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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무죄’ 받은 김정주 대표, 부끄러움에 떨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 부끄러워 해야한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에 대사에 나오는 대사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 김정주 대표가 회사 홍보팀을 통해 보내온 ‘NXC 김정주 대표 입장문’이라는 이메일을 보고 생각난 장면이다.

영화 ‘동주’ 포스터

김 대표는 이메일에서 “1심 법정에서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되갚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약속드렸다”며 “저와 제 가족이 가진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새로운 미래에 기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의 일환으로 어린이재활병원을 서울 외 전국 주요 권역에서 설립하고, 청년들의 벤처창업투자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넥슨은 이미 서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20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는 한국 유일의 어린이재활치료 전문병원이다.

또 회사를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 창업자가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재벌의 경우 3세, 4세 경영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그 동안의 일로 심려를 끼쳤다”며 이같은 이메일을 보냈다. 그가 말한 ‘심려’는 김 대표가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할 대금 등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재판의 결과는 ‘무죄’였다. 대법원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부끄러워했다. 법원이 죄가 없다고 했지만 구설수에 오르고, 재판정에 선 것 자체를 부끄러워 했다.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꺼려하는 김 대표가 무죄를 받은 사건을 굳이 들추어가며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위해서는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최근 언론지상에는 후안무치(厚顔無恥, 낯이 두꺼워 무끄러움을 모름)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딸과 부인이 고성, 막말, 욕설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집무실 방음공사를 했다고 한다.

한진해운과 같은 사태 때문에 기업가들이 도매금으로 평가절하 당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주 회장의 사례에서 보듯 부끄러움을 아는 기업가들도 있다.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 사건이 터졌을 때, 넥슨 임직원들을 비롯해 많은 IT인들이 김정주 대표에게 실망감을 드러냈었다. 함께 밤낮으로 고생해온 직원들이 아닌 자신의 검사친구에게 금쪽같은 회사의 주식을 준다는 것은 배신감으로 다가왔다.

김 대표가 부끄러워 하는 지점이 아마 여기일 것이다. 동료와 선후배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고, 넥슨을 자랑스러워 했던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준 점이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기다. 공자님도 ‘중용’이라는 책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勇)에 가깝다”고 했다고 한다.

후안무치의 시대에 부끄러움을 알고 더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김 대표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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