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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모바일 산업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이 막을 내렸다. 올 행사는 갤럭시S9로 시작해서 5G 부흥회로 막을 내렸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을 5개의 포인트로 정리해봤다.

  1. 5G가 눈앞에 왔다

5G는 지난 3년간 MWC의 주요 주제였다. 그러나 그동안은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오갔다. 이 기간 동안 5G는 장비업체와 통신사의 과대광고 마케팅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이제는 진짜 5G가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평창올림픽에서 5G가 시범 서비스 됐다는 점에서 환경이 달라졌다. KT는 평창에서 선보인 시범 서비스를 바르셀로나에 들고 왔다. SK텔레콤도 5G 기반의 ‘홀로박스’라는 홀로그램 기술을 전시했다.

5G 기술 업체 중 가장 눈길을 끈 회사는 중국의 화웨이였다. 화웨이는 세계 최초의 5G CPE (Customer Premises Equipment)를 전시했다. 어쩌면 5G가 집에서 초고속인터넷과 와이파이 공유기를 대체할지도 모르겠다. 화웨이의 5G CPE 안에는 발롱 5G01라는 자체 개발 5G 모뎀칩셋이 들어있다.

5G 모뎀칩셋 경쟁도 볼만하다. 이 분야는 원래 퀄컴의 독무대였는데, 인텔이 5G 시장을 그냥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텔의 무기는 XMM8000으로, 델 HP 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제휴를 맺었다. 자신의 홈구장이나 다름없는 PC부터 시작하는 모습이다.

  1. 스마트폰, 혁신이 정체됐다

한동안 MWC의 주인공은 스마트폰이었다. 어느 회사가 또 혁신적인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일지, 누가 최고의 스마트폰을 전시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 MWC였다.

그러나 올해 MWC에서 스마트폰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개막 전날 삼성전자가 갤럭시S9와 갤럭시S9+를 발표하며 팡파레를 울렸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국내 미디어로부터 애플이 주로 듣던 “혁신은 없었다”는 비판이 삼성전자로 향했다. 실제로 갤럭시S9는 갤럭시S8에서 크게 진보하지 않았다는 평을 들었다. VR이모지와 같은 신기능은 아이폰을 베꼈다는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갤럭시S9로 만든 AR이모지

혁신의 정체는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아이폰X의 노치를 베낀 안드로이드폰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소니도 4K HDR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선보이는데 그쳤다.

콘셉트폰이지만, 중국의 VIVO라는 회사의 제품은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의 Apex라는 스마트폰은 베젤을 없앴다. 대신 디스플레이 액정을 통해 지문을 인식하고, 카메라는 숨겨져있다가 팝업 방식으로 나타났다.

  1. 자동차가 메인이다

MWC의 M이 모바일(Mobile)이 아니라 모터(Motor)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모바일 기기가 아니라 자동차가 행사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는 의미다.

자동차가 MWC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커넥티드 카’가 5G 시대의 킬러 서비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이 부스에 자동차 한 대씩 전시하는 것이 기본이 됐다.

벤츠 엠벅스

이번 MWC에서 주목을 받은 자동차 기업은 벤츠와 BMW다. 벤츠는 MWC 2018에서 신형 A클라스 차량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차량에는 CES에서 처음 선보인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엠벅스’가 탑재돼 있었다. 엠벅스는 계기판, 스티어링휠의 제어버튼, 터치패드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음성인식 기반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기술이 내장돼 있다.

BMW는 BMW는 i3 전기자동차를 개조한 ‘레벨5’ 완전자율주행차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레벨5는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스스로 이동하는 단계로, 자율주행차 발전의 최종목적지다.


BMW는 야외 전시장에서 자율주행차 시승식 이벤트를 열었다. 스마트폰으로 차를 호출, 인증한 후 탑승하면 차량이 이동한다. 다만 이번 MWC 행사에서는 눈과 비가 많이 내렸는데, 날씨 때문에 시연을 하지 못한 날이 있었다. BMW는 레벨5단계라고 소개했지만 날씨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율주행차를 거리에서 만날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하나로 일반 자동차를 자율주행차로 변신시키는 시도를 해서 눈길을 끌었다. 작년에 발표한 인공지능 프로세서 기린 970이 탑재된 메이트 10 프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르쉐 자동차를 자율 주행차로 만들었다.

물론 스마트폰 하나로 실제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는 없다. 이 행사는 메이트 10 프로가 사물을 얼마나 잘 인지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에 가까웠다.

  1. 구글의 지배는 계속된다

지난 1월 열린 CES 2018에서 가장 흔하게 만난 사람들은 흰색 우주복과 같은 옷을 입은 구글 직원들이었다. 구글 어시스턴트 홍보대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들은 구글 부스뿐 아니라 길거리나 다른 제조사 부스 한켠에 자리잡고 구글 어시스턴트를 소개했다.

샤오미 부스에 있는 구글 어시스턴트

MWC 2018에서도 우주복을 입은 이들을 전시회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MWC는 CES보다 더 구글 친화적인 행사다. 아이폰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인공지능 시장까지 먹어치울 기세다. 제조업체들은 구글의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까지 구글에 의존하는 모습이 많이 연출됐다. LG전자는 인공지능 브랜드 ‘씽큐’를 적용한 V3OS라는 스마트폰을 전시했는데,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한 것이었다.

구글은 이번 MWC 2018에서 새소식을 다수 발표했다. 우선 구글 어시스턴트 지원 언어를 30개까지 늘린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 코어AR 기술을 발표했다. 이는 삼성전자 갤럭시S9의 AR이모지의 근간기술이다. 또 저성능 디바이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OS인 ‘안드로이드 고’도 정식 출시했다. 노키아는 안드로이드 고를 탑재한 스마트폰 ‘노키아 1’을 전시했다.

  1. 한국 IT의 미래는 어둡다

CES 2018에 이어 MWC 2018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IT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체감했다. 국내 언론은 한국이 5G의 선두주자임을 증명했다고 전했지만, 한국의 5G 선두 ‘소비자’일 뿐이다. 5G를 위한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기술을 구매하는 나라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그나 글로벌 경쟁력이 분명하다. 갤럭시S9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고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고, 5G 네트워크 장비도 제공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 기업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인공지능, 커넥티드 카, 사물인터넷 등 미래를 먹여살릴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이름을 찾기 어려웠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대규모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선전’ ‘라 프렌치 테크’다. 선전은 중국 선전 지역의 기술기업들이며, ‘라 프렌치 테크’는 프랑스 정부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정책이다. 이들 부스에는 전 세계 참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한국 기업의 부스는 대부분 전시장 어딘가 구석에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 사람들이 주로 호기심에 들르는 경우가 많았다. 전시한 회사들도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기 보다는 누군가 지원해준다니까 손해볼 것 없다는 심정으로 나온 듯 보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