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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폐쇄형 인간이 위워크를 가봤다

 

4월 27일, 역사에 남을 정상회담이 있던 날 위워크 여의도점은 기자들을 초청해 오픈 하우스 행사를 했다. 날짜를 잘못 정했다는 이야기다. 기자들이 많이 올까봐 시간별로 나눠서 스케줄까지 받았지만 위워크는 한산했다. 다들 정상회담 생방송을 보고 있을 시간이었다. 나는 보았다. 담당자의 빠른 동공을. 모하메드 살라 드리블 속도 정도로 빨랐다.

 

여의도 HP 빌딩은 이제 위워크 빌딩으로 불린다

여의도역 3번출구에서 왼쪽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면 된다. 오른쪽으로 가면 IFC몰이 나온다.

 

위워크 여의도점은 찾아가기 정말 쉽다. 여의도역에서 3번 출구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IT 기자나 여의도 재직자에겐 추억의 장소인 ‘HP 빌딩’은 이제 위워크 빌딩으로 불린다.

 

역에서 나가면 나무 사이에 푸른 빌딩이 보인다. 저 푸른 창이 HP와 참 잘 어울렸는데 하면서 나오는 아재 같은 소리를 참았다. 표지판도 아직 휴렛팩커드라고 돼 있다.

 

20층으로 올라간다. 홀이 있는 층이다. 3층 정도는 터놓은 듯한 큰 홀이다. MDL을 넘는 심정으로 위워크에 입성했다. 맥주부터 눈에 띈다. 제주 맥주, 수박 맥주, 미국 맥주 등이 있는 것 같다. 오늘 특별히 대X강 맥주를 놓았으면 빅히트했을 느낌이다. 소주는 보이지 않는다. 맥주는 소맥인데. 커피는 직접 내리는 게 아니라 앤트러사이트라고 대문짝만하게 써있다. 앤트러사이트는 ‘힙한 커피숍’의 트렌드를 이끌어온 홍대 커피숍 이름이다. 주로 공장을 뜯어서 만든다. 커피도 맛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외 전자레인지나 컵, 냉장고 등의 기물도 있고 입주자는 그냥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사무 공간도 둘러봤다. 폐쇄형 인간인 기자는 평소 오픈형 사무실보다는 사도세자가 갇힐 법한 뒤주를 더 좋아한다. 사무실이 오픈형이면 반대로 폐쇄형 인간은 시선에 갇힌다. 몸이 갇혀야 안락함을 찾기 시작한다. 위워크는 대표적인 오픈형 사무실이다.

 

완전히 불투명은 아니지만 작업자가 좀 덜 보인다.

 

여의도 위워크가 다른 오픈형 사무실과 다른 점이라면, 유리창에 반투명 시트지가 붙어있다는 것이다. 약간 가릴 수 있게 돼 있다는 의미다. 금융 종사자가 많은 특성을 반영했다고 한다. 반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돌아다니다 보니 뒤주가 있었다. 폰 부스라고 부른다. 폰 부스만 따로 계약할 수는 없다고 한다.

 

실내같지만 엄연히 야외다. 위는 헬기장.

다른 지점에는 없는 루프탑도 있었다. 옥상이지만 건물 구조상 비를 약간 막아주긴 한다. 루프탑 위는 헬기장이니 헬기가 있는 사람은 바로 옥상으로 출근하면 되겠다.

 

셀피가 잘 나오고 전신사진까지 찍을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인스타그램 시대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문제야 문제 온 세상 속에

장점: 인테리어 안 해도 된다, 으스댈 수 있다

오픈형 사무실의 장점은 완성돼 있는 인테리어, 신경 쓸 필요 없는 물자 지원, 직원을 뽑기 좋은 힙한 느낌 등이다. IT 기업 전용 서비스가 아님에도 스타트업들이 많이 입주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인원이 자꾸 늘어나면 새로 해야 하는 인테리어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특히 위워크에 사무실 있다고 으스대기 좋다. 정곡빌딩(바이라인 네트워크 사무실)보다 위워크로 출근한다고 하는 게 멋은 있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관. 여의도 공원과 KBS가 보인다.

 

단점은 폐쇄형 공간이 적다는 것이다. 회사내 폐쇄적이고 동시에 창조적인 인물이 단 한명만 있어도 이 인물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조금 심하게 이야기하면 시선으로 난자당하는 기분이 든다. 타인에게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 외국과 한국은 공기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창작과 크리에이티브 위주의 집단이 입주하려면 전원의 의사를 꼭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지대가 높아 광장아파트에 주차자리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광장아파트는 매월 1일 외부인 주차 신청을 받는다.

 

여의도의 장점이라면 면적대비 낮은 인구밀도로 늘 쾌적하다는 것, 드럭스토어, 쇼핑센터, 프랜차이즈가 아닌 오래된 맛집 등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고층건물이 많지만 앞뒤로 강이 있어 시원하다. 높은 빌딩에서 자동차들이 꼬물거리는 걸 바라보면 세상의 근심이 사라진다.

 

1층에는 킨코스와 스타벅스가 있다. 직장인에게 매우 중요한 업체들이다.

 

위워크의 가격표는 핫 데스크(실제로 뜨겁진 않다)는 35만원, 개인 자리가 있는 전용 데스크는 월 46만원이다. 칸막이가 있는 사무실은 1인 기준 월 71만원부터.

오늘 날이 날이라 이 기사를 아무도 안 읽겠지만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 일단 쓴다. 여기까지 읽은 분께 통일급 감사를 전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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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저 가격에 세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그래서 10% 더 내야한다는 점)과 사무실이 몹시 시끄럽고 시장같다는 점(어쩔 때는 술집 같다는 점), 운영 직원들이 상당히 건방지고 싸가지 없다는 점(뭔지모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같은데 그 자부심이 입주해있는 사람들을 깔보는 형태로 표현된다는 점) 빼고는

    괜찮습니다. 전망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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