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 임금제 폐지, 실패한 조직의 기여도 인정, 고용 안정”

넥슨이 게임업계 중 처음으로 지난 3일 노조지회 설립을 알렸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실패한 조직이나 스탭 부서의 기여를 인정해 부를 재분배하고, 고용 안정을 현실화해달라는 것이 넥슨 노조의 요구사항이다.


배수찬 넥슨 노조지회장과 6일 저녁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배 지회장은 통화에서 “지금은 단독 교섭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포괄임금제 폐지, 재분배 문제 등에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아 노조를 만들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배 지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현재 노조 가입원 수가 어떻게 되나. 넥슨 전체 구성원에서 노조 가입원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될까?

700명이다. 첫 날 300명이 가입했고 사흘만에 700명이 됐다. 첫 날 이후 날마다 200명씩 늘었다. 넥슨 전체의 20%가 조금 안 되는 정도이고, 다른 회사의 노조보다 빨리 늘고 있다고 들었다.

Q. 게임 회사에선 첫 노조 설립이다.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배경이 궁금하다





유연근무제와 상충하는 포괄임금제가 있다. 포괄임금제는 사람을 많이 일 시킬 수 밖에 없는 구조고, 유연근무제는 일이 없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이 둘 이 공존하면 유연함은 유연함대로 발휘를 못하고, 일이 많을 때는 일을 많이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물론, 이를 적용해서 평균 근로 시간이 줄어든 건 있다. 그러나 평균이 떨어진 거지, 일이 많이 몰리는 사람에게 몰리는 건 그대로다. 변화는 긍정적이지만 우리가 원하던 그것만큼은 아니었다.

Q. 주52시간제 도입을 놓고 사측과 협상을 할 때 노사위원회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 노조 설립의 이유가 됐나

결국은 포괄임금제 폐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내부에서 이게 무조건 폐지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Q. 포괄임금제 폐지 이외에, 노조의 요구 사항은 어떤 것이 있나

실패도 기여로 인정하고, 최소한의 분배라도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게임업체)에서 해온 분배라는 것은 게임이 성공했을 때의 분배다. 지금 (노조가) 말하는 것은 게임이 실패했거나 또는 (개발 외에) 지원, QA 등의 일을 한 사람에게도 성공을 같이 기뻐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분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블루홀 같은 경우는 배틀 그라운드가 성공했을 때 다른 팀에게도 조금씩이라도 분배를 했다. 넥슨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용 안정이다. 예전에는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나면 이직을 해버리고 말았는데, 이제는 이직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노조가입원 중에 아이를 가진 사람이 많다. 고용안정을 바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옛날에는 20대가 많은 회사였는데 이제는 평균 연령이 올라가서 40대가 된 사람들이 많다. 사회활동으로 (지금의 직장이) 마지막이 된 것 같다. 사실, 노조를 준비하면서 처음에 (고용안정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었다. 나이든 분들에게, 아이를 가지고 지킬게 있는 사람들에게 절박한 문제라는 걸 알았다.

Q. 노조 설립에 대한 사측의 반응은 어떤가

아직까지는 서로 굉장히 당황스러워하고 있다(웃음). (넥슨이) 노동자랑 회사 둘 다 노조에 면역이 없다.

Q. 사측의 교섭 의지는 어떻게 느껴지나

아직 만나지 못했다. 단독 교섭권을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에 사측과 만나는 상견례를 하면서부터 교섭이 시작된다.

Q. 노동시간 단축 등이 한국 게임의 경쟁력을 줄인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말하기에는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나?

Q. IT 기업인데, 화학섬유노조를 택한 이유가 있나

여기 분들이 젊은 노동자랑 많이 일해봤다.  이분들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다거나, 혹은 우리가 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서로 다르더라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이라 함께 했다.

Q. IT 기업 중에선 네이버에서 가장 먼저 노조가 만들어졌다. 네이버 노조로부터 도움을 받은게 있나

일단 장소를 제공받았다. 노조 회의를 비밀스럽게 해야 하는데 회사 회의실에서 할 수 없었다. 회사 근처에도 다 업계 사람이다. 가까우면서 회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네이버 노조 회의실을 썼다. 그리고,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네이버 노조지회장이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했다. 그전까지는 ‘이걸 정말 만들어야 하나’하는 고민이 있었다. 네이버 노조지회장이 “노조는 부당함 때문에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노조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니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그게 좀 와 닿았다. “넥슨이 게임업계에서는 그나마 나은 조건인데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냐”가 아니라, “당연하니까(당연히 존재해야 하니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Q. 넥슨 노조 설립 이후에 스마일게이트에서도 노조가 만들어졌는데

거기도 정말 쉽지 않았을 거다. 해봤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노조를 만들 때 넥슨 직원들이 성원을 많이 보내줬다. 스마일게이트 직원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많이 힘들어 할 상황인데 암암리에 몰래 도와주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할 수 있었다. 스마일게이트 분들도 스마일게이트 지회장을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Q. 노조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노조는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사람을 비밀리에 모으는 게 제일 힘들었다. 사람이 많이 모인 후에는 의견이나 요구사항이 제각각 달라서 잘 융합시켜 최우선 순위를 정하는게 어려웠다.

Q. 개발자의 업무스타일이나 또는 성격상, 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데

확실히 어려웠다(웃음). 이 사람들이 같이 무언갈 해볼 경험이 없다.

Q. 구심점은 어떻게 만들었나

노사위원회 사람들이 우선 모였다. 700명이 모인 힘은, 포괄임금제와 재분배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교섭 들어가면서, 노조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사무실도 있어야 할 거 같고.

Q.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게임 노조가 앞으로도 더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른다. 앞으로 노조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진짜로 몰라서 하는 말이다. 만약, 세번째 노조가 나타난다면 정말 힘냈으면 좋겠다. 화이팅!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