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테스트 운영하는 딜리 플레이트에게 직접 서빙을 받아봤다. 딜리 플레이트(이하 딜리)는 직원을 도와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이다. 우아한형제들이 투자한 베어로보틱스에서 만들었으며, 어제인 8월 19일까지 피자헛 목동 중앙점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FCD) 레스토랑에서 테스트 업무를 수행했다.

 

입구에 배민스러운 간판이 붙어있다

 

첫 느낌은 귀엽다. 로봇청소기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다. 쇠, 플라스틱, 센서 덩어리지만 어딘가 모르게 귀여움이 느껴진다. 집 안을 청소한다면서 사실 다 부수고 다니는(기자는 초기 세대 로봇청소기를 쓴다. 이름이 파괴신이다) 로봇청소기보다 정밀하지만 그래도 귀여운 느낌이 든다.

 

딜리 앞모습

 

앞모습은 21세기 첨성대 같은 느낌이다. 배흘림기둥과도 비슷하다. 본체 위와 아래에 모두 카메라 혹은 센서로 보이는 모듈이 탑재돼 있다. 위는 3D 카메라, 아래는 2D 라이다라고 한다. 현재는 개인정보 보호, 사전 동의 등의 이슈로 카메라는 운영하지 않지만 라이다만으로도 장애물(인간)을 파악할 수 있다. 만약 개인정보 이슈가 사라진다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등 보다 폭넓은 상황 인식이 가능하다.

 

피자헛 목동 중앙점 내부. 로봇이 자나가도록 길을 터놓았다

 

서빙은 부족한 점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로봇의 패배라고 기사를 쓰려고 했으나 전혀 없었다. 어느 매장이든 실전 투입이 가능한 수준이다. 테스트 장소인 피자헛 목동 중앙점은 레스토랑 형식의 가게로, 계산대와 오픈 키친, 취식 공간이 분리돼 있다. 딜리는 계산대와 키친 입구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주문한 물건을 딜리의 머리 부분에 있는 쟁반에 얹어주면 테이블 옆으로 서빙을 시작한다. 즉, 서빙 구간에서는 딜리만 돌아다니며 직원들은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음식은 총 22kg까지 들 수 있다.

 

전체 주행 장면

 

서빙하는 모습은 매우 안정적이다. 장애물 파악 후 멈추는 속도가 1초 이내로 빠르다. 기자가 목동에 사는 무적의 외동 초등학생으로 빙의해 급작스럽게 나타났으나 딜리는 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멈췄다. 무적의 초등학생이 비키면 제 갈 길을 가고, 비키지 않으면 사람 옆을 돌아서 간다. 자신이 지나갈 공간이 나오지 않으면 이리저리 움직이며 곤란해한다. 귀엽다. 로봇이 배달해주는 음식을 먹으니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돌아갈 때는 차비를 아끼려고 집까지 걸어갔다.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빠르게 섰다 다시 움직인다 

 

음식이 도착했을 때는 쟁반에서 음식을 들어 올리면 무게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잠깐 멈춘 뒤 제자리로 돌아간다. 추후 3D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사람이 물건을 건네준 것처럼 느끼게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다가 로봇에게 팁도 줘야 할 지도 모르겠다. 얼마 줄지 매번 헷갈리는데 알려줄 것 같은 느낌이다.

 

간접조명 LED로 상태를 표시한다. 푸른색은 정지해있을 때, 녹색으로 바뀌면 주행 중이다

 

각 테이블을 찾아가는 원리는 사전에 식당의 전체 모습과 테이블 위치를 매핑해 탑재해놓는 것이다. 따라서 각 테이블마다 딜리가 서는 위치가 존재한다. 만약 사람 수가 달라져 테이블을 합쳤다가 분리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 이 모습도 미리 예측해 매핑해놓으면 된다. 융통성 있는 로봇이 되는 셈이다. 같은 원리로 대기 위치에도 돌아간다.

 

자기 자리로 돌아간 상태. 평화로워 보인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장애물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 외에도 최적의 경로를 찾는다는 것이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우회하거나, 더 빠른 길이 있다면 직각으로 움직이지 않고 대각선으로도 간다.

배터리는 총 8시간 지속돼 총 11시간을 영업하는 피자헛에서는 약간의 충전이 필요했다. 그러나 배터리 시간을 점차 늘리고, 도킹이나 무선충전의 형태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딜리는 오늘부로 실업자가 됐다. 당분간 딜리가 취업할 때까지는 딜리에게 서빙을 받으며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수 없다. 다만 조건에 맞는 여러 식당과 논의하고, 합리적인 양산 가격 등을 고려한 후 딜리는 다시 여러분 앞에 등장할 것이다.

 

피자 맛있다 로봇에게 으스대면서 먹으면 더 맛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