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롯데. 온라인을 직겨냥한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의 행보가 ‘물류’에 모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31일 ‘어피니티’, ‘비알브이’ 등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확정했다. 신세계는 이와 함께 올해 연말까지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온라인사업을 각각 물적 분할하여 내년 1분기 두 법인을 합병한 새로운 온라인 법인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가 밝힌 온라인 사업을 위한 투자 계획에는 ‘물류’가 포함돼 있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온라인 신설 법인의 물류 및 배송 인프라와 상품경쟁력, IT기술 향상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유통공룡 롯데는 신세계에 앞선 지난 8월 기존 계열사별로 운영되던 인력을 통합한 ‘이커머스사업본부’를 공식 출범했다. 롯데 역시 ‘온라인 통합 플랫폼’을 목표로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기존 롯데 유통 7개 계열사의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투게더 앱’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롯데 또한 온라인 사업을 위한 핵심역량 중 하나로 ‘물류’를 꼽았다. 사내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 이커머스 담당 임원들 사이에서도 물류 시스템의 필요성을 분명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중심으로 성장한 롯데 내부의 이커머스 물류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에, 기존 임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전문인력 충원으로 역량을 확충하고 있는 단계다.

온라인에 눈 뜬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의 관심이 왜 ‘물류’에 모이게 됐을까. 25일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의 신우석 상무가 <첼로테크페어2018>에서 발표한 내용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신 상무는 베인앤컴퍼니에서 국내외 소비재·유통기업들의 DT(Digital Transformation), 옴니채널 전략과 관련된 다수 프로젝트를 맡아왔다. 다음은 신 상무의 발표를 엮어 정리한 내용이다. 신 상무가 최근 2~3년 동안 소비재유통 분야 기업들의 최고경영진들과 일을 하면서 느낀 경험담이다.

관심 없던 물류가 뜨거운 감자

사실 베인앤컴퍼니가 물류, SCM(Supply Chain Management)에 관심을 갖고 심도 있게 다루는 회사는 아닙니다. 저도 감히 물류, SCM 분야의 전문가라고 칭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주로 소비재 유통분야를 담당했습니다. 예컨대 이런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어떤 상품을 출시해서 고객 수요에 대응할까. 어떻게 매장내 고객경험을 개선하여 소비를 늘릴 것인가. 지금까지 제가 수행한 프로젝트의 주제는 프론트엔드(Front-end)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2~3년 동안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유통업체 최고경영진들의 핵심 화두 중 하나가 ‘물류’와 ‘SCM’이 됐습니다. 최고경영진들은 빠르고 변하는 유통환경에서 물류, SCM 경쟁력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이 옴니를 넘본 이유

싱글채널, 멀티채널, 옴니채널, DT로 이어지는 유통의 발전과정(자료: 신우석 상무 발표자료)

유통업체에 재직 중인 분들이라면 위 장표를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싱글채널, 멀티채널, 옴니채널을 넘어 DT(Digital Transformation)로 이어지는 유통의 진화 모습입니다.

편의점이든 백화점이든 국내 대다수의 유통업체들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프라인 중심의 ‘싱글채널’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정채널에 특화된 가치사슬(Value Chain)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신세계와 같이 일찍이 멀티채널 전략을 시도한 곳도 있었습니다. 이커머스가 태동하던 당시 이마트가 이마트몰을 열어 점포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기반으로 근거리 배송을 시작했지요. 오프라인의 확장 버전으로 온라인을 운영한 것입니다. 반대로 롯데백화점의 ‘엘롯데닷컴’은 오프라인과 별개로 초기부터 온라인을 시작한 모델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오프라인 기업들의 온라인 사업은 그저 구색을 갖추고 흉내 내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온라인은 온라인 사업부, 오프라인은 오프라인 사업부를 운영했습니다. 두 사업부는 별개의 사업부로 인지됐고, 두 개를 연계하면서 시너지를 모으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프라인 사업에 기반을 둔 유통기업의 경영 초점은 여전히 오프라인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헌데 변화가 찾아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운영 방식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바뀌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비 행태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뒤늦게 여기에 대응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용어인 ‘옴니채널’은 이제 국내 대부분 유통업체들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기업들은 고객에게 있어 가장 편리하고 만족스러운 구매 시나리오와 패턴을 상정하고, 그 위에 회사가 가진 온오프라인 채널을 하나의 옵션처럼 올려놓기 시작합니다.

어려운 옴니채널, ‘물류에서 답찾기

그런데 옴니채널이란 게 쉽지 않습니다. 아마 옴니채널 관련 일을 해보신 분들을 대부분 공감하실 겁니다. 지금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에서 분리돼서 운영되던 것들을 물리적으로, 화학적으로 통합시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특히나 오프라인으로 성장한 유통기업들의 문화와 경영진의 생각은 예부터 ‘오프라인’에 맞춰져 있는데, 이걸 바꾸는 게 쉽지 않습니다.

물류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간지선 B2B물류를 다뤄왔습니다. 공급자(Vendor)로부터 상품을 입고 받아 전국의 오프라인 매장까지 공급하는 방식의 물류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시대의 물류관리 방식은 다릅니다. B2B물류가 B2C물류로 바뀝니다. 커머스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배송해야 합니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한 물류도 있습니다. ‘스마트픽업’이 대표적입니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고객 동선 안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가고자 하는 니즈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옴니채널 시대의 물류는 현재 우리나라 유통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오프라인 물류와 온라인 물류는 어떤 구획이나 구분 없이 최적의 형태로 합쳐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게 단순히 물류와 SCM 체계를 재설계하고 필요한 자산을 일부 더 추가하는 차원의 문제는 아닙니다. 각 기능의 분절적인 개선이 아니라, 가치사슬 전체를 관통하는 관점의 개선과 변화가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유통업체가 옴니채널을 통해 지향하는 것은 DT(Digital Transformation)입니다. 전사 차원의 DT를 견인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 화두입니다. 그리고 물류와 SCM이 전사 차원의 DT를 가장 앞 단계에서 테스트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소비재 분야를 자문하면서 최근 목도하고 있는 유통업체 CEO들의 아젠다 변화입니다.

DT를 위해서는 데이터 관점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온라인에서 고객들이 보여주는 구매 형태는 무엇인가. 고객은 어떤 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체류하고 있고, 어떤 검색어를 가장 많이 입력하는가. 고객이 검색한 상품 중 우리 쇼핑몰이 보유하고 있는 구색은 얼마나 되는가. 특정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함께 구매하는 상품은 무엇인가.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통업체들은 특정 상품의 재고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특정 배송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물류 인프라를 어디에, 얼마나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게 됩니다.

돈쓰는 물류를 경계하라

물류로 경쟁하는 유통업체들이 경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빠른 배송에만 매몰되면 안 됩니다. ‘수익성’을 함께 신경 써야 됩니다. 물론 고객 입장에서는 구매한 물건을 빨리 갖다 주면 무조건 좋습니다. 하지만 사업자는 그런 운영을 만들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즉, 회사를 성장시키면서 고객만족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요컨대 유통업체들이 물류에 투자한다면 투자금과 빠른 배송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 확충은 큰 투자비가 듭니다. 조금 돈이 덜 드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이미 보유한 ‘매장’을 피킹과 포장이 가능한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매장보다 작은 형태의 허브, 혹은 이동하는 배송차량을 허브로 활용하면서 수요에 대응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각 유통기업의 물류 투자비용과 서비스에 맞는 적절한 ‘믹스(Mix)’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시장 경쟁력, 고객 만족, 그밖에 주요변수를 적절하게 조합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믹스 구성의 예시로 아마존을 들어 봅니다. 아마존은 ‘예측배송(Anticipatory Shipping)’ 특허를 취득해 ‘이동형 거점’을 활용하는 방식의 물류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먼저 특정 상권, 특정 지역의 과거 주문 판매실적을 분석합니다.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상권에서 어느 정도의 확률로 특정 상품의 주문이 발생할지 예측합니다. 이제 해당 지역에서 판매될 가능성이 높은 상품만 탑재한 트럭이 인근을 돕니다. 실제 고객주문이 발생하면 30분 안에 배송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사례로 지난해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드의 매장은 인접지역의 근거리 배송허브로 사용됩니다.

리테일의 미래가 물류인 이유 4가지

베인앤컴퍼니의 최근 조사<고객들이 이커머스업체를 선택하는 요인>에 따르면 ‘배송’은 가격과 품질 못지않은 3대 요인 중 하나다. 조사에 따르면 고객은 ‘빠른 배송’과 ‘무료 배송’을 원한다. 또 하나의 요인은 받고 싶을 때 받고자 하는 니즈, 즉 ‘정시성’이다.(자료: 신우석 상무 발표자료)

요약하겠습니다. 첫째. 물류, SCM이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에서 차별적인 고객 경험을 만드는 원천입니다. 경쟁 유통업체들이 배송에서 만들어내는 수준의 만족도를 고객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유통업체들이 물류에 집중하는 가장 절실한 이유입니다.

둘째. 고객만족만 보고 물류에 과도한, 무리한 투자를 해서 유통업체의 수익을 보존할 수 없다면 그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운영효율을 담보할 수 있는 믹스(Mix)를 구성해야 합니다.

셋째. 물류, SCM 경쟁력 자체가 특정 상황에서는 회사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신규 사업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컨대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가 그렇습니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 120개가 넘는 풀필먼트 센터를 외부업체들에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물류에 자체 투자를 하기 어려운 중소업체들은 아마존에 입점하여, 아마존의 막대한 물류 네트워크와 운영 역량을 그대로 빌려올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입니다. 물류, SCM 운영에서 겹치는 교차 영역에서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야 합니다. 물류 운영에 있어 ‘자동화’라는 큰 화두가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어떻게 물류, SCM 고도화에 활용할까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산으로 확보한 물류의 여러 거점과 네트워크들을 어떻게 하면 가장 최적화된 형태로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물류 운영을 가장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핵심역량은 솔루션과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드웨어 설비는 전체 자동화 운영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이 콘텐츠는 25일 삼성SDS가 주최한 <첼로테크페어 2018>에서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상무가 발표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