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종로·판교 “퇴근” 여의도·가산 “야근”

KT가 재미있는 통계를 내놨다. 셀룰러 네트워크 위치를 파악해 주52시간 근무제도 이후 사람들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다. 휴대폰과 기지국이 주기적으로 교환하는 신호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했으며, 비식별 정보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달에 10일 이상 동일 기지국에 4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연결된 휴대폰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다.

가장 직장 근처 체류 시간이 크게 줄어든 서울 내 지역은 광화문이다. 다수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위치해 있다. 작년 동기 대비 55분이 감소했다. 맛집이 많은 지역임을 감안해도 크게 줄어든 것이다. 출근 시각도 조금 달라졌다. 지난해 동기(8월 1일~9월 16일) 광화문 직장인들은 주로 7시 30분~8시 사이에 1/4에 해당하는 26%가 출근했으나 올해는 15%만 같은 시간에 출근했다. 출근 직전 시간인 8시 30분~9시에는 지난해 21%였던 출근자가 38%로 늘었다. 즉, 출근 시간이 비교적 늦춰진 것이다.

근무시간은 광화문 인근에서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주로 대형 게임회사가 자리하고 있는 판교의 경우 미묘한 차이이나 평균 근무시간이 11.6분 감소했다.

반면, 주52시간 근무제의 영향을 덜 받는 지역도 있다. 금융 대기업이 많은 여의도는 지난해보다 일 평균 근무시간이 6분 줄었고, IT기업은 많지만 대기업이 많지 않은 가산디지털단지의 근무 평균시간은 5분으로 늘었다. 가산디지털단지에는 사람들이 찾아가서 먹을만한 맛집이 많지 않다. 따라서 직장인들이 퇴근 후 지역에 머무를 이유도 많지 않은 편이다. 기자의 전 직장은 가산디지털단지에 있었다.

 

퇴근하는 이종철 기자

 

그렇다면 이 기간 직장인들은 무엇을 했을까? KT와 BC카드가 함께 분석한 결과로는 여가 활동 매출이 늘었다.

광화문과 판교의 경우 18시 이후 주류 관련 매출이 최대 14.7% 감소했다. 여의도와 가산디지털단지는 다르다. 작년 동기 대비 비슷하거나 다소 증가된 규모를 유지했다. 여의도와 가산디지털단지는 포장마차가 많은 지역이므로 주류 소비는 실제로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셀룰러 네트워크와는 별개로, BC카드 기준 동작구, 강서구, 동대문구 등의 여가 활동 매출이 최대 70.3% 증가했으며, 종로구나 금천구의 경우 여가 활동 매출이 6.7~7.7% 줄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관련 글

첫 댓글

  1. 광화문에 근무하는 맞벌이 직장인입니다. 52시간 근무 이후 저희집 가계부 내역의 가장 큰 변화는 식비의 폭증입니다. 회사에서 밥먹고 퇴근하는 일이 줄어서 둘다 집에서 저녁밥해먹다보니 쌀도 금방금방 떨어지고 밥해먹기 귀찮은 날에 외식비도 엄청 나네요.
    52시간 근무가 회사 입장에서 좋지 않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현실은 회사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