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들은 왜 레진코믹스에 분노했나

레진코믹스가 다시 한 번 시끄럽다. 논란은 회색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레진코믹스로부터 2년만에 돈을 받았다”는 글에서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레진코믹스가 작가와 협의 없이 중국 내 작품 연재를 중단했으며, 유료분 판매 수익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제때 정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많은 작가와 독자의 공분을 샀고, 급기야 7일에는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청하는 청원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청원 이틀만에 2만명이 넘는 참여가 이어지는 등 일이 커지자, 레진코믹스도 8일 오후 “회색 작가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레진코믹스는 한국 웹툰계에 빼놓을 수 없는 이정표 같은 곳이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양대 포털을 잇는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웹툰 유료화 모델의 선도적 역할을 했다. 작가들도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다. 독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진다는 것은 더 많은 작가가 더 많은 독자를 만날 공간이 생겨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진코믹스와 작가 간 반목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회색 작가의 글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그간 레진코믹스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목소리는 공공연하게 있어왔다.

심지어 레진 vs 작가라는 구도마저 형성되는 것처럼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웹툰작가 A는 “레진과 웹툰작가들 간 감정의 골이 쉽게 메워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 모두 상대편에 느끼는 감정은 ‘배신감’에 가까워 보인다. 작가들은 “레진코믹스가 작가주의를 표방하더니 ,이제는 돈 버는 수단만 강구하고 있다”고 말하고, 레진은 “독자들이 떠날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논란이 된 작가까지 품어왔는데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이정도 미움은 1등이 받는다. 레진코믹스는 국내 웹툰 플랫폼 시장에서 3위 사업자다. 대체 왜, 3위 사업자인 레진이 이렇게 작가들에게 미움을 받는 걸까.

포털과 웹툰 마켓, 그 출발의 차이

네이버와 다음을, 편의상 포털 웹툰이라고 부르자. 포털 웹툰은 만화를 ‘무료’로 뿌린다. 사람들은 포털에 접속, 원하는 웹툰을 공짜로 본다. 대신 포털은 트래픽을 얻는다. 그리고 트래픽에 따른 광고 수익을 낸다. 인기 웹툰은 IP를 팔아 게임화도 되고 드라마, 영화화도 된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포털은 작가들과 나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웹툰을 팔아 돈을 버는’ 직접 수익은 아니다. 간접 수익에 가깝지만 그 규모가 크다. 그래서, 포털의 경우엔 웹툰 작가들을 유치할 수 있는 빵빵한 자본을 얻는다. 양대 포털은 작가들에게 월급 개념의 ‘원고료’를 지급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네이버는 신인작가 기준, 최소 월 200만원의 원고료를 지급한다. 그리고 석달에 한 번씩 재평가를 해 고료를 올린다.

다음의 경우 네이버와 기본 고료가 비슷한 수준이다(현재 다음의 원고료가 재조정되는 기간이다). 5개월마다 원고료를 재평가하는데, 동결과 상승만 있다. 이전보다 원고료를 깎지는 않는다. 다음 측에 따르면 “연재작품의 50%가 실입금액 기준, 월수입이 500만원 이상”이라고 말한다. 물론, 다음엔 간판급 인기작가가 많다.

‘미리보기’나 ‘완결 작품 다시보기’ 같은 직접적 유료 수익이 날 경우 두 포털 모두 작가와 7:3으로 나눈다. 단돈 100원이라도 매출이 날 경우 작가가 이중 70원을 가져간다. 작가 입장에선 최소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고정급이 있어 든든한 구조다.

레진코믹스는 포털과 태생적으로 다르다. 애초에 무료로 만화를 풀어 트래픽을 챙기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애플 앱스토어 같은 웹툰 마켓이라고 보는 편이 이해가 쉽다. 포털처럼 기본 자본이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정급을 줄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유료 수익만 나누자니 작가 유치가 어렵다. 그래서 생겨난 개념이 미니멈 개런티(MG)다.

MG를 쉽게 설명하자면, 미래의 수익을 미리 당겨와 작가들에 먼저 주는 것이다. 레진의 MG는 200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러니까, 작가가 유료 수익분을 추가로 가져가려면 해당 웹툰의 매출 이익이 최소 400만원 이상 나와야 가능하다. 레진이 작가에 배분하는 수익은 코인당 50원이다. 코인은 묶음별로 판매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가격을 말하긴 어렵지만 아무런 할인 이벤트가 붙지 않았을 때 개당 140원 정도에 판매된다.

레진 입장에서는 “MG보다 수익이 적게 나는 작가들에게도 최소 200만원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작가들에 이익”이라고 말한다. 그 이상 수익이 날 경우 작가들과 나누는 구조이고, MG보다 매출이 적게 나와도 플랫폼이 손해를 떠안고 가는 구조라고도 설명한다. 레진의 입장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런데 작가들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MG가 있다고 하더라도, 애초 계약과 달리 조기 완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레진의 손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털과 레진을 비교하면, 고정급과 성과급의 차이로 볼 수 있다. 고정급이 있는 곳을 작가들이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레진이 성과급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작가들에 좋은 평가를 듣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독자를 불러 모아 더 많은 매출을 내야한다. 그러나 그 부분에서 레진은 포털을 이기기 어렵다. 기본 트래픽을 깔고 가는 포털을 레진이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8일 오후 5시 40분 기준, 청원 참여가 2만7000명을 넘어섰다.

작가를 납품자로만 보나

“작가주의를 표방하더니, 지금은 레진이 작가를 생산자로만 본다”

이 말 한마디가 지금 레진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레진이 작가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이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지각비다. 지각비는 어쩌면 두 축의 감정 싸움이 이렇게 크게 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청와대 청원 글에도 지각비 이슈가 나온다. 그 글에 따르면,

레진코믹스는 지난해부터 작품 업로드일 이틀 전까지 자체 마감일을 지정해 놓고, 실제로 업로드 지체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각비’라는 명목으로 작가 매출의 일부를 퍼센테이지(*최대 9%)로 떼어 갔다.

한국웹툰작가협회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일부 작가들의 경우 연 1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각비로 징수당하기도 했다. 비판이 커지자 레진은 2018년 2월까지 지각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협회는 성명에서 “부당하게 지각비를 징수 당한 작가들에 대한 보상 방법과, 레진코믹스 운영상 과실 또는 서비스 오류 발생으로 인한 작가 수익 악화에 대한 보상정책, 폐지시점을 2018년 2월로 설정한 경위 설명”등을 요구했다.

레진코믹스 측은 이와 관련해 “약속한 시간까지 원고를 보내지 않는 작가가 늘어나는 까닭에 다수 웹툰 작품에 운영상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며 “서비스 오픈 때부터 계약조항에 있었던 ‘납입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조항’을 실행하지 않다가 2년 2개월이 지난 2015년 8월 이후부터 지체상금 조항을 실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지각비는, 작가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이슈다. 마감을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작가들은 레진이 자신들을 단순한 생산자로만 본다는 감정적 분노를 느꼈다. 공장에서 공산품을 찍어 납품하듯 납기일을 정하고, 그걸 못 맞추면 지각비를 내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작가 중심주의’를 가치로 걸고 화려하게 등장했던 레진에 배신감을 느꼈다. 이성적인 문제는 논리적으로 풀면 된다. 그러나 감정의 골은, 근본 원인을 제거해도 찌꺼기가 남는다.

해외 판권 계약과 수익금 배분

회색 작가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다. 해외 서비스 고료를 제대로 정산받지 못했다는 것이 핵심 이슈다. 레진 측은 우선 정산은 모두 마무리됐으며, 중국 서비스 고료는 그 수익이 매우 미미해 레진이 일부러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레진에 따르면 회색작가의 경우 중국서비스에 따른 3년치 실입금액은 총 49만원이다. 전체에 비하면 아주 작은 액수라는 것인데, 회색 작가가 지금까지 레진코믹스 한국 서비스를 통해 정산 및 입금받은 실입금액은, 2013년 1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총 3억1천만원이다. 다시 말해 “3년 동안 매달 꼬박꼬박 총 3억1천만원을 입금한 레진코믹스가, 리스크를 안고 굳이 49만원을 드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실제로 중국 현지 상황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 중국 에이전시는 웹툰 콘텐츠를 국내 음원 스트리밍 방식처럼 정액제로 과금한다. 예를 들어 특정 금액을 내고 특정 작가들의 특정 작품을 무한대로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레진은 중국내 플랫폼별, 기간별, 작가별 세부정산내역을 확인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한다. 즉, 정산을 안하려고 한 게 아니라 중국 현지 사정 때문에 정산이 늦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작가들은 레진의 해외판권 계약 방식도 문제 삼는다. 국내 연재를 할 경우 해외 판권까지 묶어서 계약하기를 종용받았다는 것이다. 한국만화가협회에서는 이와 관련,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네이버도 비슷하다. 다만, 네이버의 경우 아직까지 국외에서 유료화 모델을 가져가지 않았다. 무료로 풀되, 네이버와 라인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수월하게 글로벌 진출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수익 문제를 놓고 레진처럼 다툼이 날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다르다.

또 레진코믹스에 연재중인 인기작가 B는 레진의 문제와 관련, 위기대처 능력 부재로 보기도 했다. 그는 “레진이 작가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을 꼬집어주지 못했다”며 “설렁설렁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를 계기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가들도 레진의 위기를 안타까워 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국만화가협회장을 역임한 이충호 작가는 “방송통신심의원회가 성인만화를 이유로 레진코믹스의 서버를 닫는 문제가 생겼을 때 작가들이 레진을 살리기 위해 앞장섰다”며 “안정적이고 건강한 연재처가 웹툰계에 별로 없는 만큼 레진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진은 지난 2013년 6월, ‘기다리면 무료, 미리 보려면 유료’라는 미리보기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시작하면서 성장한 대표 스타트업이다. 웹툰이라는 콘텐츠를 돈 내고 보는 유료 콘텐츠로 만들어낸 주역 중 하나다. 사장되긴 아까운 플랫폼이다. 그러나 지금 작가들은 “레진이 선을 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충호 작가는 “플랫폼이 작가들과 이정도 감정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 플랫폼은 광장한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며 “레진이 작가들의 감정을 다독여줄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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