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으로 설렁탕 사먹을 수 있을까?

우리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것을 ‘가상화폐’라고 부른다. 정부에서 발행한 물리적 실체가 있는 화폐는 아니지만, 네트워크 상에서 전자적 형태로 화폐처럼 사용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직 가상화폐가 진짜 ‘화폐’처럼 기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근의 분위기는 가상화폐의 존재의 이유가 마치 투기나 투자를 위한 것 같을 정도다. 가상화폐가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달러를 살 때 미국 가서 쓰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원달러 환율이 오르기를 기대하면 달러를 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ICO의 경우 주식과 유사한 개념으로 가상화폐가 존재한다.

그러나 가상화폐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화폐’로서의 쓸모가 있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할 수 있는 도구가 돼야 화폐다. 해외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실제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가상화폐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가운데 블록체인 전문 스타트업 ‘체인파트너스’가 이더리움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 ‘코인덕(coinduck.kr)’을 내놓아서 눈길을 끈다.

체인파트너스에 따르면, 코인덕은 전국 모든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더리움을 상품과 서비스 결제에 이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다. 예를 들어 설렁탕 가게 사장님이 코인덕 파트너에 가입하면, 손님이 음식값을 이더리움으로 낼 수 있다.

그런데 기존의 가상화폐 결제에 오래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상 거래 검증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소 수십 초에서 수십 분을 기다려야 결제에 이용할 수 있었다.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검증으로 인해 10분마다 거래가 일어난다. 이런 단점은 가상화폐가 실제 일상 거래에서 사용되기 어렵게 만들었다. 설렁탕 먹고 계산하기 위해 10분 기다리는 것는 너무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체인파트너스는 코인덕이 가상화폐의 이런 단점을 극복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코인덕은 결제 즉시 거래 여부를 딥 러닝 기술로 판별해 블록체인이 정상 결제로 검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래를 선승인 처리한다”면서 “이 기술을 특허 출원하고 상용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거래를 처음 승인하고 검증하는데 평균 15초가 소요되지만 체인파트너스가 독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블록체인이 정상 검증할 거래를 99.999%의 신뢰도로 예측해 모든 결제 고객의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이 기술을 이용하면 가상화폐 결제 고객이 이더리움을 송금하고 매장 매니저가 확인하기까지 평균 5초가 소요된다”면서 “이는 기존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이 최소 10분에서 많게는 1시간 이상 걸리던 검증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가상화폐가 실물거래에 잘 사용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가치가 급변하는 점도 있다. 설렁탕 값으로 6000원 어치 이더리움을 받았는데, 다음날 3000원의 가치로 떨어진다면 식당 주인은 반값에 설렁탕을 제공한 셈이 된다. 이런 점 때문에 가상화폐 결제 가맹점을 모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체인파트너스는 가치변동성이라는 위험요소를 떠안기로 했다. 가맹점 이용자와 가맹점주는 거래하는 그 순간 이더리움의 가치로 거래하게 된다. 거래가 일어나는 순간의 이더리움 가격을 스냅샷을 찍어서 그 기준으로 거래하도록 하는 것이다. 혹시 거래 이후 이더리움 가격이 폭락해도 그 리스크는 체인파트너스가 짊어지게 된다. 물론 가격이 폭등해서 이익을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고객 입장에서는 한국의 모든 모바일 전자지갑은 물론 해외 거래소와 전자지갑을 통해서도 코인덕의 이더리움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는 대부분 자사 지갑을 가진 고객이 자사 가맹점을 통해서만 결제할 수 있었다.

코인덕은 전세계 모든 가상화폐 지갑과 거래소 앱과 호환돼 별도의 지갑 설치 없이 이더리움을 보유한 누구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한편 코인덕 서비스를 개발한 체인파트너스는 특히 오는 2월 9일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내한하는 외신 기자들과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국이 가상화폐 종주국임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코인덕은 평창 올림픽 개막 전 가입 가맹점에 결제 수수료 평생 1%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미 지난 2주간의 사전 예약 기간을 통해 평창의 대형식당과 숙박업소, 스키 렌탈샵 등 다양한 업종이 참여한 바 있다.

코인덕 서비스를 개발한 체인파트너스 신민섭 EIR(사내기업가)은 “우리나라는 가상화폐가 하루 평균 3조원이 거래되며 전세계 거래량의 20% 이상을 차지하지만 투자 목적 외에 이를 실제로 쓸 수 있는 환경은 전무했다”며 “올림픽을 계기로 200만명이 넘는 국내 코인 투자자가 현실에서 가상화폐를 실제로 써보며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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