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자동차에는 주로 HDD가 쓰였다. 소비자들은 HDD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주로 트렁크 부분에 담겨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히타치가 2002년 처음 오토모티브용 HDD를 내놨고 2008년까지 신제품이 매년 출시됐다. 보통 SD카드를 처음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이때도 메인 저장장치는 주로 HDD가 쓰이고 있었던 것. 메인 저장 장치로 SD카드가 등장한 건 2015년으로 얼마 되지 않았다. 샌디스크에서 2015년, 오토모티브용 SD카드와 e.MMC를 처음 내놨다. 이 두 저장장치는 현재도 주요 저장장치로 쓰이고 있다.

 

자동차용 저장장치의 변화(제공=웨스턴디지털)

 

e.MMC는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저장장치다. SD카드처럼 교체식이 아닌 일체형 기기를 사용할 때, 특히 랩톱이나 스마트폰처럼 두께에 민감한 제품에 쓰인다. 과거에 안드로이드 대부분 기기에 쓰였으며 현재도 저가 제품에는 쓰이기도 한다. 장점은 저렴한 가격, 작은 크기, 낮은 전력소모 등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며 저장장치에 대한 패러다임이 조금 바뀌게 됐다. 단순히 새로운 저장장치를 쓴다고 하기에는 조금 복잡한 문제다.

예를 들어 과거~현재의 자동차 저장장치는 ‘읽기’에 관한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면 됐다. 현재 주행 중인 대부분의 자동차에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이 구현돼있지 않으며, 인포테인먼트는 정보를 전송하기보다는 받아서 사용하는 데 쓰인다. V2X(Vehicle to Everything)을 구현한 차량도 드물다. 따라서 사전에 정보를 입력하고 그 정보를 읽어내는 역할만 저장장치가 해주면 됐다. 내비게이션 입력 후 도착할 때까지 내비게이션을 거의 조작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각 제조사의 인포테인먼츠, 애플과 구글, 네이버의 자동차용 OS, 카카오의 음성인식 솔루션 등 여러 차량용 서비스가 등장하며 커넥티비티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 이 경우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위해 저장장치의 역할이 조금 더 필요하다.

 

(제공=웨스턴디지털)

 

자율주행차 시점이 되면 저장장치의 역할은 더 커진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주행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차는 일반적인 HUD가 아닌 AR HUD로 전방 사물이 무엇인지를 나타낼 것이다. 또한, 화면에 나타내주는 것과 별개로 주행에 방해가 되는 사물, 차선, 신호등이나 건널목 등도 파악할 것이다. 통신은 5G를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V2X 제어로 다른 자동차 혹은 사물들과 교통정보를 주고받아 전방 교통 상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교통 신호는 어떤 상태인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꿰차고 있을 것이다. 또한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없이도 OS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하고 앱을 설치하며, 스마트폰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스스로 주고받을 것이다. 그리고 블랙박스는 이러한 정보 대다수를 기록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데이터는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약 72GB에 달한다. 그리고 이 정보는 하루 전체에 걸쳐 천천히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차에 탔을 때 폭증한다. 따라서 차량에서 발생하는 정보, 차량이 받아와야 하는 정보는 기가비트 이더넷 속도 수준이며, 대용량에 대한 니즈도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한 웨스턴디지털은 e.MMC가 아닌 3D 낸드 플래시 계열의 UFS(Universal Flash Storage) 기반 오토모티브 스토리지를 2018년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16GB부터 최대 256GB 제품까지 출시한다.

 

러셀 루빈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제공=웨스턴디지털)

 

발표를 맡은 러셀 루빈(Russel Ruben) 웨스턴디지털 오토모티브 솔루션 마케팅 총괄 이사는 2D 낸드와 3D 낸드의 차이를 건축에 빗대 설명했다. 제한된 평면에 최대한 많은 집을 지어야 하는 것이 과거의 2D 낸드였다. 반도체 공정이 40나노미터 수준일 때의 이야기지만, 집(용량)을 많이 넣으려면 집 크기가 작아지고 벽을 얇게 지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공정을 얇게 만들면 집 사이의 소음이 너무 크게 들린다. 이는 미세화 공정 2D 낸드의 단점인 전압 간섭으로 인한 데이터 저장 시 오류를 말하는 것이다. 3D 낸드는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셀을 수직으로 쌓는다. 마을에 아파트를 짓는 것과 유사하다.

UFS는 e.MMC의 대를 잇는 저장장치 방식으로, eMMC보다 전송속도가 높고 저전력인 제품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제품이 eMMC 대신 UFS를 사용한다. 웨스턴디지털의 오토모티브 신제품 ‘iNAND AT EU312 EFD’은 UFS 2.1 규격을 만족해 이론적으로 초당 1,440M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순차 쓰기 속도는 최대 550MB/s, 순차 읽기 속도는 800MB/s이며 랜덤 읽기는 최대 45,000IOPS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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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은 특징은 고온(105℃)에 견딜 수 있는 설계다. 자동차의 SoC가 더 많은 연산을 처리하면 전력을 더 많이 소모하게 되므로, 저장장치가 상대적인 고온에서도 작동해야 하기 때문.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반도체 품질 표준인 AEC-Q100을 만족했으며 부품불량률(DPPM)을 낮추는 제조 라인을 구축했다고 한다.

 

(제공=웨스턴디지털)

 

기존에 존재하던 3D 낸드나 UFS 등 신기술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빠른 출시다. 아직까지 완전자율주행할 수 있는 차량은 없고, 주행 보조를 탑재한 차량도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 오토모티브 제품군 중에서는 패권을 놓지 않겠다는 웨스턴디지털의 다짐으로 보인다. 앞서 자동차용 저장장치를 생산하던 업체, 히타치와 샌디스크는 웨스턴디지털이 이미 인수한 상태다. 웨스턴디지털의 제품은 각종 주요 제조사에 이미 채택돼 올해 2018년 4분기중 출하를 앞두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