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의 짝으로, 사망 판정을 받은 윈도폰 대신 안드로이드가 그 곁을 메울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지 시각 10월 2일, 서피스 하드웨어 신제품과 함께 윈도우10의 안드로이드 미러링 지원을 발표했다.

 

 

윈도폰 OS는 처음엔 PDA용 OS인 윈도우 모바일을 조금 더 작은 화면에서 구동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아이폰이 한창이던 시절 삼성전자의 흑역사인 옴니아폰에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해 뭐라도 해보려고 하다가 무리수를 둬버렸다. 당시만 해도 모바일 UX 개념이나 중요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시대였으므로 마이크로소프트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UI를 잘 만들 줄 몰랐다. 조막만 한 화면에 굳이 바탕화면이 있고, 화면을 쓸어넘기는 애니메이션이 없었고(그냥 깜빡하면서 넘어갔다), 화면을 쓸어넘겨도 몇 초 뒤에 넘어가서 사용자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없었으며, 3.5인치의 작은 폰에 굳이 PC용 윈도우에 있는 홈버튼까지 넣었다. 그 버튼을 누르려면 사람이 아니라 작은 새 정도는 돼야 안정적으로 누를 수 있다. 여기서 어땠는지를 대충이나마 체험해볼 수 있다. 그래서 옴니아와 윈도우 모바일(6.1 혹은 6.5)은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삼선전자가 제대로 보상하지 않자 분노한 옴니아 사용자들은 옴니아 스마트폰에 불을 지르고 망치로 깨부수며 피의 축제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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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이폰은 모바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관성 스크롤과 정전기식 터치를 탑재해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통신사가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WIPI라는 일종의 국산 웹브라우저를 아이폰에 탑재하라고 했다가 원성만 샀다. 심지어 통신사마다 규격도 달랐다. 이 일로 별달리 욕을 먹지 않던 통신사도 ‘욕먹는 대기업’ 계열에 합류하게 된다.

 


당시 윈도 모바일 깔려면 무슨 CD 빌려야 되는지 묻는 친구도 있었다 via GIPHY

 

윈도우는 이후 윈도우 모바일을 버리고 별개의 OS인 윈도폰7을 출시한다. 눈부신 발명이었다. 모바일용 플랫디자인 대부분의 원칙이 윈도폰7의 스타일 UI에서 온 것이다. 결국 남 좋은 일만 시켰지만 말이다. 애플은 플랫디자인을 컬러와 음영으로, 구글은 빛과 그림자로 구동했다. 이건 너무 긴 이야기니 넘어가도록 하자.

 

이렇게 생겼었다

 

스타일 UI(처음엔 메트로 UI라고 불렀다)는 다른 OS의 특징인 아이콘 형태를 버리고 화면 전체를 타일을 쌓아놓은 형태로 만들었다. 아이팟의 대항마(는 무슨)인 MP3 플레이어 준 HD의 UI에서 차용한 것이다. 타일 내부에 픽토그램으로 이것이 어떤 아이콘인지를 표현했다. 또한, 이 타일은 그 상태로 머물러 있지 않고 가끔 뒤집히며 상태를 표시해준다. 예를 들어 메시지 타일은 메시지 몇 개가 왔는지, 사진 타일은 어떤 사진이 있는지 등을 표현해주는 방식이다. 모바일 시대에 잘 맞는 좋은 UI였다. 다만 각 타일 외모가 지나치게 비슷하고, 픽토그램 자체만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 폰을 열면 이게 무슨 앱인지 마구 헷갈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 타일 UI는 카드뷰의 시초가 된다. 안드로이드 UI나 페이스북 UI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장의 카드 안에 한 가지의 정보를 포함하는 방식이다. 페이스북의 포스팅 하나가 하나의 카드다.

 

아이콘 대신 타일을 탑재하고 정보를 표시한다

 

문제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윈도폰7이 출시된 2010년, 아이폰은 4까지 나와 시장을 쓸어 담고 있었다. 2010년은 갤럭시 S가 데뷔한 해기도 하다. 즉, 안드로이드도 점차 성장하고 있을 시기였다. 사용자들이 윈도폰을 쓸 이유는 윈도우와 정보공유가 된다는 것, MS워드나 엑셀을 폰으로 편집할 수 있다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도 폰에서 워드를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윈도우는 곧 윈도우8로 업그레이드한다. 문제는 윈도우7과 8이 다른 커널을 사용하는 전혀 다른 OS였던 것이다. 몇 안 되는 윈도우7 개발자 일부는 여기서 백기를 들었다. 윈도폰을 지원하는 회사들은 모두 7을 버리고 8으로 이동했다. 8은 이후 8.1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으며, 8 시절 배달의민족이나 카카오톡 등 한국 사용자들이 쓸만한 앱들도 등장하긴 했다. 우선 윈도폰을 아무도 안 썼지만 말이다. 당시 윈도폰을 쓰는 친구가 말했던 윈도폰의 장점이 딱 한 가지 있었는데,

“깔만한 앱이 하나도 없어서 폰이 되게 빨라”

윈도폰은 이미 신도 살릴 수 없었다. 윈도폰은 2014년 MS의 사망 선고를 받고 사라졌다. 윈도우는 허송세월을 뒤로하고 빠르게 클라우드 회사로 전환해 지금은 대부분의 수익을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내고 있다.

MS는 왜 그렇게 (딱히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 같으면서) 모바일 OS를 갖고 싶어 했을까. 이유는 여러가진데, 애플은 폰을 파는 회사고 구글은 광고를 파는 회사다. MS는 이들과 달리 OS 주도권을 통한 부가수익을 얻어야 했을 것이다. 또한, 아이폰 사용자가 맥과 아이패드에 친근함을 느끼는 것도 막아야 했을 것이다. 구글의 경우 아주 대척점에 서 있는 업체는 아니므로 굳이 제한을 걸 필요는 없었으나 그냥 부러웠을 것이다.

이렇게 멀리 돌아오다 보니 폰과 윈도우를 같이 쓰는 사람이 드물었다. 따라서 윈도우 사용시간은 (여가에 한해서는)필연적으로 줄어든다. 윈도폰이 그럭저럭 살아있었다면 윈도폰의 정보를 윈도우10에서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따라서 MS는 이제 안드로이드폰 미러링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기까지가 서론이다. 본론은 짧다.

 

윈도우10 안드로이드 폰 미러링 지원 ‘Your Phone’앱에서

윈도우10이 앞으로 안드로이드폰 미러링을 지원한다. 지금 당장부터는 아니고 내년부터다. 지금 지원되는 것도 있다. 사진(멀티미디어), 메시지 동기화 기능이다. 메시지를 받는 것뿐 아니라 윈도우에서 보낼 수도 있다. 마이소프트 스토어에서 ‘Your Phone’을 검색해서 받으면 된다. 한국어로는 ‘사용자 전화’다. 이런 건조한 이름이라니. 한국어 쓰는 외국인이 만든 앱인 줄 알았다. 이미지 등은 볼 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파워포인트 등에 바로 드래그해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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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링의 경우 모든 활용 시나리오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일정부분 조작이나 윈도우 내 구글 서비스들과의 동기화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만일 오피스365를 정기결제 중이라면 오피스 동기화도 이뤄지지 않을까 하고 예상해본다. 앱이 실행되는 것 정도는 이미 공개됐다.

 

설치된 앱을 모두 볼 수 있으며 앱도 실행된다(출처=engadget)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전은 비핵심 기능은 개방, 핵심 기능은 폐쇄로 정해지는 듯하다. 개방의 정도는 다르지만 애플과 유사하다. 현재 자사 상태에 대한 아주 정확한 진단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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