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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택시난, 근본적 해결책은 있다

카카오가 택시 문제 해법으로 내놓은 ‘웃돈내기’가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료 택시호출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실질적으로 택시요금 인상을 가져오는 그런 방안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도 “부분 유료화로의 전환은 승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으로 모처럼 조성된 택시산업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소비자들은 택시난이 해소되길 바라면서도 실질적 택시요금 인상효과만 가져올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카카오택시가 유료호출 서비스를 강행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카카오택시가 유료호출 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이유는 특정 시간대의 택시난 때문이다. 카카오택시는 택시 산업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지만, 이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집이 가까운 사람은 카카오택시 등장 이후 심야에 택시잡기가 더 어려워졌다.

우리가 특정시간대에 택시를 잡기 어려운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택시 수요는 시간대에 따라 큰 변화가 있다. 아침 출근시간이나 심야시간에는 택시를 타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공급은 이에 비례해 늘지 않는다.

카카오 측 데이터에 따르면, 오전 8~9시에 전국에서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는 사람은 23만명 정도된다. 그런데 배차 가능 기사는 2만6000명에 불과하다.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9배나 나는 것이다. 심야시간에도 이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이것이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이다. 경제학 기초이론에 따르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서 다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가격은 적정선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택시는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아도 가격이 올라가지도 않고, 공급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오히려 심야시간에는 취객을 상대하기 싫다고 운행을 안하는 기사들이 많아서 공급이 줄어든다.

반대로 낮시간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데, 이 때 역시 가격이 내려가지도 않고 공급이 줄지도 않는다. 빈차로 돌아다니면서 LPG 가스만 낭비하고 도심 교통체증만 유발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택시는 시장경제의 기본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카카오택시의 유료호출 요금제는 자체적으로는 수익모델의 일환이지만, 택시 경제학 측면에서 보면 수요에 따라 공급을 조금이라도 늘려보려는 시도 중 하나다. 지금까지는 개인택시의 경우 심야 시간에 운행을 한다고 수익이 월등하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운행을 안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그러나 유료호출로 심야에 운행하는 것이 수익에 큰 도움이 된다면 취객을 상대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운행에 나설 기사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소나마 공급이 늘어날 가증성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유료호출 요금제가 공급을 다소나마 늘린다고 해도 수요에는 한참 못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요에 따라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택시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수요공급의 불일치를 묵과하고 있다. 심야시간에 승객의 불편함과 낮시간의 택시공급 과잉을 그냥 지켜보면서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라이드셰어링이 있다. 라이드셰어링은 수요에 따라 공급을 계속 늘려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여객운송산업 종사자는 수익이 늘어나고, 승객은 편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다. 수요가 많은 심야나 출근 시간에 충분히 많은 수익을 거두면 승객이 없는 낮 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해결책이다.

‘택시’라는 특정 기득권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여객운송 산업을 전반을 혁신하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러니까, 우버(와 같은 라이드셰어링)를 허하라.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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