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모바일’이 다시 네이버 본진으로 들어가는 이유

네이버와 캠프모바일이 다시 통합된다. 네이버는 “네이버와 캠프모바일이 UGC(사용자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 서비스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글로벌 UGC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모으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합병 기일은 2018년 2월 1일이다.

모바일 기동대 ‘캠프모바일’

캠프모바일은 네이버에서 모바일 혁명에 대처하기 위한 ‘기동대’였다. 2013년 3월, 캠프모바일은 사업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모바일 영역을 개척하는 모바일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을 위해 네이버에서 분사했다. 싸이월드와 네이버 블로그를 기획한 천재 기획자로 알려진 이람 이사가 초대 캠프모바일 대표를 맡았다. 네이버 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바일 서비스 ‘밴드’를 캠프모바일에 내주고 밑천으로 삼도록 했다.

네이버가 모바일에 대처하기 위해 캠프모바일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던 이유는 ‘민첩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거대한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는데, 이미 인터넷 시장의 공룡이었던 네이버의 움직임은 너무 느렸다. 당시 국내 모바일 시장은 카카오톡이 모바일 메신저로 성공을 거뒀고, 이를 발판으로 카카오스토리 등 네이버의 강점인 UGC 시장에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였다. 또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지배력으로 네이버의 목을 죄어왔고,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도 국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

이런 상황에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는 큰 위기의식을 느꼈다.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네이버가 노키아 휴대폰 사업처럼 한순간에 무너질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PC 웹 시장의 지배자인 네이버라는 조직은 공룡처럼 움직였다.이때 나온 발언이 유명한 이 창업자의 “조기축구 동호회” 표현이다.

당시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 창업자는 2012년 사내 강연에서 “사내 게시판에서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조직원들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NHN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 의장의 이런 인식은 네이버가 캠프모바일이라는 기동대를 조직한 배경이었다. 빠르게 움직여서 변화에 대처하고, 모바일에 맞는 서비스를 민첩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캠프모바일의 미션이었다.

성공일까 실패일까

이런 점에서 네이버와 캠프모바일이 다시 통합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해석은 두 개 중 하나다. 캠프모바일이라는 기동대가 제 역할을 다하고 기동대의 필요성이 적어져 통합하는 것일 수도 있고, 기동대가 제 역할을 다 못해서 불려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직관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은 후자다. 캠프모바일은 기대와 달리 가시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우선 ‘밴드’가 문제다.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8500만 건의 다운로드가 발생했고, 한 때 ‘제2의 아이러브스쿨’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행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수익으로 연결이 어려웠다. 서비스의 규모가 커지면서 운영비용은 천문학적인데 수익이 이를 받혀주지 못하고 있다. 초기에 카카오게임하기와 같은 수익모델을 야심차게 적용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밴드’는 네이버가 캠프모바일을 독립시키면서 ‘이걸로 먹고 살면서 혁신을 가속화 하라’라는 측면에서 떼어준 서비스인데, 그 자체가 네이버 연결 실적에 많은 부담을 줬다. 최대 미션이었던 밴드의 글로벌 확장도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네이버 측은 밴드의 수익모델이 안정화됐고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서비스의 성장으로 이룬 성과라기 보다는 비용의 통제를 통해 거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캠프모바일이 기동대로서의 역할에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노우’의 성공이다.

캠프모바일이 탄생시킨 동영상 카메라 앱 스노우는 2억 건의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스노우는 사진과 동영상에 스티커나 간단한 메시지를 달아 전송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출시 이후 일본 애플 앱스토어 무료앱 전체 순위에서 75일간 1위를 지키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으며, 한국, 대만, 홍콩 앱스토어에서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했다.

스노우는 지난 8월 인적분할 방식으로 캠프모바일에서 독립했다. 당시 네이버 관계자는 “캠프모바일의 미션에 주어진 미션은 밴드를 글로벌에서 성공시키는 것과 모바일 서비스 인큐베이팅”이라면서 “스노우는 밴드가 성공적으로 인큐베이팅 했으며, 이제는 인큐베이팅 단계를 지났기 때문에 독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모바일이 아니라 AI 시대

모바일 혁명은 마무리 되고 이제 AI(인공지능) 혁명이 일어나는 시기라는 점도 캠프모바일이 다시 본진에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 현재 네이버에 필요한 것은 모바일 플랫폼에 대처하는 민첨성이 아니라 AI 기술력과 서비스다.

네이버가 올초 R&D조직 네이버랩스를 분사하고, 제록스유럽연구소를 인수한 것도 이같은 시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모바일 혁명기가 지나감에 따라 캠프모바일이라는 기동대의 역할이 축소된 셈이다. 기동대 형식이 아닌 본진에 합류해 AI가 가져올 서비스 변화에 대처할 기반을 다지는 역할이 부여됐다.

네이버 측은 캠프모바일을 다시 안으로 불러들이면서 ‘UGC 기술력 강화’를 이유로 들었다. “UGC 서비스의 공통 기술 플랫폼을 구축해, 개발 및 운영의 리소스 효율을 기하고, 추후 이용자들의 서비스 사용 디바이스, 환경 등의 변화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도, 구축된 기술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 기간을 더욱 단축시키고, 기존 서비스들과의 연계도 고려할 수 있어, 다양한 도전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에 출시 예정인 글로벌 UGC 플랫폼의 기술 기반 마련에도 활용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에는 다수의 UGC 플랫폼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카페’와 ‘블로그’이며, 모바일향으로는 ‘밴드’와 ‘포스트’가 있다. 여기에 새로운 UGC를 또 더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글로벌 UGC’를 목표로 한다고 한다.

카페나 블로그, 포스트는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인터넷 포털 ‘네이버’라는 울타리 안에서 있어서 글로벌 진출을 꿈도 못꿨다. 밴드는 글로벌을 꿈꿨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네이버와 캠프모바일에 분산돼 있는 역량을 통합해 글로벌 UGC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생각인듯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캠프모바일 분사를 통해, 밴드, 스노우 등 글로벌 서비스를 성장시킨 성과를 거뒀다면, 이번에는 캠프모바일의 합병이라는 새로운 결단과 과감한 시도로, 조직간의 시너지를 결합하여 새로운 글로벌 도전에 성과를거두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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