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두번째로 많이 팔린 디저트는 ‘스푼즈 크림 모찌’였다. 이 모찌(찹쌀떡) 생산에 세븐일레븐과 협업한 곳은 삼립도, 롯데도 아니었다. 아재들의 게임, ‘리니지’의 제작사 엔씨소프트다. 스푼즈 크림 모찌 인기의 힘은, 동글동글 귀여운 캐릭터와 봉지 속에 들어 있는 50종의 ‘띠부띠부씰'(스티커)이다. 그러니까, 엔씨소프트는 캐릭터 디자인으로 편의점에서 전통의 과자 브랜드를 제친 셈이다.

‘스푼즈’는 엔씨소프트가 새로 만들어내는 IP다. 귀여운 캐릭터를 중심으로 굿즈(상품), 게임, 영상 등에 두루 활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엔씨소프트를 먹여 살린 것은 다름 아닌 리니지였는데, 앞으로는 더 많은 세대와 성별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게임 IP가 절실하다는 생각에 이 회사 UX 디자인실이 집중해 만들어냈다. 이달 말, 스푼즈 캐릭터를 등장시킨 페이스북 인스턴트 게임 ‘2048 스위츠 스타’가 선보이고, 내년 초 퍼즐 게임 ’12번가 이야기(12th Street Story)’가 나온다.

캐릭터라는 것은, 제대로 터지면 대박이지만 성공하기는 어렵다. 엔씨소프트로서는 새롭게 도전하는 캐릭터 IP이므로 더더욱 그럴 법하다. 스푼즈를 만들어낸 엔씨소프트 UX 디자인실 김정하 실장과 사업팀 이기동 팀장을 지난 4일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만났다. 스푼즈의 본격 데뷔를 앞두고, 이들이 그동안 무슨 의도로 캐릭터를 만들었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준비하는지 물었다.

엔씨소프트 UX 디자인실 김정하 실장(오른쪽)과 이기동 팀장.

♦ 엔씨, 페이스북 게임에 첫 도전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은, 사내외에서 ‘라 전무’라 불린다. 그 어떤 인간보다 승진이 빨랐다. 잘 만든 캐릭터가 회사에 어떤 인지도와 부를 가져오는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라 전무를 비롯한 캐릭터들은 카카오라는 메신저 플랫폼이 게임 시장에서도 큰 파괴력을 갖도록 도왔다.

엔씨소프트는 국내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게임사지만, 메신저 플랫폼을 보유하진 못했다. 엔씨소프트는 MMORPG 부문에서는 큰 힘을 갖고 있으나 캐주얼한 모바일 게임에선 사실상 후발 주자다. 스푼즈가 탄생한 배경은 그 고민에서 시작됐다.

“카카오나 라인처럼 메신저 플랫폼이 없는 게임 회사 입장에서 게임 그 자체를 매체로 써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우선 제작에 시간이 덜 드는 페이스북 인스턴트 게임을 먼저 만들어서 캐릭터를 널리 알리고, 그 힘으로 또 다른 네이티브 앱의 인기를 끌어오자고 생각했지요.”

김정하 실장에 따르면, 스푼즈는 이달 말 ‘2048 스위츠 스타’를 통해 본격 데뷔한다(이전에는 엔씨소프트가 투자한 개발사 버프스튜디오의 ‘마이오아시스’와 콜라보로 스푼즈 캐릭터가 등장한 적이 있다. 엔씨소프트가 직접 스푼즈를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씨소프트와 외부개발사가 공동 개발한 HTML5 게임으로, 페이스북 게임즈에 정식으로 내는 첫 출품작이기도 하다.

2048 스위츠 스타란?

숫자 로직 게임 ‘2048’과 유사하다. 2048이란 게임이 같은 숫자를 더하는 방식으로 가장 큰 수인 2048을 만들면 되는 게임인데, 이 로직을 쿠킹 게임과 결합했다. 달콤한 디저트를 뜻하는 ‘스위츠’를 재료를 더해 만드는 것으로, 스푼즈 캐릭터가 서버가 되어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음식을 만들어 내놓으면 성공이다.

김정하 실장이 들고있는 캐릭터는 민트초코 요정 신디다.

국내서는 HTML5 게임 플랫폼 중 가장 큰 곳이 카카오지만, 글로벌로는 페이스북이다. 가장 많은 이용자를 가진 곳에서 연내 1000만 이용자를 모으는 것이 2048 스위츠 스타의 단기 목표다.

페이스북이 글로벌 플랫폼이다보니, 스위츠 스타 개발에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이다. 우선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먼저 시작한다. 그래도 언어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누구나 직관적으로 게임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신경 썼다. 페이스북에 이미 수많은 인스턴트 게임이 올라와 있는 만큼, ‘귀여움’과 ‘쉬움’ 을 경쟁력으로 앞세웠다.

엔씨소프트는 대중적인 페이스북을 통해 스푼즈 캐릭터를 알리고, 내년 초 퍼즐게임인 ’12번가 이야기’를 내놓으면서 본게임에 돌입하다는 전략이다. 2048 스위츠 스타가 애피타이저라면, 메인디쉬는 12번가 이야기인 셈이다.

♦김택진 대표 “다이버시티(다양성)를 키워라”

김택진 대표가 최근 직원들에 가장 많이 언급하는 키워드는 ‘다이버시티(다양성)’다. 스푼즈 브랜드는, 다양성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20년간 리니지로 성장해왔다면, 미래는 리니지보다 더 많은 IP가 있어야 담보가 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하면 리니지라는 느낌이 있어요. 블레이드앤소울이나 아이온 같은 경우도 정통 MMORPG 느낌이 강하죠. 앞으로 저희가 다양한 도전을 하려면 포트폴리오 확장이 필요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장르를 만들어야 했죠. 남성 지향적 게임에서 조금 더 대중적이면서 15~35세 사이 여성을 공략할 수 있는 IP를 만들자고 했어요.”

이기동 팀장의 말처럼, 스푼즈는 엔씨소프트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작품이다. 스푼즈의 메인 캐릭터는 대중에 사랑받을 수 있는, 가족이 공유하기 쉬운 콘텐츠다. 타깃 시장도 한국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래서 캐릭터의 이름도 신디, 핑, 슬라임, 디아볼, 비티 등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로 모두 쉽게 발음할 수 있는 걸로 정했다. 애초 이 다섯 캐릭터의 원형은 블레이드앤소울이나 아이온의 수호령 캐릭터에서 왔으나 지금은 이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귀엽게 변했다.


처음부터 많은 대중에 다가가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이모티콘의 적극적 활용이다. 국내서는 라인과 카카오를 통해 이미 스푼즈 이모티콘이 나와 있다. 중국 위챗에서도 스푼즈 이모티콘이 인기를 얻었는데 그걸 계기로 엔씨소프트는 오는 7일 북경 토이쇼에도 참여한다.

김정하 실장은 “스푼즈 이모티콘이 위챗과 패스에서 100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며 “북미에서도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를 통해 스푼즈 캐릭터를 웹툰에 실어 봤는데 캐릭터가 귀엽다는 반응이 많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 엔씨도 한다, 캐릭터 사업

“방탄소년단이 글로벌로 사랑받고 있어요. 한국의 취향이 유튜브를 타고 글로벌로 통한 거죠. 유튜브가 취향을 제너럴하게 하는 것 같아요. 캐릭터 취향도 그래요, 마치 아이돌처럼요.”

김정하 실장에 따르면 스푼즈는 지금까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주로 홍보해왔다. 페이스북 스푼즈 페이지에 약 12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 스푼즈의 사업 다각화를 시작하면서 홍보의 무대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확대하고 있다. 지금은 유튜브에 적합한 콘텐츠를 기획 중에 있다.

일례로, 스푼즈 동영상은 2D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두 가지 기획안을 갖고 있다. 2D 애니메이션의 경우 1분 안쪽의 짧은 콩트로 기획된다. 스푼즈 타깃이 젊은 여성 층인 만큼, 짧지만 강력한 귀여움 한 방을 선보이는 영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사는, 스푼즈 탈 등의 소품을 이용해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방안이다.

엔씨소프트는 이 스푼즈 IP를 가지고 본격적인 캐릭터 사업도 할 생각이다. 오는 10월, 신촌 현대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연다. 물론 스푼즈 굿즈 판매를 위해서다.

이는 카카오나 라인이 프렌즈 상품을 처음 론칭할 때 썼던 전략과 거의 유사하다. 실제 수요를 예측한 이후, 정식 매장을 여는 것이 최근 캐릭터 굿즈 사업의 수순이다.

이기동 팀장은 “캐릭터는 결국 사람과 사귀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둘 사이에 애착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캐릭터 굿즈가 IP 흥행을 위해 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2D로만 보던 캐릭터를 실물로 보고 만지게 함으로써 애착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캐릭터 산업으로만 보면 엔씨소프트는 후발주자다. 패스트팔로워가 되어야 하는 셈이다. 김정하 실장은 “게임과 캐릭터 상품을 거의 동시에 보여줄 수 있게끔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