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R이란 ‘들으면 기분이 안정되는 소리’들을 통칭하는 신조어다. 어렵게 설명하자면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로, 자율 감각 쾌감 작용 같은 근본 없는 단어로 풀이할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우주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로밀리에게 주인공 쿠퍼가 들려주는 풀벌레 소리나 물 흐르는 소리 같은 것들을 말한다. 백색 소음과도 비슷하지만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ASMR을 검색해보자. ‘스타벅스 ASMR’로 검색하면 스타벅스 실제 소리를 녹음해놓은 것도 있다. 참고로 이 소리는 백색소음이자 ASMR이다.

 

 

스타벅스 이름 앞에 ‘도쿄’ 등의 도시명을 붙이면 현지 스타벅스의 소리를 녹음해놓은 것들도 찾을 수 있으며, 넷플릭스 등에서 벽난로 소리를 검색해서 ‘불멍’을 때리며 들어도 좋다. 음식을 먹는 소리 ASMR도 많이들 사용한다.

그런데 이곳에 향수를 강하게 끄집어내는 최고의 ASMR이 있다. 독일 사이트 ‘conserve the sound’에서다. 이 사이트는 과거에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져가는 것들의 사진과 소리를 담아놓은 디지털 박물관이다.

독일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제품의 외관과 소리를 담아놓는 사이트다. 제품의 이름과 연도 외엔 어떠한 설명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소리가 나느냐를 모아놓는 것이 이 사이트의 목적이다.

 

과거의 제품들은 참으로 예쁘기도 하다(출처=cts)

 

80년대에 태어난 기자가 보기엔 이 사이트의 80년대 제품들은 알 수 없는 것투성이다. 유선전화기, 워크맨, 필름 카메라, VHS 플레이어 등 90년대까지 썼던 제품들을 제외하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각 기기 소리는 대부분 다이얼 등이 감기는 낮고 둔탁한 소리들인데, 아무 이유 없이 하나씩 켜서 들어보면 불안에 잦아든 마음이 점차 안정되는 것을 느낀다.

특히 키보드나 타이프라이터 같은 것들의 청명하지 못한 스위치 소리에 손이 간다. 이 소리들은 귀에 꽂히지 않고 흐른다. 사람에게 오지 않고 주변을 흘러간다. 뾰족하지 못한 것이 사람과 닮았다. 요즘의 기계식 키보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런 키보드로 러브레터를 쓴다면 약삭빠르거나 명민하지는 않지만 둔탁하고 진심이 담긴 글이 써질 것만 같다.

이 사이트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 소리들을 한 번에 연결해서 듣는 방법이 없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런 카메라는 실제로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소리는 매우 훌륭하다(출처=cts)

 

우리는 가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아쉬워한다. 물건이나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특히. 그런데 그 물건들의 소리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휴식이 필요할 때 주변 사람과 함께 사라진, 사라지는 것들의 소리를 함께 들어보자. 음악이 그런 것처럼 저 멀리 사라진 기억들이 낮고 둔탁하게 실려온다.

[광 to the 고] 웃긴데 알찬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바이라인'에 놀러오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