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기능을 탑재한 텐가의 신제품이 나왔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인 동시에 호모 파베르(Homo Faber)기도 하다. 도구를 만들어내고 사용한다는 의미다. 도구를 통해 최상위 포식자에 이르렀다. 그런데 남성의 밤은 왜 아직도 원시적인가. 당신은 호모 인사피엔스(현명하지 못한 인간)이다.

 

남성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3월 초, 여러분이 아는 남성 전용 자위 기구 브랜드인 텐가가 전동 기능이 달린 제품을 출시했다. 이름은 텐가 플립 제로 EV(Tenga Flip Zero EV). 모체는 기존 제품인 플립 제로다. 양쪽으로 열려 청소가 쉬운 플립 구조의 제품이다. 공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어 강력한 진공 상태를 만들어주는 게 특징이다. EV는 거기에다 진동을 더한다. 상상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겪어본 적이 없는데도 그렇다.

위는 전원 버튼, 아래는 삽입부

외부는 이렇게 생겼다. 애플이 디자인한 보온병 같은 느낌이다. 감성이 흘러넘친다. 조니 아이브가 등장해 분해 영상을 보며 예쁜 영국 영어로 설명을 해줄 것만 같다. 가족이 발견한다고 해도 “인공지능 스피커인데 한국 서비스가 아직이라 사용할 수가 없다”고 거짓말할 수 있다. 과거의 아이리버 MP3P 느낌도 있다. 즉, 왜인지 무드등이 들어올 것 같고 음악과 관련 있을 것 같은 느낌.  차가운 도시의 서늘한 남자의 향기. 들켜도 상관이 없다면 인테리어용으로 놓아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위아래 바이브레이션 코어(모터)가 달려 있는데 위의 모터는 못 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이 제품뿐 아니라 모든 플립형 제품이 이렇게 생겼다. 에일리언의 소화기관 같은 느낌이다. 과연 이 25세기쯤 나타날 것 같은 퓨처리즘 악마의 입 같은 데다 그래도 될까? 찢겨나가진 않을까? 평소에 아무리 쓸모가 없다고 해도 없으면 안되는데 하는 공포가 엄습한다.

괜찮을까..(출처: Metro UK)

사실 별문제는 없다. 내부는 굉장히 부드러운 실리콘이며, 그냥 쓰는 게 아니라 ‘홀 로션’으로 부르는 윤활제를 써야 한다. 그렇다. 또 돈을 써야 한다.

 

사용기 “이건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열쇠”

남성용 전동 제품이 전 세계 최초인 건 아니지만 리딩 업체에서는 처음 만드는 거라 해당 제품에 대한 정보가 없다. 특성상 사전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플립 제로 EV가 먼저 출시된 국가들의 리뷰를 찾아봤다.

 

“Once you activate the hand-powered suction function along the sides, it’s lights out. -MENS Toys HUB“

“옆을 눌러 진공 기능을 켜보자. 기억이 사라진다.”

 

“ちょうど奥まで突っ込んだところに電動のモーターがあるので、ストロークする度に亀頭を中心に体全体に電気が走るような感覚が走る – Amazon JP”

“끝까지 돌진하면 전기 모터를 만나는데, 몸 전체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 We thoroughly loved the original Zero, and the EV functions exactly the same. But the added dual vibration cores just take everything to another level – the big gay review”

“원래 제품도 좋다. 그런데 모터 두 개가 장착되니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버렸다.”

 

사용법

사용법은 윤활제를 곳곳에 도포 후 삽입, 그 후 진동 버튼을 켜는 것뿐이다. 진동은 총 다섯 가지며, 완전히 충전했을 때 40분을 사용할 수 있다. 방전 상태에서 완전 충전까지는 90분이 소요된다. 충전은 그냥 올려두면 되는 쉬운 방법이다.

총 다섯 가지의 진동을 제공한다

 

세척

세척법도 쉽다. 물로 속 부분을 씻어내면 수용성인 젤이 손쉽게 씻겨 나간다. 문제는 현자 타임이다. 모든 것을 끝내고 난 뒤엔 지구의 미래, 인생의 의미, 환경오염, 통일의 결과 등에 대한 짧고 깊은 고찰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아무 의미도 없고, 인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느냐 하는 철학적인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주섬주섬 뭔가를 씻어야 한다니 그보다 더 웃긴 꼴은 없을 것이다. 이 고귀하고 현학적이며 사실은 비참한 시간에 설거지라니. 다만 세척이나 말리기는 매우 쉽다고 한다.

 

아쉬운 점

요즘 때가 어느 땐데 VR 제품과 상호작용 기능이 없다. 이 기능이 탑재되면 그야말로 ‘로봇과 섹스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로봇이 굳이 사람의 신체와 똑같이 생길 필요는 없으니까. 요즘 로봇은 힘센 애완동물처럼 생겼다. 사람과 똑같은 게 더 무섭다.

일본 여행 시 발견한 제품, 한글이 보이지만 오해다

이 제품은 3월 3일 한국에 출시됐고 가격은 22만 5천 원이다. 당연히 품절이다. 일본에서 해당 제품이 세금 포함 1만 9천 엔~2만 엔에 팔리고 있었으니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이다. 다만 한국에 반입되는지를 몰라서 실제로 체험은 못 해봤으니 텐가 관계자는 연락주기 바랍니다. 어디까지나 공익적 목적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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