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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은 아닙니다만]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파괴적 혁신’이라는 말이 있다.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존의 질서를 파괴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자.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많은 시장이 파괴됐다. MP3 플레이어가 사라졌고, 컴팩트 카메라(똑딱이)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PMP(Portable Media Player)는 시장이 형성되자마자 폭파됐다. MP3 플레이어, PMP, 컴팩트카메라 사업자 입장에서 스마트폰은 철천지 원수인 셈이다.

만약 정부가 MP3 플레이어, PMP, 컴팩트카메라 업체 생존권을 지원한다며 스마트폰을 규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휴대폰에 음악 및 동영상 재생 기능 삽입 금지, 고화질 카메라 기능 금지 등과 같은 규제를 만들었다면 말이다. 스마트폰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고, 스마트폰이 가져온 모바일 혁명도 없었을 것이다. 근래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금의 절반 이하였을 것이다.

파괴가 두려워 규제하면 혁신할 수 없고, 혁신이 없으면 성장도 없다.

유명한 구태언 변호사가 지은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클라우드나인)’는 우리나라 규제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책이다. 구 변호사는 책에서 세계적인 혁신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 기업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혁신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구 변호사는 ‘혁신가들의 로펌’을 표방하는 법무법인 테크앤로의 대표다. 검사 출신으로 서울지방검찰청 컴퓨터수사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 수사부 등에서 쌓은 IT전문 변호사다. 최근에는 핀테크, 블록체인,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해소에 노력하고 있다.

구 변호사는 책에서 나쁜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택시산업 보호를 들 수 있다. 구 변호사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10년 안에 도래할 것이라며 우버의 자율주행 서비스가 보편적인 이동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장의 기득권을 앞세워 우버 서비스를 무조건 몰아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택시 기사들이 공백 없이 생존권을 보장받도록 지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대처가 될 것이다.”(63p)

구 변호사는 국내 업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역차별을 불어일으키고 해외 기업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효과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해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 정보가 해외에 저장되므로 물리적으로 국내에는 정보가 비어버리는 ‘정보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난다.”(102p)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 경쟁력은 중가지적으로 얼마나 많은 빅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기업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국가 차원에서도 정보 공동화는 해외 인터넷망이 단절될 경우 모리토리움(국가 파산)이 조래될 수 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데이터 주권의 확보는 너무나 시급한 과제다.”(103p)

구 변호사는 책에서 4차 산업혁명의 예정된 거대한 파도 앞에서 미국, 중국, 독일, 유럽 등이 미래 패권을 두고 벌이는 각축전, 공세적 스타트업 육성 정책, 이미 시작된 미래의 모습들을 최전선에서 보여준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한국이 반드시 마주하게 될 법률 이슈들을 살펴보고 글로벌 플랫폼 전쟁에서 승자가 될 방법을 모색해보고 있다.

저자가 그동안 200여 개 스타트업들의 무료 법률 자문을 하면서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법과 규제가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에 대한 제언도 담겨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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