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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구글-페이스북’ 챗봇 빌더는 어떻게 다를까?- 정민석 꿈많은청년들 CTO

“작년부터 지금까지 챗봇 관련 문의만 육칠백 건은 받았어요. 이 정도라면 어지간한 업체들은 한 번쯤 챗봇에 관심을 가졌다는 뜻이죠.”

지금 챗봇 시장은 2009년 아이폰 국내 상륙 이후의 앱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웬만한 기업은 홈페이지 만들듯 앱을 제작했다. 앱 이용자를 늘려 고객 접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지금 챗봇이 딱 그때의 앱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자주묻는질문(FAQ)’을 챗봇으로 대체하는가 하면, 챗봇을 통해 이용자 유입을 노리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꿈많은청년들은 지난 2015년 설립된 챗봇 제작 스타트업이다. 국내에서는 별 관심이 없던 시절부터 이 분야 기술력을 키워왔다. 그러다 보니 챗봇 제작업체를 찾을 때 늘 먼저 언급되는 곳 중 하나다. 지난 3월에는 ‘카카오I 오픈빌더’ 클로즈베타 파트너 에이전시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이 꿈많은청년들의 정민석 최고기술책임자(CTO)를 3일 서울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정 CTO는 회사가 하는 일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다른 기업의 챗봇을 대신 만들거나, 자체 서비스 챗봇을 만드는 일이다. 챗봇으로만 생존이 가능한가 물었는데, 2016년 가을부터는 SI 프로젝트도 중단했다고 한다. 지난해 챗봇으로 올린 매출만 4억원이고, 소폭이지만 흑자를 냈다. 올해는 10억원 매출을 전망 중이다.

외부 의뢰 말고, 자체적으로는 페이스북에 영화 챗봇 ‘무무’를 비롯해 운세 관련 봇까지 총 네개의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 챗봇을 찾는 월평균방문자(MAU)만 15만명에 이른다. 연말까지 200만 MAU를 목표로 한다. 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올리면 이를 바탕으로 메뉴 추천을 해주는 음식 관련 챗봇 ‘너입맛’도 현재 준비 중이다.

정 CTO와 꿈많은 청년들 만큼 챗봇을 오래 다루고, 또 각 플랫폼의 빌더를 꾸준하게 써본 이도 드물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카카오와 구글, 페이스북의 챗봇 빌더 장단점을. 아울러, 챗봇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현황도.

정민석 꿈많은청년들 CTO. 이 사진은 지난 3월 열린 구글 개발자 커뮤니티 컨퍼런스에서 찍은 사진. 그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한국 사용자 모임의 운영진이기도 하다.

■정 CTO가 분석한 카카오-구글-페이스북 챗봇 전격 비교

카카오와 구글은 모두 챗봇 제작을 위한 자체 엔진을 갖고 있다. 이 비교엔 들어오지 않았지만 네이버도 최근 자체 챗봇 엔진을 클로즈베타 형식으로 공개했다. 페이스북의 경우는 엔진 대신 API를 열어놨다. 아무래도 검색에 특화된 곳들이 챗봇에 더 적극적인 모양새다.

카카오는 역시 플랫폼

정 CTO는 국내 시장에서 카카오의 챗봇 빌더가 가진 최고 강점을 플랫폼의 영향력으로 봤다. 전국민 누구나 카카오톡을 쓴다. 다른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다. 통상 챗봇에 접근하는 방식이 전송받은 URL이나 QR코드인데, 이 링크를 눌렀을때 카카오톡으로 연결되면 별다른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니 친구추천 만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카카오 챗봇의 무서운 힘이라는 설명이다.

이 외에, 카카오 챗봇 빌더가 ‘한글’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국내 개발자들이 좋아할 만한 점이라는 것.

아쉬운 점으로는 아직까지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걸 꼽았다. 최근 모든 빌더의 트렌드는 ‘머신러닝’인데 해당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다. 물론 카카오가 여러 자원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관계로, 성능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기술력

카카오와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는 전언. 카카오의 강점이 ‘플랫폼’이고 약점이 ‘기술’이라면, 구글은 이와 정 반대의 포지션이라는 설명이다. 즉, 구글의 단점은 사용자 저변이 약하다는 거다. 안드로이드 단말기가 20억대나 깔려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한다면, 실제로 구글 단말기에서 ‘어시스턴트’를 쓸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국내서 발매된 안드로이드 단말기에는 ‘어시스턴트’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 그렇지만 ‘오케이 구글’이라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리는 경우는 매우 적다.

아직까지 구글코리아에서 챗봇 빌더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봤다. 한국어와 한글을 지원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문서는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 의도치 않게 영어 공부를 시키는 셈. 국내에서 카카오나 네이버처럼 개발자나 제작 업체와 접점을 많이 가져갈 수 있을지도 의문 중 하나라 말했다.

대신, 성능은 좋다고 인정했다. 구글의 엔진인 ‘다이얼로그 플로우’는 자연어처리 부문에서 뛰어나다. 한국말도 잘 알아듣는다. 우스개소리인데, 구글 직원들은 아직 ‘다이얼로그 플로우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업체들의 엔진을 쓰다보면 다이얼로그 플로우가 얼마나 능력이 뛰어난지 알게 된다는 것. 업그레이드가 빠르다는 것도 인정 포인트.

페이스북은 소강상태

페이스북은 현재 약간의 소강 상태라는 게 정 CTO의 의견이다. 개인정보 이슈가 터지고 난 후 전체적으로 시스템 정비를 하느라 플랫폼이 불안정하고 업데이트가 잘 안되고 있는 상태라는 것. 페이스북은 별도 엔진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고, API만 개방해 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챗봇 빌더의 장점은 ‘챗봇이 이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게 되어 있는 구조’라 봤다. 통상 다른 플랫폼들은 이용자의 질문에 응답하는 구조다. 질문-답-질문-답의 흐름이 일 대 일로 매칭되는 시스템이다. 반대로, 페이스북에서 만든 챗봇은 이용자에게 먼저 말을 건넬 수 있다. 단 한번이라도 대화 기록이 남아 있다면, 특정한 이벤트가 있을때 챗봇이 먼저 알림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챗봇의 새로운 무대, 인공지능 스피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한국이 세계에서 인공지능 스피커가 세번째로 많이 팔린 나라예요.”

정 CTO는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국내에서 인공지능 스피커가 팔려나간 이유를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 때문으로 분석했다. 예상외로 구글홈과 아마존 에코도 국내에 꽤 들어와 있는데, 인구수를 감안한다면 꽤 많은 가정에서 이미 인공지능 스피커를 구비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카카오나 네이버, 구글, 아마존 같은 곳이 챗봇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바로 이 인공지능 스피커다. 정 CTO는 “이용자가 스피커와 음성으로 소통하게 되는 챗봇 플랫폼의 꿈은 동일하다”며 “아이언맨의 ‘자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비스를 꿈꾸는 곳들은 모두 공룡이라 어느 한 곳이 시장을 모두 먹고, 다른 곳은 망하는 시나리오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누가 어느 시장을 더 빨리 더 많이 차지하느냐 하는 경쟁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북미 시장에서 아마존에 선수를 빼앗긴 구글이 구글홈을 값싸게 뿌리고 있는 것만 봐도, 이 시장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질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서는 카카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우선, 카카오I와 현대자동차가 협업한다. 신차 카탈로그에 카카오I 로고가 이미 박혀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카카오I 를 이용하여 말로 내비게이션을 동작시킬 수가 있다. 일부 아파트에도 카카오 미니 스피커와 홈 IoT를 연동한다. 스마트폰에 갇혀 있던 카카오가 자동차, 아파트로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되는 것이다.

정 CTO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꿈많은 청년들 같은 스타트업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큰 회사와 싸워서 이기는 시도다. 쉽지 않을 것이란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길만한 쪽에 줄을 서는 것이다. 솔직한 표현이다.

“시장이 재편될 때 대기업 하나가 시장을 모두 독식할 순 없죠. 빈 영역이 생길 수 밖에요. 그 부분을 스타트업이 할 수 있어요. 카카오의 예를 들면, 카카오가 챗봇과 관련한 모든 사업을 할 수 없지 않겠어요? 꿈많은 청년들 같은 에이전시가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악어와 악어새처럼요. 꿈많은 청년들은 그 중에서도 덩치가 큰 악어새가 되야하지 않을까요?(웃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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