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왜 블록체인을 도입할까, 블로터 레벨 파운데이션

2006년 블로거와 기자의 중간쯤 위치하겠다는 의미로 출범했던 블로터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목표는 완전한 탈중앙화의 미디어다. 이름은 레벨(level). 미디어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겠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형태는 독자 입장에서는 지금 그대로다. 각 언론사가 있고, 그 언론사에서 뉴스를 보거나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사 입장에서는 다르게 움직인다. 각 언론사는 레벨 프로젝트의 블록체인 노드가 된다. 레벨 프로젝트의 입장에서 보면 각 언론사는 하나의 에디터가 된다. 이 에디터가 1인 크리에이터의 글을 모아서 발행하는 것이다. 에디터는 일반 언론사 외에도 뉴미디어, 블로거 등 비슷한 일을 하는 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만약 사이트를 갖추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서버 비용 등의 부담을 지지 않도록 레벨 파운데이션의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체인의 중간에는 1인 미디어 풀과, 그 미디어를 발행하는 에디터가 있다. 이들이 가진 기사의 정보는 독자와 광고주 두 쪽으로 공유된다.

데이터 연동은 CMS로 한다. 흔히들 말하는 언론사가 기사를 입력하는 시스템(집배신)이다. 네이버 블로그의 스마트 에디터 등으로 생각해도 된다. 이 언론사의 CMS를 레벨이 제공하는 것으로 교체하면 된다. 일종의 큰 시스템 교체 작업인 셈이지만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를 위해서는 필수다. 그러나 언론사의 CMS 교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네이버와의 연동, 연합뉴스 등 통신사와의 연동도 고려해야 한다. 김상범 블로터 대표는 “하고 싶을 정도의 편의성을 갖춘 CMS”로 언론사의 니즈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CMS로 기사가 공유돼 조회수 등의 기여를 하면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공유한다. 일반 언론사라면 유료 기사를 제공하거나, 배너 광고 등을 얹을 수 있다. 광고를 얹을 때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 시스템이 보내주는 광고를 채용한다. 여기서 콘텐트 평가 알고리즘(일부 변형된 Schelling Coin)을 통해 기여도를 측정해 금액을 배분받는 형식이다. 언론사가 아닌 기고자를 모아서 하는 에디터의 경우에는 기고자의 컨텐츠가 얼마나 성과를 올렸는지를 분석해, 에디터가 일부를 가지고 기고자에게 수익을 준다. 이 계약 과정 역시 레벨 프로젝트 내부 스마트 계약에 포함돼 있다. 즉, 크리에이터는 레벨 내 컨텐츠 생태계에 글을 쓰고, 이를 에디터들이 사서 퍼블리싱한다. 이 오픈 컨텐츠 마켓에 독자와 광고주가 연결되는 식이다. 스팀잇에 보팅 개념을 빼고 광고주 개념이 붙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네트워크 전체에서 오는 수익은 스마트 계약을 통해 공동 기금으로 징수돼 운용 비용으로 사용한다. 이 모든 과정은 현금이 아닌 레벨 프로젝트의 가상화폐로 진행한다.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공된다.

 

실험의 이유는 플랫폼 수익 독점 방지

블로터가 이러한 실험을 하는 이유는 컨텐츠의 수익을 플랫폼이 독과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블로터가 보기에는 네이버의 월간 신규 블로그 문서는 약 900만건이고, 이 중 90%가 네이버 블로그이며, 블로거 대부분은 글을 작성하는 대가를 받지 못하거나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유튜브도 비슷하다. 즉, 컨텐츠 생산자가 아닌 유통자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다. 레벨 프로젝트는 유통자를 시스템으로 교체하고, 이 시스템은 돈을 가져가지 않도록 데이터를 분산한다. 따라서 블로터도 레벨 프로젝트의 주인이 아닌 하나의 에디터 수준으로 참여한다.

 

미디어 레이어는 세 겹으로 구성된다. 기사 정보는 맨 위 미디어 레이어에, 기사의 내용은 DB 레이어에 저장된다.

 

그러면 이러한 DB는 레벨 프로젝트의 것이 될까? 만약 레벨 프로젝트가 이 DB를 가질 권한을 갖는다면 네이버의 컨텐츠 병목현상과 차이가 없다. 따라서 DB는 분산화를 목표로 한다. 우선 글 등의 무거운 데이터는 여전히 언론사의 서버에 저장한다. 그러나 작성자, 에디터, 발행 시점 등의 메타 정보를 메인넷에 저장하고 이를 블록체인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분산 노드를 위해서는 노드 애플리케이션, CMS, 스토리지 제공자, 퍼스널 홈 서버 등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운영은 블로터가 아닌 운영위원회를 통해서.

그렇다면 블로터는 어떻게 권력을 내려놓을 것인가. 블로터가 세운 재단인데 블로터가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해결책은 자율 거버넌스다. 네트워크 운영위원회를 두고 이들이 거버넌스를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운영 위원이 되는 방법은 토큰 보유자 선출이다. EOS의 시스템과 유사하다. 운영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토큰을 예치하고 출마해야 한다. 투표 역시 정해진 양의 토큰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선출된 운영위원은 공동 규약, 공동 기금, 네트워크 운영 등 전반적인 운영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한다. 또한, 토큰 보유자들은 공동 규약을 위반한 CM 탄핵을 고발할 수 있다. 고발 알고리즘으로는 ‘토큰 선별 목록(Token Curaterd Registries)’을 사용한다.

그런데 토큰 보유량에 따른 선출은 맹점이 있다. 1표를 행사할 때마다 토큰을 내게 되므로 토큰을 많이 가진 사용자가 유리하다. 만약 비윤리적인 거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막기 위해 쿼드러틱 보팅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한표를 행사하기 위한 토큰이 1토큰이라면, 두 표를 위해서는 4, 세 표는 16토큰을 내야 한다. 또한, 투표를 위해 사용한 토큰은 투표 종료 후 재단의 것이 된다. 따라서 돈이 많은(토큰을 많이 보유한) 출마자라 해도 쉽사리 많은 돈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

 

비윤리적인 에디터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그런데 언론사와 블로거가 모두 참여한다면 그 두 계층에 간극이 있다. 출입처 중심 취재 방식 등 언론의 강점을 차치하고 말하자면, ‘데스크의 여부’다. 언론사에는 좋은 기사든 아니든 편집 방향을 정하는 국장이나 편집장 등의 데스크가 있다. 그런데 블로거 출신의 에디터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다만 언론 윤리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이에 대해 김상범 대표에게 “인기는 있지만 비윤리적인 에디터가 등장하면 어쩔 것이냐”고 물었더니, “네트워크 운영위원회에게 맡기는 방안이 어떻겠냐”고 대답했다. 앞서 말했듯 운영위원은 블로터와 동의어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윤리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네트워크 노드 구성도. 플랫폼이 끼어들 여지가 적으며 저 복잡한 선 자체가 플랫폼이다. ED는 에디터, CR은 크리에이터, AU는 독자를 말한다.

 

스팀잇의 사례를 떠올려 한 가지 더 질문을 했다. 스팀잇은 의도와 다르게 암호화폐 관련 공론장이 되어버렸다. 김상범 대표는 “그렇게 되는 것만은 막고 싶다.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해 함께 탈 중앙화 분산 미디어를 만들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특히 라이프스타일쪽이 가장 인기일 것 같다는 의견도 함께 내놨다.

 

블로터 김상범 대표

 

레벨 토큰발행은 총 2억개를 목표로 하며 이중 50%를 우선 판매한다. 4분기 내(11월 예정) ICO가 시작된다. 백서는 레벨 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토큰 발행 목표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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