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대체로 박제된 이미지다. 전시품이 대체로 과거의 것인 까닭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지 않다면, 박물관은 으례 재미없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컴퓨터박물관이라고 하면 조금 느낌이 다르다. 컴퓨터는(단어 자체는 오래된 느낌이지만), 가장 빠른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기술이라서다. 컴퓨터와 박물관이 결합하면, 어떤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넥슨은 지난 2013년 7월 제주시 노형동에 컴퓨터박물관을 열었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는 당시 이곳을 “컴퓨터의 미래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박물관이 운영된지 5년째. 개관부터 지금까지 이곳 살림을 맡은 최윤아 관장을 최근 제주 컴퓨터박물관에서 만나 그간의 변화와 미래 계획을 물었다.

“개관 이후 해마다 콘텐츠를 바꿨어요. 정체되어 있는, 유물을 쌓아놓는 박물관은 안되겠다고 마음 먹었죠.”

최윤아 관장은 박물관을 ‘오픈소스’에 비유한다. 오픈소스는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소스코드를 열람해보고 개발자가 직접 수정하거나 아이디어를 보탤수도 있다. 박물관의 ‘오픈 수장고’는 기증받는 전시품에 따라 그 구성이 달라진다. 개관 당시의 1.0 버전과 지금의 2.0 버전의 콘텐츠가 아예 바뀌었다.

“오픈 수장고의 전시품도 개관 당시보다 서너배 늘었고, 이에 따라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끊임 없이 질문하는 5년이었어요.”

최윤아 넥슨 컴퓨터박물관장

기증하긴 아깝고, 보존하기 어려운 ‘게임팩’ 같은 것들도 박물관에 많이 기탁된다. 박물관 측은 이 게임팩을 모아 ‘도서관’ 코너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비디오 게임 초기 팩부터 최근의 것까지 다양한 게임이 도서관의 책처럼 빽빽하게 꽂혀 있다. 방문객들은 이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게임을 실행해보기도한다.

“도서관을 만든 이유는 세상의 모든 게임을 모아보자는 취지였어요. ‘게임’이라고 하면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방에 틀어박힌 아들 모습이 떠오르잖아요?  게임이 소중한 놀이 추억으로 자리 못잡은게 안타까워서 도서관 이름 붙여 책보듯이 해보자고 구성했지요. 과거부터 현재까지 부모와 아이가 같이 게임 할 수 있게요.”

실제로 이 코너에서 부모 세대의 게임을 아이들이 생각보다 재미있게 즐긴다. 어른들도 “내가 아는 게임”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즐기도록 기다려준다. 게임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좋은 매체로 느낄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었다.

도서관 코너에서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

이런 관점에서 박물관의 내부 구성은 조금씩 바뀌어 왔다. 예컨대 2층에 있는 VR존은 개관 당시 관련 콘텐츠를 이용해 볼 수 있는 체험존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웨어러블 기기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가 함께 꾸려졌다.

전시구성이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더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왔다. 바로 교육 프로그램이다.

“IT 관련 진로 교육을 강화하고 있어요.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구성이예요. 여러 상설 이벤트를 시기마다 진행하는 것도 반응이 좋아요. 제주에선 어린이날은 컴퓨터박물관이다, 이렇 분위기가 만들어지는게 보여요. 관람객 수가 이제 조금 어느 수준에 올랐어요.”

지난해 넥슨 컴퓨터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20만명이다. 넥슨 컴퓨터박물관은 개관 직후 곧바로 손님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세월호나 메르스 같은 가슴 아픈 악재가 잇달아 터졌다. 흥행은 커녕, 제주에 단체 관람객이 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시기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콘텐츠를 채웠어요. 3년차가 지나면서야 입소문이 났어요. 지난해 방송을 타면서 관람객 수가 궤도에 올랐고, 올해는 20만명을 훌쩍 넘길 거로 보여요. 제주에 있는 일명 ‘빅3’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녀간 관람객의 만족도가 높다는데서 의미가 있죠.”

아직까지 흑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박물관이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있다. 표 덤핑 판매다. 표를 싸게 파는 대신 제대로 표값을 내도 아깝지 않은 프로그램을 지원하자는 게 최 관장의 소신이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으로 유명하지만, 경치 외에도 보고 즐길 것이 있다는 것을 박물관 측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교육인데 주로 코딩을 다룬다. 참여자가 직접 게임을 만드는 1박2일 캠프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있다.

지역 내 학생들을 지원하는 ‘어린이 자문단’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 기수 스무명 내외의 아이들이 활동한다. 이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직접 녹음하기도 하고, 소외지역이나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알려드리기도 한다. 활동에 참여한 아이들이 자신들의 받은 교육과 경험을 지역 사회에 환원코자 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최 관장은 말했다.

애들이 이렇게 좋아한다.

컴퓨터박물관은 별도 법인으로 존재하다 지난해 넥슨 지주회사인 NXC에 편입됐다. 어느 정도 자생 능력을 평가 받은 후, 조금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편이다. 최 관장은 “박물관을 잉여 사업으로 보지 않게 됐다는 점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세를 몰아 내년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 운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미술학도 출신으로 미술관 운영 경험이 있는 그는 내년엔 컴퓨터 박물관의 프로그램을 육지에 들고나와 전혀 색다른 전시를 보여주고프다고 했다.

그에게 박물관이 보여줄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일까, 물었다.

“박물관은 하나의 터전이죠. 이곳을 찾은 방문객이 본인의 이야기를 찾고, 본인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박물관이 보여줄 수 있는 미래 아닐까요? 방문객이 자신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곳 말이예요.”

다시 앞으로 5년, 국내 첫 컴퓨터박물관이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그때 다시 이 곳을 찾아봐야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