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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이제 네이버 아닌 유튜브가 지배자

한국 인터넷 산업의 지배자는 누구일까? 얼마 전까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네이버’였다. 네이버는 PC 웹 시절부터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인터넷을 지배했다. 초록 검색창은 세상을 보는 눈이었다. 사람들이 찾고 싶은 콘텐츠는 대부분 네이버 블로그, 카페, 지식iN에 담겨있었다.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면 네이버를 검색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언론들은 흔히 네이버가 포털 시장의 70%를 장악했다고 표현한다. 정치인들은 이를 근거로 포털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잘못됐다. 이 점유율은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구글 검색 사이에서의 점유율일 뿐이다. 이제는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도 함께 고려대상이 돼야 한다. 검색도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뉴스도 포털뿐 아니라 페이스북, 크롬 브라우저 추천으로 소비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유튜브 카카오 페이스북을 같은 시장에 넣으면 네이버의 점유율은 20~30%로 떨어진다.

네이버는 더이상 인터넷 산업의 지배자가 아니다. 새로운 황제가 등극했다. 그는 바로 ‘유튜브’다.

앱 시장조사 업체인 와이즈앱은 지난 2년 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모바일 앱 4종의 소비 시간 추이를 지난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2월 유튜브 사용시간은 257억분으로 압도적 1위였다. 그 뒤를 카카오톡 179억분, 네이버 모바일 앱 126억분, 페이스북 42억분이었다. 카카오와 네이버 이용시간을 합친 것과 유튜브 이용시간이 엇비슷하다.

시장구도가 이렇게 된지는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2016년 3월만 해도 국내에서 모바일 앱 사용시간이 가장 긴 앱은 카카오톡(189억분)이었다. 네이버는 109억분, 유튜브는 79억분, 페이스북은 49억분이었다. 2년 동안 유튜브가 눈부신 성장을 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어린이나 청소년 층의 유튜브 충성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검색도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에서 한다. ‘꿀팁’ ‘하우투(How to)’ 영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보를 텍스트나 이미지가 아닌 영상으로 소비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근본적으로 유튜브의 사용자경험(UX)과 서비스 품질이 이용자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역차별이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TV의 최대 화질은 HD급인 720p이다. 주로 제공되는 화질은 일반수준인 480p다. 하지만 유튜브는 FHD 1080p 을 넘어 4K 영상까지 서비스한다.

네이버TV가 유튜브처럼 고화질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네이버는 2016년에만 734억원의 망사용료를 지불했다. 화질이 좋아질수록 망사용료는 올라간다. 만약 네이버가 4K 서비스를 하려면 약 2000억원의 망사용료를 내야할 것이다.

그러나 구글은 망사용료 없이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영상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네이버처럼 큰 회사는 그나마 자본이 있기 때문에 견딜만하지만, 아프리카TV와 같은 규모의 회사들이 이렇게 역차별적 망사용료를 내면서 유튜브와 경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유튜브 성장의 요인 중 하나는 안드로이드 선탑재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면 유튜브 앱이 미리 설치돼 있다. 일반 앱 개발사들은 이용자들이 앱을 설치하도록 하기 위해 수백억원의 마케팅-광고 비용을 쏟아 붓지만, 유튜브는 그같은 비용없이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유튜브는 30미터 앞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선탑재에 대해 구글에 면죄부를 줬다. 네이버와 다음이 구글 검색 선탑재 문제를 제기했으나, 공정위는 성급하게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반면 공정위는 지난 2005년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서는 과징금 330억원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와 윈도 메신저를 윈도 운영체제에 끼워서 팔았다는 혐의였다. 이 논리대로라면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유튜브를 끼워팔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는 위헌판결을 받아 사라졌지만 인터넷 실명제도 국내 동영상 업체들의 발목을 잡은 사례다. 유튜브가 이렇게 유명해지기전 판도라TV와 같은 국내 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터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실명제로 인해 역전의 기회를 내줬다.

국내 업체들이 설자리는 좁아지고 있고, 한국 정부와 정치인은 이 현상에 부채질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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