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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의 동영상 독점을 조사한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네이버가 동영상 시장을 독점한다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보도였다. 국내 동영상 시장을 유튜브가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의 5월 조사에 따르면, 동영상 앱 사용시간 기준으로 네이버TV의 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 유튜브의 사용시간 점유율은 85.6%에 달했다.

네이버의 동영상 독점을 공정위가 조사한다는 무슨 일일까? 그래서 공정위와 네이버에 정확히 어떤 조사가 진행 중인지 취재를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공정위와 네이버 양측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공정위는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개별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고, 네이버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그래서 이 기사는 추측기사다.

공정위의 네이버 동영상 독점 조사 관련보도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7월 26일 오후였다. 연합뉴스의 “공정위, ‘동영상 시장 지배력 남용’ 네이버 현장 조사”가 첫 기사였다. 이후 보도에 다수의 기사가 쏟아졌는데 대부분 이 연합뉴스 기사를 받아 쓴(또는 인용한, 또는 베낀) 기사였다.

연합뉴스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네이버가 공정위로부터 현장조사를 받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조사내용에 대한 팩트는 기사에서도 불확실한 표현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는 보도에서 이에 대해 “동영상 시장 지배력 남용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후 쏟아진 관련보도 중 추가적인 팩트를 더한 보도는 없었다. 전부 연합뉴스의 “알려졌다”를 확대재생산한 보도였다.

정말 공정위가 네이버의 ‘동영상 독점’을 조사하는 것일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유튜브가 아닌 네이버를 동영상 독점으로 조사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우선순위가 잘못된 일이다. 기사의 댓글이나 SNS,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 기사를 기반으로 공정위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공정위가 동영상 시장의 지배자가 유튜브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가정을 해보자. 연합뉴스 첫 기사에 잘못된 표현이 있다면 어떨까? 이후 쏟아진 모든 기사 역시 이 기사를 토대로 쓰여졌기 때문에 모두 잘못된 기사가 된다.

‘네이버’ ‘동영상’ ‘독점’이라는 키워드를 살리면서 표현을 달리 해보자. 나는 공정위가 ‘네이버의 동영상 독점’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검색시장 지배력의 동영상 전이(轉移) 시도’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공정위는 이전부터 네이버의 검색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해 조사 중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현장조사는 검색 지배력 남용 조사의 연장선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공정위가 ‘네이버의 동영상 독점’을 조사한다기 보다는 ‘검색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동영상 시장으로의 전이하려 했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동영상 검색을 했을 때 유튜브 동영상은 잘 안나오고 네이버 자체 동영상만 주로 검색되는 혐의가 있다면, 공정위 입장에서는 해볼 수 있는 조사다. 네이버가 동영상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검색 시장의 지배력을 동영상 시장에 이용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시장의 지배력을 지렛대 삼아 다른 시장에 영향력을 전이하는 것은 지배력 남용의 소지가 있다.

구글이 상품 검색 결과에 구글 쇼핑 상품을 먼저 보여줬다는 이유로 유럽연합으로부터 22억 유로의 과징금을 받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2014년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지 불명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인터넷 광고 점유율을 기준으로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했지만, 대법원은 이같은 시장획정은 근거가 없다고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만약 공정위가 네이버의 검색 시장의 지배력을 동영상 시장으로 전이하려 했다는 조사를 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시장을 어떻게 획정했을지 궁금해진다.

물론 이 기사는 추측기사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