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자사 음성 스피커의 엔진인 누구(NUGU)의 오픈 플랫폼을 공개하는 컨퍼런스에서 다른 음성 AI와의 협업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현재 AI 스피커나 대화형 UX를 보유한 대기업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음성인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통신사들과 네이버, 카카오 등은 모두 자연어 기술을 자사에서 직접 구축한다.

기자간담회에서 장유성 SKT 서비스플랫폼사업단장은, “AI 개발 업체끼리는 공유할 것이 많다”면서 “개발 기술 자체를 공유한다고 해서 서비스가 동일하게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협업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예를 들어 자연어 인식 개발 시 기본적인 인식 엔진은 함께 만들고, 그 후 성능(음성인식 수준 고도화, 속도 개선 등)을 각 서비스에서 만드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경우에도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기업이 스탠포드 NLP 그룹의 것을 사용한다고. 그는 기술 자체(각사 보이스 엔진)가 돈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해서 서비스(누구, 티맵, 카카오택시 등)를 하는 것이 돈을 가져오므로 코어 기술 개발 시에는 협업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장유성 단장(제공=SKT)

 

그렇다면 국내 업체끼리 표준을 지정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 물음에 표준 자체에 대해서는 장 단장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장 단장이 미국에서 AI 회사를 다닐 때, 12개 회사가 표준을 지정하면 그 다음 해에 12개의 표준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표준은 주로 2~3년 정도 안정성이 검증되고 나서 지정하는 것이므로 촌각을 다투는 기술 경쟁에서 별로 좋을 것이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싸움은 어떨까. 장 단장은 해외 업체의 음성 스피커 인식율을 두고 ‘명절 외국인 모창대회’라고 표현했다. 대화는 통하지만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은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플랫폼 기업은 언어 인식율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해도 동반되는 서비스가 매우 강하기 때문. 기자의 생각은 이렇다. 페이스북이 싸이월드보다 한국어 메뉴가 완벽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서비스와 연동될 여지가 많으므로 구글을 사용하는 것이다. SKT는? 우선 누구 스피커 자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장 단장이 생각하는 장점은 고객 충성도다. 구글을 사용한 시간보다 SKT를 오래 사용한 사용자가 한국에서만큼은 더 많다는 것. 여기서 발생하는 소비자 니즈나 데이터가 강점이라고 했다.

물론 누구가 배타적인 플랫폼이라는 것을 장 단장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개발을 코딩언어 없이 GUI 형태로 최대한 쉽게 하고, 언어를 사용해서 하더라도 흔히 쓰이는 툴들을 활용해 다른 서비스로 넘어가기 어렵게 하지 않겠다고 한다.

디스플레이를 갖춘 제품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화면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음성인식에 반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KT가 생각하는 AI의 종착지는 무엇일까.화면도 음성도 없이 ‘AI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모든 걸 알아서 해주는 것’.

SKT는 국내 최고의 AI를 만들기 위해 AI센터를 개설하고 다양한 인력을 채용 중이며, 부족한 서비스를 보충하고 생태계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 오픈플랫폼 ‘누구 디벨로퍼스’를 론칭하고 ‘누구 플레이 키트’와 ‘누구 비즈’를 서드파티에 제공한다. 또한 내년 초까지는 누구 SDK 역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