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정전에, 데모 사고도…‘CES 2018’에서 생긴 일

150여개국 3900여개 전시기업과 18만명 넘는 참관객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 첨단 IT·소비자 기술 박람회 ‘CES 2018’.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열렸다. ‘CES 2018’에서는 스마트가전,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 등 우리 생활과 산업을 크게 바꾸는 수많은 혁신기술 경연장이 펼쳐졌다.

개막 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스타트업을 위한 ‘언베일드 이노베이션(Unveiled Innovation)’ 행사와 기조연설, 컨퍼런스를 포함해 다양한 사전 행사가 이틀 전부터 열리므로 실제 행사기간은 일주일 내내 이어진다.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초대형 행사인만큼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지기 십상. 올해 행사에서는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많았다는 평.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뿐 아니라 유명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 대다수가 거대한 ‘CES 2018’ 행사장 같았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CES 2018 공식 행사장인 LVCC 전시장 입구.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있다. <사진 출처 : CES 웹사이트(www.ces.tech)>

사막지역에 비가?! 비로 인한 악재와 피해 연속

“비가 내릴 수가…!” ‘CES 2018’ 전시회 개막 하루 전인 8일(현지시간) 저녁 6시 30분부터 예정된 브라이언 크르자니치(Brain Krzanich)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음. 당연히 비가 올 것이라고 예상치 못해 우산을 갖고 있지 않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대로 비를 맞고 호텔로 향할 수밖에… 꽤 세찬 비가 이날 상당 시간 동안 내린 후에야 그쳐, 라스베이거스에서 오랜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에 젖는 경험을 함.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들은 “석달 만에” 혹은 “다섯달 만에” 내리는 비라고, 하필 이때 비가 오냐고 신기해 함.

야외 전시장, 개막 첫 날 개점휴업 상태

비는 개막일 아침에도 그치지 않고 계속됐는데, 이로 인해 ‘플라자’에 있는 야외 전시장들이 피해를 봤음. 이번 ‘CES 2018’ 개막 첫 날 전시부스를 열지 못한 곳들도 있었고 연 곳들도 참관객들이 야외 전시장을 전혀 찾지 않아 발만 동동. ‘CES 2018’에 올해 처음 참여한 구글도 ‘센트럴 플라자’에 전시장을 꾸몄는데, 첫 날 전시장 문을 열지 못했다고.
코트라(KOTRA) 한국관이 위치해 60여개 한국업체들이 전시부스를 차린 ‘사우스 플라자’와 행사장 메인 전시장인 ‘센트럴 홀’에서도 천장에서 비가 새는 곳들이 곳곳에 눈에 띄어 눈살이 찌푸려짐.

LVCC 사우스 플라자에 마련된 구글 전시부스. 구글은 폭우로 개막 당일에는 부스를 열지 못했으나 이틀째부터는 많은 사람들을 맞이했다. 점심시간에는 참관객들에게 도미노 피자를 나눠주기도.

행사장 가는 길은 험난, 셔틀버스에서 2시간 넘게 소요

비가 내리는 날이 드문 라스베이거스 도로는 배수시설이 잘 돼있지 않은 탓인지 물이 흥건하게 고인 도로들을 쉽게 볼 수 있었음. 아침에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오던 참관객들 중에서는 보통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2시간 넘게 걸려 행사장에 도착한 경우도. 개막 첫 날이라 수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으로 향해 복잡한 상황에다 비까지 온 탓에 첫 날 오전 8~10시 사이 교통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았던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첫 날 들어가려던 컨퍼런스를 놓친 사람들도 많았음.
단 이틀 간 내린 비의 양은 라스베이거스 일 년 강수량의 30% 이상은 된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이야기. 이 비는 몇 달 만에 내린 것.(사람들마다 시기에 대한 얘기가 석 달, 다섯 달 등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음.)

정전 사태에 센트럴 홀 밖에서 불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참관객들

불꺼진 CES, 메인 전시관 ‘센트럴 홀’ 2시간 정전 사태

세계 최대규모 전시회에서 행사장이 정전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 행사 개막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오전 11시 15분 ‘센트럴 홀’, 그리고 ‘센트럴 홀’과 ‘사우스 홀 중간 미팅룸 전체가 정전됨. 사우스 홀은 몇분 만에 복구 됐으나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주요 가전업체들의 전시장이 있는 센트럴 홀은 두 시간 가량 암흑상태가 이어지며 전시가 중단됨. 정전으로 관람객들은 스마트폰 불빛에 의존해 전시장에 설치돼 있는 최첨단 장비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전시장을 빠져나왔다고. 사우스 홀과 센트롤 홀 중간에 있는 기자실 역시 정전이 됐는데, 두 시간 후 불이 들어오자 기자들이 환호성을 질렀음. 이번 CES 2018에 참가한 기업들은 비로 인한 피해에, 정전까지 겪게 됨. 주최측인 소비자기술협회(CTA)는 당시 내린 폭우로 인해 일부 변압기에서 섬광(Flashover)현상이 발견된 탓이라고 설명.

정전으로 LVCC 사우스 홀에서 센트럴 홀로 이어지는 통로의 문이 굳게 닫겨있다.

찾는 사람 없는 야외 (임시) 전시장 ‘사우스 플라자’, 한국관 업체들 ‘부글부글’

LVCC 사우스 플라자에 위치한 한국관 모습.

주 행사장과 동떨어져 있는 야외 전시장인 ‘사우스 플라자’는 사실 임시 전시장이었음. 비교적 규모가 있는 기업들이 설치한 단독 부스들이 모여있는 ‘노스 플라자’와 ‘센트럴 플라자’와는 큰 차이가 있음. 큰 천막 안에 수백개 작은 부스들이 이어져 있었는데,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같은 아시아 기업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음.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절대 찾아갈 수 없는, 참관객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었고, 전시장 외관도 초라함.
행사 개막 사흘째인 11일 찾은 한국관에서는 야심차게 준비하고 나왔지만 행사 효과는커녕 돈만 쓰고 망했다고 부글부글하거나 기운 빠진 기업들을 만날 수 있었음.
코트라(KOTRA)에 확인해보니, 원래 ‘사우스 플라자’에 있는 한국관 업체들 전시부스는 메인 행사장인 LVCC ‘노스홀’과 붙어있는 ‘웨스트게이트’ 호텔이나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모여있는 대형 전시장인 ‘샌즈 엑스포(SANS Expo, 베네시안/팔라조호텔) 유레카 파크’에 마련될 예정이었으나 호텔 공사 문제로 이같은 임시 전시장으로 밀려난 것.
CTA측에서는 지난해 9월 말 참가비가 입금된 것을 확인한 직후에야 이같은 사실을 알려줬다고. 코트라에서 주최측에 항의해 그나마 CTA측에서 작년에 참가한 모든 참관객들에게 ‘사우스 플라자’ 전시장과 기업들을 알리는 메일 발송, 광고 홍보 등을 해줬다고 함.

실전에선 늘 안되는 데모. 소니·LG 기자간담회서 로봇 시연

LG전자 미국법인 데이빗 반더월 마케팅총괄이 서빙로봇, 포터로봇, 쇼핑카트로봇 등 신규 컨셉 로봇 3종을 소개하고 있다.

“클로이, 오늘 내 스케줄이 뭐지?” 클로이는 LG전자가 개발한 로봇 포트폴리오 브랜드임. LG전자는 CES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홈 로봇 클로이를 공개했는데, 음성인식 비서라고 보면 됨. 그런데 문제는 시연에서 클로이가 묵묵부답인 상황 발생. 시연을 맡은 데이빗 반더월 LG전자 미국법인 마케팅총괄이 스케줄을 묻는 등 세 번의 질문을 했으나 클로이가 작동하지 않음. 사람들이 꽉 들어차자 네트워크 과부하와 간섭 문제로 와이파이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이유. 뻘쭘해진 반더월 부사장은 “클로이가 나를 좋아하지 않나보다, 로봇도 기분이 안좋은 날이 있다”는 등 농담으로 무마함. 앞줄에 앉은 LG전자 임직원들 표정도 굳어있었다는 후문. 소니도 같은 날 오후 반려견 로봇 ‘아이보’를 공개했는데 중간에 한 번 정도 히라이 가즈오 사장의 의도대로 아이보가 움직이지 않아 “아이보가 내 말을 무시한다”며 웃고 넘어감.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하늘에 등장한 인텔 드론 조명

CES 2018 행사 기간 벨라지오 호텔 아래에는 화려한 분수 쇼가, 하늘에는 신기한 조명 쇼가 펼쳐졌다. <사진 출처 : CBSNews 영상 캡처>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사람이면 꼭 보는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 쇼. ‘CES 2018’이 열린 일주일 저녁 시간 벨라지오 호텔에서는 화려한 분수 쇼 외에도 신기한 조명이 하늘을 수놓음. 이는 바로 조명 쇼를 위한 인텔 드론이 만들어낸 효과. 인텔은 ‘CES 2018’을 기념하기 위해 벨라지오에 ‘슈팅스타 드론’ 250개를 날리며 멋진 조명 쇼를 연출함. 이 드론은 인텔이 조명 쇼 용도로 특별히 만든 것으로, 무게는 300그램에 불과하다고. 인텔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프로그래밍됐고, 모든 움직임은 인텔 애니메이션 팀이 시간을 설정해 조정했으며, 한 명의 조종사가 제어했다고 함.
센트럴 홀이 두 시간 동안 정전됐을 때 인텔은 이 드론 일부를 사용해 빛을 비췄다고 함.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인텔 CEO는 기조연설에서 기술과 예술·엔터테인먼트의 융합으로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영화를 보는 일상적인 경험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음.

조명 쇼 용도로 만들어진 인텔의 ‘슈팅스타 드론’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남혜현 기자<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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