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험한 두 번의 ‘타다’ 탑승기다.

타다는 지난 8일 쏘카의 자회사인 VCNC가 오픈베타를 시작한 승차공유 서비스다. 정확하게 말하면, 승객과 차량을 이어주는 중개 플랫폼이다.

이 과정에서 VCNC는 차량을 직접 구매하거나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않는다. 렌터카 업체인 쏘카에서 차량을, ‘모시러’와 같은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 전문업체에서 운전기사를 공급 받아 승객에게 콜택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트업의 택시 중개 플랫폼 위법 논란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운행을 허용을 한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중개한다는 것도 애초에 법적 분쟁을 없애려는 의도다.

이 때문에 단 한 명의 승객이 타도 11인승 이상 큰 승합차가 온다. 단거리 주행을 하는데, 커다란 차량이 도착해서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면, 어쩐지 황송한 기분이 들 정도다. 쏘카 측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수백대의 타다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모두 새 차량이다. 그간 11인승 이상 승합차로 택시 서비스를 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쏘카 측에서 전량 새 차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타다가 실제 운행에 나선 지 열흘. 기자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엔 ‘타다가 참 편하다’는 호평이 주로 올라왔다. 때로는 “차량이 많지 않아 배차되는 시간이 불균형하다”는 불평도 있었지만, 대체로 만족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한 번쯤 이용해보고 후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인승 카니발이 운행되고 있다.

처음 타다를 탄 것은, 지난 17일 밤이었다. 밤 11시30분, 서울 중구에서 신림동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 여러 차레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카카오택시 호출도 불가능했고, ‘스마트호출’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타다는 승차 거부가 없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바로 앱을 깔고 타다 차량을 호출했다. 호출을 한 시간은 자정을 넘긴 12시 5분 경. 호출 후 곧 차량이 배치됐다. 승차 지점까지 대기 시간은 16분. 꽤 긴 시간이었으나, 그때까지 택시가 잡히지 않을 확률이 더 크므로 차량을 취소하지 않고 기다렸다.

12시 25분. 타다 차량이 도착했다.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차량 겉에도 타다의 로고가 붙어 있다), 탑승하려 다가서니 문이 저절로 열렸다. 어느정도 나이가 드신 기사님이었는데 그분이 말씀하시길 “수행기사 서비스 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이 주로 일하므로 서비스 교육을 많이 받아 대체로 친절”하다.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이나 불편한 건 없는지 등을 묻는 부분이 기존 택시 승차 경험과는 조금 달랐다.

승객이 타기 전까지는 목적지를 모르는데다, 시스템 상 콜 거부가 불가능하다. 일반 택시의 경우, 단거리거나 혹은 돌아올 때 빈 차량으로 와야 하는 지역의 손님을 태우길 꺼려 하는데, 그 이유는 택시 기사에게 ‘주행거리는 곧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다에서 손님에 연결하는 운전기사는 기본적으로 ‘시급’ 개념이다. 일하는 시간만큼 비용을 받는 시스템이라 지역을 가려 승객을 태울 이유가 없다.

차량 내부에는 타다 사용 설명서와 함께 차량용 휴대폰 충전기가 비치되어 있다.

서울 중구에서 신림까지 든 비용은 4900원. 원래는 1만4900원인데 처음 타다를 이용하는 승객에게는 1만원 할인쿠폰이 지급된다. 애초에 차량을 호출할 때 등록한 카드에서 곧바로 요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내리고 나서 확인해보니 4900원이 결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탑승은, 이틀 뒤인 19일 금요일 오전이었다. 오전 회의시간 전에 회사에 도착하려고 보니 버스를 타면 늦을 것 같았다. 신림동에서 여의도로 가는 카카오택시 호출에 성공할 확률은 그간 경험에 비추어 보아 1할이 안 된다. 그래, 타다를 다시 불러보자.

호출을 시도한 시간은 오전 9시 21분 쯤이고, 곧 배차에 성공했다. 콜을 한지 4분 만에 차량이 도착했다. 좁은 골목길에 하얀 카니발이 들어오는데 왜인지 모를 송구함이 들었다. 타자마자 기사님께 사과했다.

“죄송해요, 아침 시간에 여의도 가는 승객은 기사님들이 싫어하시는데, 제가 너무 늦어서요.”

“아닙니다, 당연히 와야죠.”

서비스업 종사자가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사회는 잘못이다. 그래도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고운 건 인지상정이다. 친절한 한 마디가 서비스에 대한 인상자체를 바꿔놓는게 사실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이 기사님의 경우 아르바이트 형태로 낮에만 타다 운행을 한다고 했다. 본인 역시 저녁에 친구들과 술자리 이후 택시가 안 잡혀 타다를 이용해봤는데, 차가 빨리 잡혀 편했다고 했다. 18일, 광화문에서 택시업계의 ‘카풀 반대’ 집회가 있던날, 갑자기 차량 배치 콜이 많이 늘어나 너무 바빴다고도 했다. 택시업계의 ‘카풀 반대’가 오히려 택시 외의 운송수단을 승객들에 각인시킨 셈이 됐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승객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여의도까지 오는데 든 요금은 7500원. 통상 6000원에서 7000원 사이의 요금이 나왔기 때문에 500원 정도 더 비싼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급할 때 부르면 탈 수 있는 차량이 있다는 게 마음을 편하게 했다.

굳이 따진다면, 택시에 대한 만족도가 늘어나고 배차가 빨리 된다면 굳이 ‘타다’를 쓸 이유는 없다. 그러나, 더 비싼 아이폰이 성공한 이유 중에는 ‘사용자 경험’이 포함된다. 비용에 큰 차이가 없다면, 더 편안한 경험을 고르게 되지 않을까.

덧붙여, 택시업계가 카풀을 비롯한 새로운 중개 서비스의 등장에 저항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두고, 무조건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찬성하라고 강요할 일은 아니다. 다만, 택시를 타야 하는데 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사람들이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래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대화 테이블엔 나올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택시기사님들의 분노가 중개 플랫폼에 쏠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 택시업계의 문제점은 사납금이라든가 너무 적은 요금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조건을 회사 측과 조율하거나, 또는 중개 플랫폼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아예 중개 플랫폼을 뛰어넘는 새로운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지난해 출간된 ‘블록체인 혁명’에서, 저자들(돈 탭스콧, 알렉스 탭스콧)은 “중앙 집중적인 에어비앤비가 아닌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을 상상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같은 시스템을 ‘비에어비앤비’라고 명명했다. 모든 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때, 중앙집중적인 권력 관계를 부수고 더 많은 가치를 참여자에 나눠줄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숙박인이 숙소 목록을 알고 싶다면, 비에어비앤비 소프트웨어가 블록체인을 스캔해 모든 리스트를 검색한 다음,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숙소를 걸러내 보여준다. 네트워크가 거래를 블록체인상에 기록하므로, 사용자들의 긍정적인 펴가는 개별 숙소의 평판을 높이고, 그들의 신원 정보를 형성해준다. 이 과정에서 제3의 중개자는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창시자인 비탈리크 부테린은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기술이 변방에서 단순 작업만 수행하는 근로자들을 자동화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중심부를 자동화해 힘을 빼내 버린다. 블록체인은 택시 기사의 직업을 뺏기는 커녕, 우버의 일을 빼앗아 택시 기사들로 하여금 고객들을 직접 상대하도록 도와준다.” – 블록체인 혁명 중에서

택시 회사는 물론, 중개 플랫폼조차 없는 택시 운영 체계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택시 운행 기록과 요금 등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최소한의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을 일한 시간 만큼 분배 받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 나오는 카풀 서비스, 중개 플랫폼을 막는다고 해도 잠깐의 승리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은 자꾸 발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계속해 나온다. 주변에서 ‘타다’를 경험한 이들 중 재이용 의사가 있다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은, 택시업계가 더 고려해봐야 할 일이다.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새로운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대신, 상생을 위한 대화 테이블이 만들어질 수있도록, 생존권 위협을 걱정하는 택시기사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도 선행되어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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