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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페북질만 하던 그는 어떻게 ‘와그’를 만들었나

선우윤(37)이 창업한다는 말을 꺼냈을 때, 솔직히 망할 줄 알았다. 마땅한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몇년 동안 회사생활하면서 모은 5000만원을 모두 털어 창업을 한다니, 말려야겠다 싶었다. 그때 선우윤은 막 아빠가 된 참이었다. 확실한 아이템도 없이 뭘 하려고 하느냐, 종잣돈만 날릴 수 있는데 그냥 회사를 다니는 게 낫지 않겠느냐 물었다. 웃으면서 하는 답이 기가 막혔다. “일단 사람부터 모으다 보면 뭐가 되든 되지 않겠어?” 그게, 2015년 1월의 일이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그해 연말쯤 다시 연락이 왔다. 정부가 지원하는 ‘스마트 벤처 창업학교’에 붙었다는 낭보였다. 지원금 1억원짜리 사업이었다. 특별한 아이템도 없이, 매일 친구랑 둘이 흡연실 딸린 커피숍에 앉아 페이스북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합격했는지 궁금했다. 답이 또 한번 기가 막혔다. “사람을 모으면 뭐든 될 거라고 했잖아. 이제 시작이지, 뭐.”

선우윤은 그 1년 간 여행이나 신발 등 여러 주제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하루 평균 열 개의 콘텐츠를 올렸다고 했다. 그야말로 콘텐츠 생산의 막노동이었다.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입소문이 나자 팔로워가 빠르게 늘었는데, 그중 ‘레이브 트립’이라 이름 붙인 여행 페이지가 가장 인기를 얻었다. 50만명이 넘는 이가 레이브트립에 ‘좋아요’를 눌렀고, 정부 지원 사업 평가단은 꽤 많은 이가 찾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괜찮은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봤다.

레이브트립은 이후 ‘와그(WAUG)’로 변신했다. 와그는 여행지 입장권, 교통편, 맛집, 투어를 모바일로 예약하고 현지에서 바로 쓸 수 있게 한 여행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이다.  항공과 숙박을 제외한,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액티비티라 정의하고 관련 상품을 모바일 티켓으로 앱에서 판매한다.

일단 재미있는 여행 이야기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붙인 사례다. 그렇게 선우윤은 ‘선우윤 대표’가 됐다. 홍보, 마케팅, 기자 일을 하던 30대 중반의 평범한 청년이 ‘여행 액티비티’라는 분야를 개척한 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지금은 와그 외에도 이곳저곳에서 여행 액티비티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광고하지만, 와그 창업 당시만 해도 대중에 생소한 단어였다.

와그는 지금까지 총 네 번에 걸쳐 13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용자들은 매월 20만 건의 결제를 와그에서 한다. 수익모델은 액티비티 상품 판매로 인한 수수료를 기본으로 하는데,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네 배 이상 뛰어 올랐다. 올해 연매출 목표는 300억원이다. 지난 6월에는 배우 이제훈을 모델로 한 TV 광고를 시작했다. 와그가 아직 크게 성공한 기업은 아니지만, 이제 생존을 걱정할 단계는 지나갔다는 걸 알리는 신호다.

와그의 성장 동력은 세가지로 보인다. 와그는 세가지 ‘퍼스트(first)’ 전략을 썼다.  첫번째는 ‘마케팅 퍼스트’다. 아이템을 잡기 전부터 페이스북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서비스를 쓸 이용자를 먼저 모았다. 두번째는 ‘모바일 퍼스트’다. 휴대폰으로 무엇이든 사고파는 세상에 유독 여행사만 낙후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마지막으로는 ‘글로벌 퍼스트’다. 신생기업이면서, 서비스 시작부터 동남아 상품을 국내와 함께 판매했다. 지금은 일본과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했다.

선우윤 와그 대표

마케팅 퍼스트

전형적인 문과생이지만, 선우윤 대표에게 스타트업이 낯선 단어는 아니었다. 창업 직전 다닌 곳이 ‘돈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만드는 스타트업이었다. 나중에 ‘돈톡’은 우리은행에 인수되면서 ‘위비톡’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는 이곳에서 주로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했지만, 작은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업무 외에 다른 부서의 일도 겸하면서 회사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대략적인 환경을 이해하게 됐다. 스타트업에서 멀티 플레이어로 일하다보니 얻게 된 강점이었다.

아이템도 없이 창업을 결정하고 벌컥 사업자 등록부터 했다

창업 직전 다니던 곳이 메신저를 만들던 스타트업이었다. 그 회사에 다니면서 대략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알게 됐다. 투자는 어디서 어떻게 받는 건지, 서비스 기획은 어떻게 하는지를 전반적으로 습득했다. 그 과정에서 돈의 흐름과 시장을 보는 눈을 키웠다. 당장 아이템이 없어도, 무언가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시작했다. 그동안 모은 월급 5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친구와 함께 회사를 차렸다. 나는 급여를 받지않고, 같이 시작한 친구한테는 월급 50만원을 주면서 우선 1년을 버틸 생각이었다.

1년을 버티면서 무엇을 하려고 했나

이전 회사에서 경험한 것 중 하나가 기본적인 마케팅 채널이 없으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었다. 사업 시작 전에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려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포스트 채널을 만들어 여행 관련 콘텐츠를 모으기 시작했다. 아이템을 정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때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홍보 채널이 필요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게 없으면 모든 게 다 돈이니까.

어떤 마케팅 채널을 활용했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하나만 만든게 아니고, 여행이나 신발 등 관심 있는 분야의 페이지를 여러개 만들어서 운영해봤다. 그런데 그 중에서 ‘여행’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팔로워가 가장 빠르게 늘었다. 당시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가는 것이 하나의 사회 분위기로 형성되던 시기였다. 지금도 페이스북 마케팅이 유용하냐고 물으면, 그때처럼 빠르게 팔로워를 늘리기 쉽지 않다고 답하겠다.

와그가 만든 카드뉴스의 예

가장 집중한 부분은 무엇인가

콘텐츠다. 처음에는 자유여행자를 타깃으로 기본적으로 각 여행지에 가서 해봐야 할 일, 가볼 곳, 먹어봐야 할 것을 소개했다. 나는 여행전문가는 아니지만, 포털부터 시작해 인스타그램까지 모든 정보를 검색했다. 그리고 더 구체적인 것들을 알아봐서 그걸 우리 식의 콘텐츠로 만들었다. 당시에 우리 팔로워가 50만명 정도 있었는데 콘텐츠만 7000개 이상 만들었다. 하루에 10개씩 만들었으니까. 셋이서 밥먹고 콘텐츠만 만들었다. 아침에 눈뜨면 나와서 커피숍에서 하루종일 카드뉴스만 만든거다.

팔로워를 빨리 늘린 비결이 있나

그때 시기가 좋았다. 지금은 못 만들 거 같다. 페이스북도 가입자가 늘던 시기고, 카카오 스토리도 그랬다. 네이버도 블로그에서 포스트로 트렌드가 바뀌던 시기라 교묘하게 때가 맞아들던 시점이다. 그 시점에 세 곳을 다 들어갔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댓글에 올라온 반응을 보면서 다음 콘텐츠에 반영했다. 댓글의 반응이 굉장히 많은 것을 보여준다.

선우윤은 마케팅 창구를 확보하고 나서야 아이템을 잡았다. 정부사업인 ‘스마트 벤처 창업학교’ 소식을 듣고선, 여기 지원하기 위해 빨리 아이템을 선정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러다 예전에 제주도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친구랑 뭔가 신나는 것을 해보고 싶은데 주변에 어떤 놀거리가 있는지 알기 어려워 헤맸던 추억이다.

딱 무엇을 하겠다고 정해놓은 게 아니라서 포털에 검색하려고 보니 적당한 검색어가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자연히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은 액티비티를 찾기 어렵겠구나”라는 문제 인식이 생겼다. 호텔만 해도 풀빌라, 디자인 호텔 같은 검색어가 다 만들어져 있는데 액티비티는 마땅한 단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걸 잘 카테고리화해 쓰기 편하게 서비스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서 해외 서비스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한국엔 이런 서비스가 없으니 통하겠다는 생각이 이어졌다.

결국, 여행, 그 중에서도 액티비티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특히 페이스북 페이지 콘텐츠 중에서도 ‘여행’에 대한 반응이 제일 좋았다는 게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개발자를 수소문해 구해서 2016년 3월과 5월에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 앱을 선보였다.

당시엔 경쟁할만한 액티비티 앱이 없었나? 

당시 나온 앱들은 ‘가이드 투어’만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가이드 투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나도 가이드 투어를 안 하고 혼자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또 다른 서비스는 앱이 아니라 사이트로만 정보를 제공했다. 제주도에 놀러 갔을 때, 관련 정보가 네이버에서 안나오니까 내비게이션으로 위치를 찍어서 다녔는데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성을 따지려면 사이트는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앱을 먼저 냈다. 앱은 국내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만들었다.

액티비티 정보를 주고, 예약을 하게 한 시스템인데 아이디어만 있다고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제휴처와 관계 같은 걸 다 실행해 내야 하지 않나

스마트 벤처 창업학교의 지원금이 1억원이었는데,여기에 우리 자본금을 보태 직원을 8명까지 늘릴 수 있었다. 제휴 영업을 담당할 친구들을 채용했다. 한 명은 경상도, 한 명은 전라도, 한 명은 강원도 이런 식으로 지역을 나눠서 뚫었다. 방판을 한 거다. 연락하고 찾아가면 너무 늦기 때문에 가게가 보이면 그냥 들어가서 영업했다.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주변 정보를 파악해서 액티비티 영업을 했다.

와그에서 왔다고 하면, 다들 잘 몰랐을 텐데

그렇다. 액티비티란 단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버스에도 ‘액티비티’란 단어가 붙어 있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이런 서비스를 만들거다”라는 소개서를 만들어 보여주며 설득했다. 그당시 제휴했던 곳이 아직도 제휴를 하고 있다.

서비스 특성 상 결제가 와그에서 이뤄지면, 수수료 등의 문제로 제휴처가 싫어했을 것 같다

페이스북 50만 팔로워가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삼았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사장님의 가게를 홍보해주겠다”고 했다. 제휴처가 하나하나 늘어날 때마다 홍보해줄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예를 들어서 동강에 이러한 레프팅 가게가 있고, 여기서 어떤 방식으로 재밌게 놀 수 있다는 내용의 콘텐츠를 만든거다. 동강 레프팅 사장님 입장에서 좋은 건, 우선 사람들이 동강에 많이 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최대한 예약을 많이 받아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둘다 사람을 많이 모아야 하는 것이므로, 결국 사장님도 손해 보는 게 아니다.

작은 로컬 업체는 홍보 채널이 없는 게 가장 고민이다. 호텔이나 항공과 액티비티가 다른 점은, 호텔과 항공은 워낙 큰 업체라 스스로 홍보할 수 있다.  그런데 액티비티는 파편화되어 있고 작기 때문에 프로모션을 해도 스스로 알릴 수 없다. 직원들이 영업할 때 나는 콘텐츠 만드는 일에 집중했는데, 그전보다 더 많이 제작했다. 하루에 제휴처가 20개 들어오면 20개의 콘텐츠를 다 만들었다. 결과물을 제휴처에 보여주면 사장님들이 좋아했다.

제휴 맺을 때마다 계속 콘텐츠가 올라오면 이용자들 반응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을텐데

그때부터 우리가 순수 콘텐츠 회사 이미지에서 은퇴하고, 업체 이미지로 간 거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그래도 이탈자가 줄진 않았다. 대신 가입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조금 둔화되었을 뿐이다. 그건 원래 성장 속도 그래프도 그렇다. 제휴, 영업이 정말 중요하다. 영업인력이 많지 않은데 비해 빨리 상품을 확보한게 지금의  지금 상품이 1만4000개다. 월평균방문자(MAU)는 120만명 정도다

왼쪽은 광고 모델인 배우 이제훈, 오른쪽은 와그 모바일 앱 첫 화면.

모바일 퍼스트

창업 초기 와그가 강조한 것은 ‘모바일 퍼스트’다. 이전에는 여행 시장을 완전히 PC가 장악했었다. 그런데 와그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모바일을 공략했다. 이 회사의 매출도 대부분 모바일에서 나온다. 타깃층은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세대다고, 특히 여성이 많다. 여행지나 상품을 결정하는 사람이 대체로 여성이 많은 까닭이다.

선우 대표는 모바일에서 와그가 가진 강점을 사용자환경과 경험(UI와 UX)의 깔끔함이라고 본다. 검색부터 결제까지 앱 안에서 몇 번의 터치로 완결되는 것이 이용자에 편리함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모바일 티켓을 바우처로 만들어 지급한 것이 처음부터 주효했다. 이 부분에서 그동안 대다수 여행사는 그때까지 우편으로 상품 티켓을 보내는 등 낙후된 상황이었다.

예컨대, 기존 여행사에서 액티비티 바우처를 구매한 이용자는 예약한 상품에 대해 더 알려면 전화문의를 해야 했다. 와그는 바우처를 모바일로 자동 발급하고, 이용자가 서비스를 예약할 때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받기 때문에 자동 발권이 가능하다. 예약할 때 상품 이용시간은 물론이고 픽업 시간 같은 자세한 것 까지 모두 ‘터치’로 입력 가능하게 해놓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바우처 사용을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바일이라 편한 UX는 무엇일까

와그 첫 화면도 내 주변이 먼저 나온다. 위치기반이다. 지도 위에 내 위치가 점으로 표시되고, 주변 맛집이나 액티비티를 볼 수 있다.

제휴사는 전산화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을 텐데

그렇다. 그래서 우리도 관리자를 쓰고 있다. 와그 파트너앱이 따로 있다. 시설물 같은 경우엔 QR코드 바우처를 내보내면 그걸 찍고 입장이 가능한데, 스노쿨링 같은 체험은 시설물이 별도로 없지 않나. 이런 곳에서는 파트너앱을 쓰면 된다. 이 앱에서 이용자의 이름과 이용 시점 같은 내용을 바우처로 발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연동되어 있다.

기술 기반으로 움직이는 회사인데, 대표가 기술을 모르지 않나

개발은 직접 못하지만 개발의 원리는 안다.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마케팅과 홍보를 같이 했는데 마케팅을 하면거 개발일정과 특허 체크 같은 걸 다 했다. 사실상 프로덕트매니저(PM)의 역할을 했다. 지금 서비스도 초반에 내가 PM을 했다. 데이터 기반이 어디고, 그 정보를 어디서 불러와야 하는지 정도는 안다. 앱 개발자가 2016년 1월에 와서, 한 명이 안드로이드와 iOS를 모두 만들었다. 각 두달씩 걸렸다. 백엔드는 iOS 개발전에 아이템 정했을때 백엔드 개발자를 먼저 구해 만들었었다.

개발자 구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47명 중 12명이 개발자다. 처음에 우리와 합류한 개발자는 와그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려다 잘 안된 경우였다. 우리가 투자를 받았고, 그 개발자가 조인했다.

서비스의 경쟁력은 어디 있다고 보나

우리는 거래액 대비 매출이 큰 편이다. 왜냐면, 다른 업체들이 중간 대행사를 거쳐 계약하는 반면, 우리는 사업장과 바로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용자가 상품을 골라 예약할 때 달력에서 실제 당일에 구매가 가능한 상품만 보여줄 수 있고, B2B도 가능하다. 날짜별로 환율을 적용한 가격 책정도 백엔드에서 연동이 가능하므로 된다. 변수를 진짜로 많이 고민했다. 상품마다 고객에 필요한 정보가 다를 수 있는데, 그것도 상품 예매에서 곧바로 저장할 수 있어 별도로 연락해야하는 수고를 줄였다.

앱을 만들고 처음 판매한 상품이 무엇인가

딱히 첫 상품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게, (앱) 오픈 전에 이미 백몇십개의 상품을 깔아놨다. 태국도 40개 정도의 상품을 먼저 확보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매출은 한강에서 하는 서핑 상품이었다. 원래는 첫 매출이 구로에서 하는 클라이밍에서 날 뻔 했는데, 해당 업체 사장님이 갑자기 아프다고 쉬셔서 그게 취소가 됐다.

글로벌 퍼스트

와그는 각 성장 단계마다 모두 투자를 받았다. 씨드 투자부터 프리 A, 시리즈 A, 시리즈 B 까지 총 네번에 걸친 투자 유치다. 눈에 띄는 부분은 씨드 투자다. 다날과 옴니텔에서 3억원을 유치했는데, 실질적으로 2015년 9월에 받아서 서비스 나오기 전에 받았다. 스마트 벤처 창업학교의 주관사였던 옴니텔이 투자한 첫 사례였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고 투자했다. 그때 시범적으로 페이지 통해서 국내 액티비티 상품 하나를 콘텐츠를 통해 판매했는데 꽤 잘 팔렸다.

본격적인 투자는 프리A 부터였는데 테마가 ‘글로벌’이 됐다. 해외 아웃바운드로 가겠다는 명목이었다. 처음에는 태국과 방콕으로 시작했다. 티켓몬스터 출신의 현지 여행사를 하던 친구에게 소개를 받았다. 그렇게 현지 여행사와 처음 제휴를 맺고 상품을 공급 받은 다음에, 잘 팔리는 상품은 와그가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은 가장 잘 팔리는 인기 상품 50개 중 40개가 직접 계약으로 자급율을 높였다.

처음엔 국내 액티비티 시장을 겨냥했지만, 요즘은 ‘글로벌’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때도 해외 상품이 있었다. 단지 국내 상품이 더 많았을 뿐이다. 처음부터 아웃바운드가 목표였다. 한국을 먼저 한 건, 일단 상품을 많이 깔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국내 제휴보다 해외 제휴가 조금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거래량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만든 거다.

영어로 된 별도 앱은 낼 생각이 없나

영어도 이미 지원한다. 별도 영어 사이트는 ‘비투비와그닷컴’이 있다. 해외 어디든 우리 상품을 가져다 팔 수 있게 한거다. 여기 고객은 개인이 아닌 여행사다. 땡처리닷컴, 호텔패스 같은 곳이 우리 고객이다.

일본 지사도 만들었는데

일본은 아직 액티비티 시장이 비어 있다. 한국은 액티비티 상품을 우리 같은 곳이나 여행사가 소셜커머스 같은 곳을 통해 공급한다. 가격 경쟁도 심하다. 그런데 일본은 아직 소셜커머스도 없고, 액티비티를 모아 판매하는 플랫폼도 없다. 일본 국민의 해외 여행은 큰 여행사는 있어도 플랫폼은 없다. 일본에도 자유여행이나 액티비티 수요가 많지만, 아직까지 그들을 만족시킬만한 서비스가 없는 거다.

국내 여행 스타트업이 일본에서 승산이 있을까?

일본 같은 경우에는 ‘밸트’라는 서비스가 액티비티 중엔 유일하다. 그런데 와그와 가격 경쟁이 안 된다. 한국의 해외여행객 수가 일본보다 많기 때문에 더 싸게 액티비티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어서다. 예컨대 해외여행객 수만 놓고 보면 중국이 최대다. 그래서 중국에서 한국 여행사의 경쟁력이 없다. 한국 여행사가 아무리 잘해도, 중국의 여행사보다 상품을 싸게 갖고 오지 못한다. 같은 논리로, 일본인의 해외여행객 수는 1500만~1700만명이다. 한국은 2700만명이다. 일본의 여행사보다 우리가 더 상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다. 모든 상품이 정가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 나도 이 가격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웃음).

에어비앤비 이런 곳들도 액티비티를 시작한다

거기는 투어만 한다. 호스트를 기반으로 한. 에어비앤비가 호텔을 하지 않는 이상 이 시장으로 안 들어올거다. 에어비앤비는 숙소를 기반으로 하는데 호스트를 기반으로 하지, 아직 호텔 OTA(온라인여행사)처럼 안한다. 저희는 액티비티 OTA고, 에어비앤비는 호스트를 기반으로 한 투어지, 절대로 OTA로는 안 넘어올 거라고 본다. 그들은 숙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액티비티의 티켓화해 팔기 이전에 호텔을 먼저 해야하기 때문이다.

야놀자 같은 국내 숙박기업도 마찬가지다. 해외 진출을 하려면 해외 액티비티부터 하기 어렵다. 해외 호텔부터해야 한다. 에어비앤비가 지금까지 성장해오면서 아직 호텔 예약을 안했다. 이미 정형화되어 있는 상품에 관심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만약 관심이 어느정도 생겼다고 하면, 100% 액티비티가 아니라 숙박부터 할테니 우리는 최소한 3~4년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사이 우리가 덩치를 더 키울 수 있다.

국내 숙박앱들도 액티비티를 시작했는데, 숙박 이용자들이 액티비티까지 구매한다고 치면 와그도 영향을 받지 않겠나

와그에서 해외 여행 결제자가 90%다. 국내 숙박앱이 해외에 가려면 몇 년 걸릴 거다.

외국 호텔 서비스가 액티비티 사업을 한다면?

부킹스닷컴 , 호텔스닷컴 등이 최근 액티비티 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에 관심을 갖는다면 누군가를 인수할 거다. 그러면 그 후보중에 우리가 있을 거다. 액티비티만 하고 있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

항공과 호텔은 할 생각이 없나

전혀 없다. 이 시장이 크다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웬만하면 다 할 수 있다. 크루즈, 실내 액티비티, 쿠킹 클래스, 워터스포츠, 이색 체험, 시티투어버스, 아쿠아리움, 공연, 현지맛집, 레스토랑 등 현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다루는 범위를 넓히기 보다는 깊이를 깊게 가져가려고 한다. 우리가 호텔이나 항공을 한다면, 겉핥기가 될 거다. 우리 고유의 색깔이 없어진다. 그보다는 카테고리 킬러가 되는게 목표다.

선우윤 대표는 3년 뒤 자력으로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이 와그의 목표라고 했다. 거래액이 4000억원 수준으로 올라온 다는 가정 아래서다. 앞으로 사업을 확장활 계획도 있다. 예를 들어 음식&음료(F&B) 사업이다. 와그는 현재 서울에 있는 왠만한 호텔 레스토랑이나 맛집과 제휴 중에 있다. 기존에는 와그가 일년 중 열흘만 사용하는 앱이었다면, 이제는 나머지 355일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연내 300군데 레스토랑 제휴가 목표다. 퀄리티 있는 곳을 제휴한다. 구글지도와 연동되어 있어서, 와그 앱 자체가 맛집 지도가  되기도 하고, 액티비티 지도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연내 일본 등 해외 렌터카 사업도 시작한다. 앱에서 렌터카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다. 액티비티라는, 아주 작은 카테고리가 킬러 아이템으로 커다란 여행사를 뒤흔들 수 있을지, 그 흥미로운 실험이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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