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1조원 투자유치, 글로벌 콘텐츠 기업 사냥 나선다
카카오가 해외에서 1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는 18일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확정지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GDR은 오는 2월 초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GDR 발행 가격은 17일 종가 대비 3.7% 할인된 주당 129,004원(USD 121.04)이다. 보통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현 주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진행하는데, 3.7%의 할인율은 매우 낮은 편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미화 10억 달러는 최근 10년 내 국내 기업이 해외 주식 시장을 통해 조달한 최대 규모의 금액이다.
카카오는 이번에 새로 조달한 1조원과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 4000억원을 합쳐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회사 측은 “콘텐츠 관련 사업은 지속적으로 매력적인 콘텐츠를 확보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역량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면서 “우수한 콘텐츠 IP나 판권 확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해외시장 진출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성 있는 콘텐츠 관련 글로벌 기업에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콘텐츠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이유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것이다. 카카오의 기술이나 플랫폼보다는 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 먹힌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실제로 카카오톡 멜론 모바일게임 등 카카오의 현재 사업은 대부분 국내향이다. 인도네시아 등에 카카오톡을 안착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펼쳤지만,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콘텐츠는 좀 분위기가 다르다. 카카오가 최근 일본에서 선보인 만화 플랫폼 픽코마는 카카오에 “글로벌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픽코마는 앱스토어 북 카테고리 기준 다운로드 1위,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3분기 기준 61억엔의 매출을 일으켰다. 전년대비 3991% 성장했고, 전분기 대비로 205% 성장한 수치다. 4분기 매출은 76억엔에 달할 것으로 카카오 측은 예측하고 있다.
카카오가 꿈에 그리던 해외 시장 개척에 가시적인 성과가 처음 나온 셈이다.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 라인 등과 플랫폼 경쟁을 콘텐츠라는 다른 시장을 경냥하는 것이 낫다고 봤고, 해외 투자자들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카카오 박성훈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일본에서 선보인 만화 플랫폼 픽코마가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등 콘텐츠를 통한 글로벌 진출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해외 투자자들이 카카오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면서,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이 담보된 업체 중심 M&A를 추진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감으로써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인수합병 경쟁을 펼치기에 10억 달러는 그다지 크지 않은 금액이다. 중국의 텐센트가 핀란드의 슈퍼셀을 인수한 금액은 무려 86억 달러였다. 아마존은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9억 7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넷마블게임즈가 카밤 밴쿠버 스튜디오 인수가도 8억 달러다.
이를 보면 카카오가 10억 달러를 들고 M&A 시장에 가봐야 괜찮은 매물은 한두 개 손에 넣고 자금을 다 쓸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면 후폭풍이 거셀 것이다. 카카오는 앞서 인도네시아 시장 개척을 위해 패스(path)라는 SNS를 인수했는데, 이 투자는 사실상 실패로 결론이 내려지는 중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대형 매물 한두 개보다는 규모가 작고 알찬 콘텐츠 기업을 찾아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카카오는 이번 투자금 중 10% 정도를 4차산업혁명 기술개발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인공지능 등 첨단 신사업분야의 연구개발, 해외 우수인재 채용 및 IP 확보를 위하여 해외 우수기업의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 (IoT), 로봇 및 자율주행자동차 등의 기타 4차 산업 관련 기업 및 기술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1조원 투자금의 10%라면 1000억원 정도인데, 글로벌 수준의 AI 연구개발 투자금에는 한참 못미친다. 일례로 네이버는 지난 해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AI 분야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매물을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