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빼고 가상키보드·전자잉크 태블릿 넣은 요가북 출시

오늘, 10월 11일 레노버 전자잉크 듀얼 디스플레이 노트북 쇼케이스가 열렸다. IFA에서 화제가 됐던 제품이다.

이 제품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제품이 아니다. 레노버 제품 중 과거에도 하판에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이 있었다. 다만 이때의 제품은 전자잉크가 아니었고 세컨드 스크린 기능도 없었다. 즉, 태블릿(액정 아닌 입력 도구)에 LED로 키보드 모양만 보여주는 형태였다. 헤일로 키보드라고 부른다.

새 제품 요가북 C930은 스크린을 탑재한 하판에, 요가북의 형태를 하고 있다. 즉, 이 제품은 레노버가 몇 년간 꾸준히 만들어온 요가북과 그 힌지, 가벼운 태블릿, 하판 터치 디스플레이를 접목한 제품이다. 다른 제조사가 당장 만들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언뜻보면 진짜 키보드같아 보인다. 스페이스 바 아래의 동그란 부분을 누르면 스크롤할 때 쓰는 터치패드가 나타난다.

 

힌지는 몇 년 전부터 출시되고 있는 시곗줄 모양의 것이다. 이런 형태가 된 이유는 노트북을 완전히 반대로 접으려면 일반적인 힌지로는 상당한 두께가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노버는 얇게 만들 수 있는 시곗줄 같은 힌지를 만들었고, 반대로 두껍게 놔둬도 되는 제품의 힌지에는 스피커를 넣었다.

 

전자잉크 화면은 눈으로 보기에 정말 편하다

 

세컨드 스크린은 전자잉크를 탑재하고 있고, 원래의 헤일로 키보드처럼 터치와 펜에 모두 반응한다. 이름은 사일런트 키보드(Silent Keyboard)라고 붙였다.

전자잉크의 장점은 간단하다. 볼 때 눈이 편하고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지 않는다. 주로 전자책에 쓰이므로 노트북으로도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레노버는 이 제품을 제작할 때 세컨드 디스플레이 부분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A4용지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가상 키보드지만 스크롤 등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다via GIPHY

 

터치 디스플레이가 두 개라는 건 여러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그림을 그리거나, 타이핑, 책 읽기 등 대부분의 행동이 가능하다. 위의 화면을 캡처해 아래에서 필기하거나, 그림을 그린 것을 다시 위의 화면으로 보낼 수 있는 기능들이 있다. 그러나 듀얼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하판은 화면을 출력하는 데는 사용할 수 없다. 주로 입력(그리기, 키보드)용에만 사용한다.

 

강용남 대표가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활용 사례를 설명 중이다

 

이 키보드의 가장 큰 단점은 헤일로 키보드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자는 과거 헤일로 키보드를 탑재한 제품을 리뷰한 바 있는데, 키보드를 입력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키보드는 사용성으로 따지면 수저와 비슷하다. 한번 학습하고 나면 더 이상 학습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 디지털 키보드는 영역에 대해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 이 제품으로 글을 쓰려면 종국에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갖고 다니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레노버는 햅틱(누를 때의 진동) 피드백, 시각 피드백(눌리는 효과), 인공지능을 넣었다. 이중 인공지능 기능이 특이하다. 예를 들어 naver를 입력한다고 치자. 이걸 터치 키보드로 쓰면 navet으로 입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용자가 평소 naver를 꾸준히 입력하고 있었다면 이를 navet 입력 시 naver를 입력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키보드를 누를 때 들어가는 듯한 시각 피드백을 준다 via GIPHY

 

쇼케이스에서 직접 만져본 결과 여전히 키보드를 입력할 때 불편했다. 원래보다 나아졌다고 쳐도 물리 키보드보다는 여전히 못하다. 다시 말하건대 키보드는 학습하는 게 아니다. 기기가 사용자에게 맞춰야지 사용자가 기기에게 맞추면 안 된다. 이 키보드는 글을 쓸 때는 사용하기 어렵고, 수정할 때, 검색하거나 사이트 주소를 입력할 때 정도에만 사용하면 좋겠다. 애초에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갖춘 태블릿으로 생각하면 된다.

 

필기감은 부드러운 걸 넘어서 편하다 via GIPHY

 

즉 이 제품의 라이벌은 맥북이나 다른 윈도우 랩톱이라기보다는 아이패드 프로나 서피스 프로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가장 적합한 사용자는 글을 별로 쓰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사용자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동봉되는 프리시전 펜은 상판과 하판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와콤의 AES 2.0 방식의 펜으로 일반적인 태블릿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태블릿을 두 개 갖춘 윈도우 노트북이라고 생각하면? 훌륭한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무게는 크기는 10.8인치로 적당하며 775g으로 태블릿PC류와 랩톱류의 중간 정도 무게다. 아이패드 2세대 수준의 무게이므로 가볍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패드 에어 2가 나온 뒤에는 저 수준 태블릿이 모두 무겁게 느껴진다. 반대로 랩톱을 챙겼다고 생각하면 매우 가볍다. 깃털 같다. 정말이지 오묘한 무게다.

프리시전 펜의 촉감은 애플 펜슬이나 갤럭시 노트의 펜이 아니라 와콤 태블릿의 느낌이다. 닿았을 때 둔탁하고 편안하지만 결과물은 예리하게 나오는 그 느낌 그대로다. 휴대용이므로 와콤 펜들보다는 조금 얇다. 즉 이 제품은 ‘와콤 태블릿(입력도구)에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입힌 거꾸로도 접히는 랩톱’이다.

 

 

가장 큰 허들은 가격이 아닐까 싶다. 레노버는 가능하면 낮은 가격으로 출시하는 회사지만 이 제품은 아주 낮은 가격으로까지는 출시하지 못했다. 부품이 많고 기술적으로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랩톱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느낌이다. 가격은 119만원부터이며 코어 i5를 탑재한 제품은 139만원부터다. LTE 제품도 출시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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