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구글의 전쟁, 누구에게 기회일까?

구글이 유럽연합(EU)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U 가 안드로이드 독점력 남용 혐의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자, 구글은 그러면 EU에서는 앱 사용료를 받겠다고 나섰다.

앱 사용료는 최대 40달러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제조사들이 이 금액을 낸다면 스마트폰 출고가가 인상돼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대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유럽에서 구글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 앱을 확산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국 IT 매체 ‘더 버지’가 20일(현지시각) 구글이 EU에서 자사 앱의 라이선스 비용을 제조사에 최대 40달러 청구할 것으로 보도했다. 더 버지가 인수한 구글 내부 자료에 따르면,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지도, 지메일, 뉴스, 드라이브, 캘린더 등 구글 모바일 서비스 앱은 최고 40달러로 책정됐다.

흥미로운 점은 구글 검색과 크롬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구굴은 검색-크롬을 하나의 셋트로 놓고, 플레이스토어를 비롯한 다른 앱들을 또 하나의 셋트로 구성해서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듯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유럽에서 비용을 지불내고 구글 앱과 서비스를 탑재할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을지 주목된다.

사실 웬만한 앱은 다른 앱으로 대체 가능하거나, 없어도 이용자들이 쉽게 다운로드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대신 프랑스의 데일리모션이나 트위치 같은 앱을 사전탑재할 수 있다. 어쩌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 앱을 사전 탑재하는 대가로 동영상 업체로부터 추가 수익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유튜브 앱을 사전탑재 하지 않는다고 해도 스마트폰 판매에 큰 차질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이 유튜브를 사전탑재하지 않아도 앱스토어에서 유튜브를 쉽게 다운로드해서 이용한다.

제조사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것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다.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에게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필요한 모든 앱을 다운로드하는 보물창고와 같다. 만약 스마트폰을 새로 샀는데 플레이스토어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용자들이 혼란에 빠질 것은 자명하다.

제조사가 자사 앱 마켓을 탑재한다고 해도 이미 플레이스토어에 익숙해져있는 이용자들에게 만족을 주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앱스’라는 앱 마켓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는 생태계가 거의 형성돼 있지 않다. 갤럭시 앱스가 플레이스토어를 대체하려면 지난한 생태계 형성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 초창기과 달리 이용자들의 눈이 높다. 이용자들이 부족한 앱 마켓을 참아줄지는 의문이다.

이 경우 구글이 갤럭시 앱스에 플레이스토어 입점 여부가 중요하다. 갤럭시 앱스에 들어가서 플레이스토어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면, 이용자 경험을 크게 해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앞서 언급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여기서 중국 안드로이드 시장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탑재돼 있지 않다. 제조사들은 자체 앱 마켓이나 중국 국내업체의 앱 마켓을 탑재한다. 구글은 전 세계 최대 시장을 잃었다.

중국의 안드로이드 앱 마켓

중국의 사례를 보면 구글이 EU에서 함부로 플레이스토어를 지렛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 앱 마켓 회사 입장에서는 구글과 EU의 갈등을 EU 시장 진출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구글이 플레이스토어를 지렛대로 EU 에 대항하는 것이 한 축이라면, 다른 축은 검색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검색과 크롬을 탑재하는 조건으로 플레이스토어 등 모바일 서비스 라이선스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해 주는 정책도 있다고 더 버지는 전했다.

기존에는 안드로이드를 지렛대로 모바일 서비스를 확산했다면, 구글 검색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 검색 역시 독점적 지위이기 때문에 이 역시 경쟁법 위반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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