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거짓말을 한다 서평] 나도 거짓말을 해왔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는 데이터 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가(Seth Stephens-Davidowitz) 구글 검색 결과를 포함한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의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책이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아래는 결과 중 극히 일부분만을 발췌한 것이다.
미국에서 이성애자 여성은 평균 50회 성관계를 갖고 그중 콘돔 사용률은 16퍼센트다. 이 수치는 11억 개에 달한다. 이성애 남성은 매년 16억 개의 콘돔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두 수치가 같지 않다. 그렇다면 진실을 말하는 쪽은 누구일까?
답은 둘 다 아니다. 매년 판매되는 콘돔은 6억 개에도 못 미친다.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인종차별의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내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실업률이 높아져도 인종차별적 검색이나 스톰프런트(미국 내 극우 사이트) 가입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부모는 아이가 재능이 있다는 것을 검색할 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게 다른 검색을 한다. 남자아이일 때 훨씬 많이 검색한다.
‘깜둥이’나 ‘깜둥이 농담’은 언제 검색될까? TV에 아프리카계 흑인 미국인이 등장할 때다. 존경받는 오바마나 마틴 루터 킹이 등장해도 수치 차이는 없다.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주에서도 인구대비 검색량 차이는 없다. 반면 백인중 자신이 인종주의자라고 인정하는 이는 극히 소수다.
페이스북은 대부분 거짓말이다. 지식인이 이용하는 저명한 월간지 애틀랜틱과, 가십성 잡지 내셔널인콰이어러의 판매 부수와 구글 검색량은 비슷하다. 그러나 페이지의 좋아요 수는 애틀랜틱이 150만명, 내셔녈인콰이어러는 5만명이다.
뉴스피드가 도입됐을 때 다수 페이스북 가입자는 페이스북의 관음증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나 이 소식마저도 뉴스피드를 통해 퍼졌다. 저커버그는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그럴듯한 모습을 모두 파악하고 뉴스피드 도입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각 주에서 유명인을 배출하는 수는 놀랍게도 교육비 지출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티스트, 학자 등의 유명인 배출 수는 유명 대학이 근처에 인접하냐에 따라 갈렸다. 교육비 지출은 성공한 유명인보다 중산층을 많이 길러내는 데 쓰였다.
폭력적인 영화가 주목을 받은 주말에는 범죄율이 떨어졌다.
Pedestrian(보행자)대신 실수로 penistrian으로 오타를 내거나, 바나나를 먹는 꿈을 꿨다면 프로이트는 억눌린 성적 욕구를 나타낸다고 말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자들의 ‘bing’ 검색어 연구 결과 성적인 말실수는 다른 말실수보다 특별히 많지 않았다.
대부분 신문은 좌 편향이다. 이는 진보 세력이 많거나 보수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신문 독자들이 좌 편향인 경우가 많아 독자들에게 맞춘 결과일 뿐이다.
이외에도 이 정도의 충격적인 사례가 100개도 더 나온다.
인문학적 질문과 과학적인 대답
이 책은 분야를 넘나든다. 책의 말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사회과학의 목적으로 발간됐다. 그러나 통계를 위해 그가 하고 있던 질문은 너무나도 인문학적이다. 누가 진짜 인종차별을 하고 있는지, 성차별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등의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완벽하게 과학적이다. 인문학을 직업으로 하는 이와, 정보기술을 직업으로 하는 이에게 모두 추천한다. 인간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나치게 인간을 옭아매는 사회가 아닐까
사람들은 설문조사에서도 젠체한다. 자신이 그리는 누군가가 되기를 믿는다. 그러나 저자 다비도위츠가 밝혀낸 인간의 본성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이 보이는 것들, 그러니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거짓말을 해왔지만 검색창 앞에서 그럴 수는 없었던 이유는 진실한 검색 결과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솔직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하겠지만, 성 기능 등에서 누구보다 낫거나 대단할 필요는 없다. 어떤 잡지나 신문을 보는지도 비난 받아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해왔다. 어쩌면 우리는 문명인이 되기 위해, 대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너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진실을 알고 난 후의 세 가지 장점
이 책의 진실은 불편하고 괴롭다. 그러나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작가가 제시하는 부분은 1. 불안에 잠긴 것이 나뿐만은 아님을 깨닫는다. 2.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민감하게 알아낼 수 있다. 3. 문제에서 해답으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여전히 인종차별적 검색을 한다는 것은 문제 인식만 하고 해답을 잘못 만들고 있다는 것에 해당한다. 이것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 사람들에 대해 ‘극단주의자’, ‘난민’ 등의 단어를 쓰지 않고 ‘친구’, ‘이웃’, ‘스포츠 스타’ 등의 단어를 써가며 연설했다.
나도 거짓말을 해왔다
이 책은 철학서에 가깝다. 과거 인문학을 전공한 기자는 철학서를 가끔 읽는다. 개인적으로의 다른 책과 철학서의 차이는 ‘나’의 상상속 개입이다. 니체를 읽을 때는 허무에 빠진 내 자신을 발견하고, 마르크스를 읽을 때 깃발을 들고 앞장선 내 자신을 떠올렸다. 이렇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것이 철학서의 (개인적인)순기능이다. 우리는 누구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검색 기록과, 페이스북 프로필,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돌이켜보고, 내 자신은 얼마나 진실했나를 끝없이 되묻는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나도 거짓말을 해왔다. 나도 당신도 올가미에 걸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