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화질 그대로 용량 90% 줄여준다고 하길래 가본 인터뷰, 에벤에셀케이, 강미숙

(주: 이 인터뷰는 특성상 이미지가 커 로딩이 깁니다. 인내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미지 두장씩 올려져 있는 것은 오류가 아니며, 이 이미지로 퀴즈가 있습니다)

무대 위의 마술사

처음 본 순간 그는 마술사 같은 모습으로 피칭을 했다. 사진을 두개 보여주며 차이점을 찾으라는데 아무리 봐도 사기꾼 같았다. 사실 지금도 사기꾼 같다. 그래서 사기꾼 사무실을 직접 찾았다.

에벤에셀케이의 서비스는 ‘이미지프레소’로, 이미지를 원본 그대로 용량을 줄여주는 소프트웨어다. 흔히 말하는 방법으로 하려면 파일 포맷이 바뀌어야하는데 파일 포맷을 바꾸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했다. 비결은 사람의 눈이다.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분석해 사람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컬러들을 합쳐 용량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포맷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원래 사용하려던 곳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즉, 웹 표준 역시 아무 노력 없이 대응된다.

창업 계기는 두 대표의 직장생활에서 시작됐다. 강미숙, 곽준기 두 대표는 원격제어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같은 팀에 근무했다. 해당 회사는 팀 단위로 개발, 디자인, 영업 등을 한 팀에서 모두 처리하도록 하는 셀 시스템을 갖고 있다. 원천 기술 보유자인 곽준기 대표는 코덱 개발자였다. 코덱은 주로 가져다 쓰는 걸로 알고 있지만, 동영상 서비스를 하는 업체에서는 코덱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원격제어 소프트웨어는 실시간으로 고객의 영상을 녹화해 보내는 서비스를 하므로 코덱 개발이 중요했다. 이 솔루션은 게임 플레이 녹화용으로 쓸 수 있어서 당시 강 대표는, 해외 게임 업체에게 판매하는 영업을 국내에서 했다.

당시 강미숙 대표와 곽준기 대표의 꿈은 조금 달랐다. 강 대표는 언젠가 자기 사업을 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물건이나 소프트웨어 등 뭐든 팔고 있었던 강 대표는 한국 안에서도 글로벌 창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호미가 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자신의 집 정원을 가꿔야만 하는 북미인들에게 호미는 굉장한 잇 템인데 이걸 100% 한국에서 수출한다. 뚝배기도 비슷하다. 강 대표는 언젠가 호미든 뚝배기든 소프트웨어든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곽 대표도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팔려는 고민을 하고 있었던 차에, 팀원들이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개발한 이미지 용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보여줬다. 사실 강 대표도 이때 사기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원래의 팀이 그대로 창업 팀으로

우연히 팀원들이 모두 그만두게 된 상황에서, 창업을 위해 다섯명이 다시 뭉쳤다. 첫 판로는 게임회사였다. 적극성이 특성인 강 대표는 지스타에 데모를 가져가 모든 게임 개발사에 서비스 활용 의사를 물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개발 후 게임사에 소프트웨어를 보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게임회사 디자이너들은 환호했지만, 엔지니어들은 게임 엔진에서 제공하는 자체 압축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회사의 가세는 기울었고 넷이던 직원은 다시 둘이 됐다.

그다음 문제는 ‘스타트업이라서’다. 소프트웨어 자체 기술은 인정받았으나 “사고 나서 회사가 없어지면 어떡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실이었다. 고민한 결과 파트너를 구해 문제를 해결했다. 클라우드 위에서 파일을 미리 보기 해주는 회사였다. 고객사가 500kb의 파일을 150kb로 줄이기 위해 JPEG 2000 포맷을 쓰고 있었는데, 이 포맷은 지원하지 않는 웹 브라우저가 많다. 따라서 150kb로 만들면서도 웹에서 보이도록 만드는 이슈가 있었다. 기술로는 문제가 없었고 이 계약은 실제로 성공했다. SKT였다.

그런데 통신사인 SKT가 왜 이미지를 압축해야 할까? 데이터 전송량을 줄이려고? 사용자의 데이터 전송량은 함부로 줄일 수 없다. 해답은 전자문서다. SKT를 비롯한 각종 계약서를 만드는 회사는 전자문서로 모든 계약서를 보관한다. 가독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문서를 보관한다면 서버 데이터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렇게 첫 레퍼런스가 SKT가 됐다. 총판이 생겼고 매출이 발생했다.

투자 비결은 대기업 레퍼런스와 면밀한 피칭 공부

대기업 레퍼런스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SKT가 쓰고 있다”고 하는 한 마디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이후 K-글로벌 스타트업 등의 대상을 받고, 이 계기로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투자를 받고 나서 처음 한 일은 헤어진 팀원들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이제 우리 다시 함께할 수 있다. 다시 와줄 수 있냐”고. 두명의 팀원들은 지체없이 돌아왔다.

사실 강 대표는 피칭을 잘한다. 타고난 것도 있지만 노력파인 경향도 있다. 처음엔 “알집 있는데 왜 그걸로 압축하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을 듣고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압축이라는 키워드가 문제였다. 그 심사위원이 알면서 하는 질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모든 미디어 파일은 압축파일이다. 에벤에셀케이는 2016년 9월과 10월, 두달만에 대상을 두번 탔는데, 비결은 공부다. 자꾸 경진대회에서 떨어지자, 6개월 동안 디캠프에서 하는 스타트업 피칭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이 할법한 질문을 계속 받아적었다. 이 흐름에 맞춰 발표를 준비했다. 기술이 있으니 데모를 먼저 보여주고 발표를 하는 식이었다.

그럼 이 데모를 우리도 보자. 기자는 여기까지 듣는동안 강 대표가 보여주는 사진을 계속 봤는데 계속 사기당하는 기분이었다. 원본이 뭔지 한번도 맞추지 못했다. 사실 1년동안 강 대표도 그랬다고 한다.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은 사진을 보며 어디가 압축되고 변하는지 잘도 알아챘다. 강 대표는 잘 모르지만 일단 갖다 팔았다. 1년이 지나 이제 강 대표의 눈에도 슬슬 보인다고 한다.

기술 원리와 전망

기술의 핵심은 컬러 외에도 사람의 눈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 의도를 갖고 본다. 주로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전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작은 부분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착시를 이용하는 것인데, 구분 못하는 색을 합쳐서 원래 색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은 바이라인 네트워크의 파란색을 두고  #2082c1, R:32 ,G130, B193 이런 식으로 보는 변태지만 우리는 그냥 파란색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미지프레소의 기능은 간단하다. ‘화질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캐치프레이즈를 걸지만 전직 종이 잡지 편집장(기자)의 입장에서는 이미지 사이즈와 해상도, 포맷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는 게 맞다. 어쨌든 이건 쇼핑몰, 브랜드, 각종 전자문서 보유사 등 b2c/b2b 어디서든 쓸 수 있다. 실제로 제이에스티나, 에메필 등 디테일이 매우 중요한 작은 상품을 파는 곳들이 쓰고 있다고. AXA 손해보험 같은 전자문서 용량 대폭탄을 갖고 있는 회사들도 쓴다. 상품의 경우 디테일을 살리고, 문서의 경우 가독성을 살린다. 이 이상의 의미는 없으나 용량이 보통 1/5~1/10로 줄어든다.

이미지프레소 이후의 계획도 가능성도 넘쳐난다. 동영상 전문이었으니 동영상 압축 프로그램인 비디오프레소를 제공하고,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해 b2c용 소프트웨어도 출시한다. 각종 웹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플러그인도 준비 중이다.

여러 스타트업을 만나왔지만 이처럼 소규모 업체의 기술력, UX, 마케팅 역량까지 다 갖춘 곳은 드물다. 비슷한 기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크게 될 기업으로 점찍어본다. 이미지프레소의 데모가 궁금하다면 웹 버전을 여기에서 체험해볼 수 있다.

퀴즈: 위에서 두장씩 올려져 있는 이미지의 원본은 무엇일까? 정답은 아래에.

디테일을 보기 위해 확대해봤다. 이 양쪽 비교 기능(Side by Side)은 이미지프레소의 기본 기능이다. 밑의 숫자를 보지 않는다면 기자는 영원히 정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정답: 강미숙 대표 -2번째, COC – 1번째, 강아지와 고양이 – 1번째, 부자일 것 같은 강변 도시 사진 – 1번째.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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