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쉐어, 제주에 빈손으로 오세요

서울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공부한 카이스트 학생 셋이 제주에서 물품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 ‘오쉐어’의 콘셉트는 “제주 놀러 올 때 몸만 오세요”인데, 물놀이부터 등산까지 여행객이 필요로 하는 갖가지 용품을 빌려준다. 뭐 그거 빌려줘봤자 얼마나 벌겠냐고 생각했다가 큰코다쳤다. 창업 일 년 만에 직원이 대표 포함, 아홉 명으로 늘었고, 지난 1~2월 매출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름난 벤처투자자(VC)로부터 투자도 받았고, 더 큰 규모의 펀딩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이 청년들의 이름은 임현규, 석용우, 오재용이다. 차례대로 대표, 영업이사, 개발이사 직을 나눠 맡았다. 나이는 모두 스물여섯. 2016년 창업 당시엔 스물넷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제주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들 중 가장 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임현규 대표를 최근 제주 공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재학 중에 창업하느라 연고 하나 없는 곳에 내려온 그에게 “졸업은 안 하느냐”는 꼰대같은 우문을 던졌다. 세상 쿨한 목소리로 그가 답했다. “하면 좋죠. 그렇지만 안 해도 상관은 없어요.”

(왼쪽부터) 석용우 이사, 오재용 이사, 임현규 대표

창업 계기는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모의 창업팀을 만들어 발표하는 수업을 듣다가 지금의 ‘렌탈 서비스’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때 이들을 보고 3000만원의 엔젤투자를 한 사람이 컴투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이영일 해긴 대표다. 컴투스를 정리하고 제주에 내려가 창업한 그가 임현규 대표에게 조언한 것이 “렌탈 서비스를 제주도에서 해보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왕 시작한 것,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학업을 중단하고 제주로 내려왔다. 우선 시장성이 있는지 테스트를 해봤다. 첫 주 매출이 6만원이 나왔다. 공동창업자들끼리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일주일 매출이 20만원만 나오면 강아지 한 마리 정도 키워도 되지 않겠냐고. 그런데 그 다음주에 바로 목표한 금액을 넘겼다. 이거 되겠다, 하자. 마침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입주기업 신청 공고가 났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재기발랄한 청년들.

엔젤 투자 받은 돈은 차량을 구비하고, 창고를 계약하고 성수기를 대비해 물건을 미리 들여놓는 데 전부 썼다. 추가 투자는 이영일 대표와 함께 사는 박지영 컴투스 창업자가 연결고리가 돼 본엔젤스와 롯데 액셀러레이터로부터 3억2000만원을 유치했다. 그 돈으로 90종의 상품을 들여놨다. 여름을 대비한 물놀이, 스노클링, 구명조끼 등은 물론이고 한라산 등반객을 위한 등산 용품도 갖췄다. 계절과 상관없이 꾸준히 인기 있는 제품으로는 카메라가 있는데, 의외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위(Wii) 같은 게임기도 자주 찾는 물품이다.

오쉐어의 가능성은 시장 확장성에 있다고 임 대표는 말했다. 매출이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 말을 증명한다. 제대로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여름 7~8월 성수기보다 올 1~2월에 올라온 매출이 두배가 넘었다. 세 명의 공동 대표 외에도 6명의 직원이 있는데, 성수기에는 이들에게 월급을 줘도 적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벌었다. 물론, 아직까지 세 명의 대표들은 월급을 가져가지 못한다. 임현규 대표는 “내년 말정도면 성수기가 아닌, 일년 평균을 냈을 때도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물넷에 공동창업한, 제주에서 가장 젊은 스타트업 오쉐어

오쉐어는 현재 추가 투자유치를 준비 중이다. 시리즈 A 정도의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돈 받으면 어디에다 쓸거냐 물었더니 무인 사물함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 카페, 음식점 등 주요 지점에 사물함을 설치해 놓으면 렌트카 이용자들도 아무데서나 물건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으니 사업을 빨리 확장할 수 있다. 무인사물함은 오쉐어에 꼭 필요한 인프라인 셈이다.

이들의 일차 목표는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필요한 물건을 모두 오쉐어를 통해 조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오쉐어가 직접 취급하지 않는 물건도 오쉐어를 통해 빌릴 수 있는 종합 렌탈 플랫폼을 구축하려 한다. 예컨대 골프채 대여를 하는 곳도 오쉐어에 물건을 올려놓고 이용자와 만나게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역시 또 쿨한 표정으로 답한다. “대여하면 오쉐어가 생각나도록 브랜딩을 하고 싶어요.”

그래요. 대여하면 오쉐어, 제주로 오세요. 파이팅.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email protected]



Categories: 기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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