. 서양권에서는 게임을 할 때는 게임에만 집중한다고 하더라고요. 캡슐몬파이트가 성공하려면 글로벌에서 볼륨이 나와야 해요. 그래서, 게임을 할때는 게임의 재미에만 집중할 수있도록 자동사냥을 하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죠.”

두번째는 ‘스크롤’이다. 가로든 세로든 화면을 옆으로 확장하지 않고, 한 화면에서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게임을 구상했다. 한 판에 3~5분 안에 끝내야 이용자들이 순간적으로 게임에 집중하면서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있을 것이라 봤다.

마지막 하나가 ‘가상패드’다. 김 이사를 비롯한 캡슐몬파이트 개발팀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게, 휴대폰에 맞는 조작법을 찾는 것이었다. PC의 재미를 억지로 이식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휴대폰에 가상패드 같은 걸 집어 넣지 말고, 터치로 확실한 조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만들어낸 것이 ‘슬링샷(화살처럼 터치를 뒤로 길게 당겼다가 쏘는 방식)’이다.

“슬링샷이라는 조작방식을 도입하기로 했을때, 진부한 방식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가 엄청 많았어요. 하지만 생각을 오래한 뒤 원터치로 조작을 끝낼수 있는 방법이란 점에서 가장 적합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걱정과 우려보단, 목표하는 요리를 위해 가장 적합한 재료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슬링액션이라는 면이 있어서 액션의 맛을 줄 수 있겠다고 봤어요. 격투 게임 같은 느낌도 나고요.”

■”게임하면 공부 못한다고? 아니, 머리 좋아진다”

김 이사는 서울대 경영학부를 나왔다. 이종명 올엠 대표와는 수능을 준비하면서부터 만나 같이 ‘멋진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처음 컴퓨터를 가졌고, 베이직을 배우면서부터 무언갈 뚝딱뚝딱 만들길 좋아했다. 그만큼 좋아했던 곳이 오락실이었어서 나중엔 꼭 게임을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게임 하면 공부 못하지 않냐는 소릴 하면 “무슨 소리, 게임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순발력도 좋아진다”고 강조한다.

나무위키에서 ‘올엠’을 검색해보면 비교적 성공한 게임이 있는 개발사임에도, 회사 자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올엠은 생각보다 큰 회사다. 모바일게임 자회사 ‘펀플로’의 인력을 합치면 총 1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김 이사는 올엠의 PC 온라인 게임 부흥기를 만들어 온 장본인이다.

그런만큼 모바일게임에 도전하는 김 이사의 어깨도 무겁다. 모바일게임을 준비하며 자회사 펀플로의 경험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게임빌의 경험도 전수받았다. PC 온라인 게임과 비교했을때 모바일은 경쟁이 더 센 것도 부담에 한 몫한다. 게임의 핵심 코어를 잡는데만 1년이 걸렸다. 총 2년의 개발 기간 동안 모바일의 재미를 잡는데 집중했다.

“예전에는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걸 좋아했다면, 최근엔 그런 것들을 다 귀찮아하고 인스턴트한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 안에서 깊은 재미를 줄 수 있게 하는게 지금 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죠.”

이 과정에서 다방면에 IP를 활용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캡슐몬파이트의 세계관을 잘 살피면, IP를 웹툰 등 다른 장르로 확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김 이사는 “10대에서 30대까지의 포켓몬 세대가 지금 게임을 가장 많이 하는 세대인 것 같고, 그쪽IP와 세계관을 현재 유저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이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을 가진 IP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캡슐몬파이트의 세계관은?

근미래의 초월종족 이야기다. 인간들 사이에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숨어서 섞여 살고 있다. 이들 종족이 절대힘을 얻어 현대 세계의 뒷골목에서 패권을 쥐고 싸우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게임을 넘어 여러 장르로 확장할 수 있는 IP를 전제로 했다.

캡슐몬파이트의 목표는 PvP 게임에서 세계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다. ‘훈수 게임’이란 별칭을 가진 만큼, 나중엔 게임 방송에서 많이 보일 수 있는 게임이 됐으면 좋겠다는 포부도 있다. 김 이사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PvP 게임 중에서도 캡슐몬파이트는 좀 달라, 시간이 없을때도 얘는 딱 한 판만 해도 참 재밌어, 그런 소리를 듣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