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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리뷰] 말하긴 뭘 말해

출처=직접 촬영

출근길에 이런 광고를 봤다. 어디서 많이 본 스타일의 메시지다. 이건 아재체 혹은 클라이언트체다. 클라이언트체는 “심플하면서도 화려하게 해주세요.”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하게 해주세요.” 같은 어떤 모순을 말한다. 디자이너들에겐 지옥의 언어로 불린다.

해당 앱의 이름은 ‘말해’로 꽤 직관적인 이름이다. 그래서 말해봤다.

남들 다 쓰는 카피는 그만!

 

일단 대화체의 매뉴얼이 뜬다. 합목적성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기능설명으로는 괜찮다는 뜻. 다만 디자이너가 작업할 때는 너무 개입하지 않는 게 좋겠다.

 

‘키토크’가 잡혀있다고 한다. 음성과 태그를 대조한 것을 말한다. 사실상 그냥 태그다.

 

엘레강스한 미나리

 

우선 클라이언트체를 카피로 썼으니 클라이언트체로 말해봤다. “엘레강스하면서도 가성비 있는 맛집 추천”을 부탁했더니 막걸리 가게가 떴다. 물론 모 프랜차이즈처럼 막걸리집은 당연히 엘레강스할 수 있다. 그러나 검색결과에는 미나리와 삼겹살을 함께 먹는 가게가 제일 먼저 떴고, 그다음은 브런치, 족발, 오리고기, 버섯매운탕이 떴다. 음식 특성상 가성비가 높을 수도 없다.

 

바다가 안보이는 오션뷰 숙소

숙소를 검색해봤다. 오션 뷰가 딸린 숙소를 검색하고 싶어서 “바다가 보이는 부산 숙소” 혹은 “부산에 있는 오션 뷰 숙소”를 검색했는데 주로 남포동 숙소를 검색해줬다. 남포동도 바다 앞에 있긴 하다. 자갈치시장이 남포동이다. 그렇지만 남포동은 바다가 보인다기 보다는 그냥 숙소가 많은 지역이다. 부산과 숙소에만 집중했다는 의미다.

 

술이랑 밥을 모두 안파는 디저트 가게

오기가 생긴다. “강남에서 술이랑 밥이랑 같이 파는 가게”를 말했다. 술과 밥을 모두 팔지 않는 베이커리 카페가 검색됐다. 가수 강남도 검색됐다.

 

트와이스 신곡 검색해달라니까 영화 신곡 검색함

트와이스 신곡을 물어봤다. 트와이스가 검색됐고 누르면 트와이스 정보가 나온다. 신곡은 찾을 수 없었다. What is searching?

 

 

맥주 검색은 괜찮았으나 괜찮은지 아닌지 모르는 게 함정

사실 음성검색은 네이버 앱이나 다음 앱에 이미 탑재돼 있다. 텍스트 검색을 음성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결과도 같다.

이 앱은 인공지능 포털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직접 입력한 게 눈에 띄는 태그를 러닝의 결과물이라고 보긴 어렵겠다. 검색 결과가 쌓이면 딥러닝 결과물이 나올 수도. 현재 상태는 ‘절대 악의적인 검색을 하지 않았음에도’ 정상적으로 쓸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소비자가 태그에 맞춰서 가슴졸이며 검색할 필요는 없다.

 

신과함께 같은 웹툰을 검색했더니 그냥 아무 웹툰 대잔치

굳이 장점을 꼽으려고 찾아보니 컨수머가 원하는 정보들을 묶었다는 것. 네이버, 다음, 구글 등은 전문정보나 웹 문서 등도 검색해야 하므로 키워드에 따라 전문정보를 먼저 띄울 수도 있다. 말해 앱이 검색해주는 건 숙박업소, 영화, 맛집, 의류 등의 쇼핑정보다. 돈 되는 것만 하겠다는 뜻이다.

 

발렌시아가로 검색하면 안되고 발렌시아로 검색해야 한다. 잘못된 태그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의미.

이 앱은 기존 검색엔진과 똑 같은 방식이다. 마케팅 포인트가 음성일 뿐이다. 그마저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만 말해.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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