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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게임즈, 왜 지스타 ‘메인스폰서’ 됐을까?

‘포트나이트’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에픽게임즈가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의 메인스폰서를 맡았다. 지스타는 올해로 열네번째 열리는데, 외국계 기업이 메인스폰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가 지스타의 메인스폰서를 맡느냐는 게임업계에선 꽤나 주목받는 관심사다. 현재의 대세를 엿볼 수 있는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인스폰서는 넥슨이었다. 행사장인 벡스코를 비롯해 부산 전역의 핫스팟에 지스타와 넥슨이 같이 홍보됐다.

그만큼, 메인스폰서를 하는데는 돈이 든다. 물론, 정해진 비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스타 사무국이 만든 프로그램을 메인스폰서가 맡아 준비하는데, 어떻게 꾸미느냐는 기업의 재량이므로 드는 비용도 달라진다.

게임 업계에서는 지스타 메인스폰서의 비용이 10억원 안팎 규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큰돈을 들여야 하는 만큼 아무나 하지 못한다. 역대 메인스폰서들은 공통의 성격이 있다. 주로, 이 기간 큰 마케팅 비용을 들이더라도 확실하게 홍보하고픈 신작이 있는 대형 게임사다.

포트나이트

에픽게임즈 입장에선, 그 신작이 ‘포트나이트’다.

포트나이트는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다. 배틀그라운드가 정식발매 전부터 스팀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면서 같은 장르의 게임이 봇물을 이뤘다. 대표적 사례가 포트나이트다. 심지어, 최근에는 후발주자인 포트나이트의 인기가 배틀그라운드를 뛰어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포트나이트는 지난해 7월 얼리억세스 버전으로 발표된 이후, 글로벌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 6월 기준, 에픽게임즈가 밝힌 글로벌 이용자 수가 1억2500만명 수준이다. 모바일 버전은 올 여름 공개됐다.

에픽게임즈는 기세를 몰아 국내서도 포트나이트의 우위를 굳힌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는 지스타 사무국과 메인스폰서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더 많은 국내 팬들에게 ‘포트나이트’의 재미를 알리기 위해 가장 효과적 장소인 ‘지스타’에 메인스폰서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지스타 기간 게임에 흥미를 가진 잠재적 이용자를 대상으로 부산 전역에서 포트나이트를 홍보함으로써 확실한 이용자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에픽게임즈 홈페이지 갈무리

에픽게임즈가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최근 ‘탈 구글’을 선택한 것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에픽게임즈는 최근 포트나이트 모바일 버전을 공개하면서 이 게임을 구글의 앱장터인 ‘구글플레이’에 등록하지 않았다. 대신 직접 유통을 선택했는데, 사용자들이 포트나이트 홈페이지에서 설치파일(APK)을 내려 받아야 하는 조금 더 번거로운 방식이다.

에픽게임즈의 선택은 포트나이트의 인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모바일게임은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라는 두 앱 마켓이 완전히 지배한 영역이었다.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은 이용자가 가장 많은 길목을 이용하는 대가로 각 플랫폼에 매출의 30%를 떼어줘야 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가 인기가 있는 만큼, 구글과 한 판 붙어볼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신작 게임을 홍보해주는 ‘피처드’에 올라가지 않아도 게이머들이 포트나이트를 안다는 자신감의 발현이다. 마켓에 떼어주던 수수료를 지스타 메인스폰서 같은 마케팅에 더 쏟아 붓는 것이 이용자를 자생적으로 모으는 방법이라고 본 것 아닐까.

물론, 에픽게임즈의 최대 주주가 텐센트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게임 플랫폼이자 구글에 대적할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구글에 대한 견제를 포트나이트로 실험해본다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이번 지스타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는, 가장 많이 관람객을 모을 두 게임 – 포트나이트와 배틀그라운드- 모두, 텐센트가 대주주라는 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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