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풀프레임 없이 하이엔드와 중형 투트랙으로 간다”

후지필름이 지난해 출시했던 GFX 시리즈의 후속작 GFX 50R을 공개했다. 지난 2018년 9월에는 하이엔드 미러리스인 X-T3를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도 후지필름은 풀프레임을 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후지필름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후지필름이 왜 풀프레임이 아닌 중형 디지털카메라를 계속해서 출시하는가에 대해 언급했다. 즉, 아래의 기준은 중형 카메라인 GFX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하이엔드 미러리스 X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다.

후지필름이 생각하는 첫번째 기준은 바른 크기(Right Sizing)다. 너무 크거나 작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X 시리즈가 채택하고 있는 APS-C 이미지 센서는 35mm인 풀프레임과 종횡비는 같지만 전체 크기는 40%정도 작다. 이 경우 같은 형식으로 렌즈를 구성하면 총중량 차이가 난다.

 

사진과 같이 렌즈를 구성했을 때 APS-C 센서 제품과 풀프레임의 무게 차는 2.2kg 난다(제공=후지필름)

 

다음 이유는 후지논 렌즈(Fujinon Lens)의 강점이다. 필름 시절 캐논은 35mm, 니콘은 35mm와 대형을 사용했으나 후지필름은 35mm, 중형, 대형 3종을 모두 출시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화질 설계다. 후지필름의 강점은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카메라에서도 필름에 의해 결정된다. 후지필름은 색 재현·계조 재현·화이트밸런스를 조화시키는 것에 대해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디지털카메라에도 필름 느낌을 모사하는 필름 시뮬레이션과, 일반 카메라가 낼 수 없는 컬러를 만들어내는 컬러 크롬 기능 등을 탑재하고 있다.

 

같은 조도로 렌즈를 구성했을 때 APS-C와 풀프레임의 크기 차이(제공=후지필름)

 

풀프레임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언급은 피해

위의 언급에서 후지필름은 풀프레임과 크롭 렌즈(X 시리즈가 채용한 APS-C 혹은 풀프레임의 3/4크기인 포서드)의 직접적인 비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미지 센서가 작고 거기에 맞춘 렌즈 크기도 작아져 이동이 용이하고, 부족한 부분은 후지필름 특유의 컬러 조절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화질은 중형 카메라로 보전한다

부족한 화질은 후지필름의 중형 디지털카메라로 대신한다. GFX 시리즈다. 우선 중형은 이미지 센서도 풀프레임보다 1.7배 크다. 광량이나 다이내믹 레인지(DR) 등에가 강점이 있으며 반대로 속도 등에서 단점이 있다. 해상력도 좋다.

후지필름이 중형을 출시한 이유는 후지필름이 필름 카메라를 만들 때부터 중형을 꾸준히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즉, 후지필름의 고객은 취미 포토그래퍼가 아닌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프로 포토그래퍼다.

중형과 같은 커다란 포맷의 특징은 낮은 피사계 심도에 의한 뛰어난 보케, 고감도, 높은 압축감 등이다. 거기에 X시리즈와 같은 필름 시뮬레이션이나 컬러 크롬 등도 사용할 수 있다.

 

중형 미러리스인 GFX 50R의 바디는 풀프레임 미러리스보다 무겁지만 세 개 렌즈 구성 시 풀프레임보다 가볍게 만들 수 있다(제공=후지필름)

 

전작과의 차이점은 같은 이미지 센서(43.8mmx32.9mm)를 사용하면서 RF(레인지 파인더) 스타일의 외관을 만들어 비교적 작고 가벼운 바디(775g), 심플한 조작성을 추가한 것. 5140만화소 G 포맷 이미지 센서에 화상처리 엔진인 X-Processor Pro를 탑재했다. 전자식 뷰파인더는 OLED를, 틸트식 LCD는 236만화소를 탑재했다.

 

풀프레임을 출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

APS-C로도 충분하다는 후지필름의 입장에 대해 카메라 애호가들은 아예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후지필름 전자영상사업부 상품기획 우에노 타카시 총괄은 라이트 사이징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언급했다. 갖고다니는 카메라로는 풀프레임이 너무 크고 무겁다는 것이 후지필름의 생각이다. 또한 풀프레임에 대비한 렌즈 역시 너무 비싸다는 것. 이와 별도로 사진을 볼 때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프린트로 보면 풀프레임과 APS-C의 차이는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흔히 광고 사진은 가로 사진을 찍고 1/3로 트리밍해 세로 사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X 시리즈의 2600만화소를 1/3로 잘라서 보면 900만화소뿐인 사진이 되므로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체 크기를 그대로 사용했을 때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화소 수가 떨어져도 고감도나 좋은 DR을 사용하면 더 좋은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에노 타카시 총괄은 이야기했다.

 

“왜 풀프레임이 필요한가요?” 우에노 타카시 후지필름 전자영상사업부 상품기획 총괄(제공=후지필름)

 

또한, 사진의 색감에도 자신 있다는 설명을 했다. 대부분의 컬러는 라이트룸과 같은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지만, 후지필름의 경우 하드웨어(프로세서)에도 색 설계가 들어가 있으므로 소프트웨어만으로 절대 만들 수 없는 색감이 나온다는 것이다.

GFX 시리즈에 대한 비판은 렌즈 수다. 현재 후지논 GF 렌즈는 8종뿐이며, 이번에 공개한 GF100-200mmF5.6 R LM OIS WR, GF45-100mmF4 R LM OIS WR, GF50,,F3.5 R LM WR 3종 포함 11종까지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다른 제품들보다는 렌즈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이미 사용자들은 대부분 풀프레임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역시 생겼다.

이에 우에노 타카시 총괄은 전 세계 80%의 포토그래퍼들이 풀프레임을 원할 것이며, 나머지 20퍼센트의 사람은 X 시리즈의 컨셉이나 GFX 시리즈의 화질에 대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에노 타카시 총괄이 남긴 말은 후지필름의 구호 ‘Hit The Core’다. 단순 카메라 메이커가 아닌 좋은 사진을 만들어내는 사진 메이커로 남겠다는 의미다. 공개한 X-T3 바디 가격은 189만9000원, X-T3+XF15-55mm 렌즈 키트 229만9000원, GFX 50R 가격은 미정이나 바디 600만원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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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후지의 저런 타협하지 않는 정신을 존경합니다. 상술의 캐논보단 장인정신의 니콘을 격하게 아꼈으나, 미러리스로 시장이 옮겨가면서 니콘은 더 이상 그 기조를 포기한 듯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졌던 오타쿠 느낌의 후지가 장인정신 대열로 올라온 것 같아요. 후지는 20년 전 똑딱이 만들때부터 색감은 남달랐는데 그걸 아직도 밀고 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철학을 기반으로 형성된 팬덤이 있는 회사는 공급과잉의 시대가 두렵지 않을테니까요.

    3년전에 니콘 풀프레임 라인업을 모두 정리하고 후지로 넘어왔는데 놀라움이 아쉬움을 압도하더군요. 인상적입니다 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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