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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벽화가가 왜 웹소설 작가가 됐냐고요?”

김주희 작가

웹소설은 서자다. 소설인데, 문학이라 불리지 못한다. 웹에서 연재되는데다 장르 소설이라 주류 문학에선 외면 받는다. 그런데 이 서러운 존재의 성장세가 심상찮다. 지난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2000억 원. 콘텐츠진흥원은 올해 웹소설이 그보다 딱 두배인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4일, 서울 홍대에 위치한 저스툰 사무실에서 ‘우리 베란다에서 만나요(이하 베란다)’를 쓴 김주희 작가를 만났다. 저스툰은 올 상반기 위즈덤하우스미디어그룹이 선보인 웹툰·웹소설 플랫폼이다. 김 작가가 이 공간에서 연재한 베란다의 영상 판권이 최근 드라마 제작사인 FNC애드컬쳐에 팔렸다.

김 작가는 30대 초반에 네이버 베스트도전을 통해 웹소설을 시작했고,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정식 연재를 시작했다. ‘미치도록’ ‘수학특성화중학교’ 같은 인기작을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등에 연재해 팬층을 두텁게 했다. 지금은 강원도 정선에 살면서 집필을 하고 있는데, 가끔 서울 나들이를 온다. 최근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며 과자 한 상자를 들고 웃으며 들어오는 그는, 알고보니 꽤 유명한 벽화 작가기도 했다.

김주희 작가가 저스툰에 연재한 ‘우리 베란다에서 만나요’ 작품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저스툰이 문을 열었을 때 시작부터 함께 한 작가다. 네이버와 카카오페이지 같은 영향력 큰 포털에서 연재하다 신생 플랫폼인 저스툰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작년에 콘텐츠진흥원 원천스토리창작과정에 선정됐다. 멘토로 위즈덤하우스가 매칭됐는데 같이 기획 작업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다른 데로 가면 배신 같았다(웃음). 저스툰의 확실한 장점이 있다. 기존 플랫폼 회사는 기획단계에 이렇게 도움을 준 곳이 없다. 거의 혼자 하다시피 하고, 교정교열 정도만 도움을 받았다. 큰 출판사랑 같이 작업하는게 나한테는 좋은 기회였다.

세 플랫폼의 장단점을 비교하면 어떤가

네이버는 돈이 많이 벌린다(웃음). 정식 연재를 하는 모든 작가들에 월급을 준다. 그리고 미리보기를 통한 수익이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최근엔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플랫폼이라고 들었다. 그렇지만 무료로 풀리는 정식연재보다 오히려 ‘기다리면 무료’가 더 잘 된다. 매일 보다가 못보는 회차가 나오면 사람들이 기다리지 않고 결제를 한다.

저스툰은, 아직 신생 플랫폼이라 독자 수가 많지는 않다. 그런데 그건 시간이 지나 플랫폼으로써 자리를 잡으면 풀릴 문제다. 강점은 피드백이 빠른 거고, 기획 단계에서 조언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

웹소설을 서른두 살에 시작했다. 비교적 늦은 데뷔인데, 그 전엔 무슨 일을 했나

출판사에서 편집자 일을 했다. 그래서 교정교열은 ‘셀프’가 된다. 그때 취미로 벽화를 그렸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유명 벽화가’가 되어 있더라.

무슨 일이 있었나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나온 ‘이화동 날개벽화’가 내가 그린 거다. 기회가 갑자기 확 열렸고, 어느 순간 내가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때 꽤 짭짤하게 벌었다(웃음). 그러다 원래 내가 하고픈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베스트도전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게 승격이 되서 정식연재를 시작했다. 운이 좋은 케이스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은 것 중 하나가 웹소설 작가의 수익이다. 김주희 작가는 비교적 작품이 많이 팔리는 쪽 아닌가

아직 직장생활 수익을 못 따라왔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되게 많이 번건 아니었다(웃음). 내가 다작을 못해서 일년에 한 편 정도 연재한다. 그래서 더 적게 버는 걸수도 있다. 다작하는 사람은 많이 번다.

직장생활과 비교해서, 프리랜서인 웹소설 작가의 삶은 어떤가

아침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지 않는 것만으로도 웹소설이 훨씬 좋다. 그리고 (작가가) 어릴 때 꿈이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쓴 소설이 내가 웹소설 작가를 하며 낸 ‘미치도록’의 원형이다. 그 단편을 갖고 있다가 스물일곱살 쯤에 단행본 분량으로 만들었다. 그때는 제목이 ‘어두운 숲을 지나는 방법’ 이었다. 그 단편을 출판사 40군데 쯤에 돌렸다. 딱 한 군데 연락이 오더라. 그런데 그 분이 로맨스를 넣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일단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웹소설로 연재했다. 그러니까, 그 작품을 한 20년 정도 쓴게 됐다.

처음부터 웹소설을 할 생각은 아니었나보다

처음엔 순문학을 준비했다. 그런데 지금은 플랫폼이 바뀌었으니까, 새로운 플랫폼에서 더 수익이 나고 대중적인 영향력이 크다면, 그렇게 가는게 낫지 않나 싶었다. 순문학은 너무 진입장벽이 높다. 들어갈 수 있는 확률도 너무 낮고.

웹소설은 순문학 입장에선 차별 받는 장르다. 작가 입장에서 그런 차별을 실제로 느끼나

“웹소설도 소설이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차별이 아직도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어차피 같은 소설인데 순문학, 장르, 웹소설로 나누는게. 폄하되는 이유는 인소(인터넷 소설)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웹소설이) 소비재에 가까운 소설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폄하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소설도 읽혀야 하는 존재 아닌가. 그런데 소위 말하는 ‘인소’와 ‘웹소설’이 차이가 있나?

나는 원래 웹소설을 전혀 읽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내 소설이 기존 웹소설과는 다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로맨스가 약하다. 그렇지만 전형성에서는 탈피했다. 기존 웹소설과 다른 궤로 가는 스토리라인이 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 네이버 오픈사전에서는 웹소설을 ‘종이책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연재되는 소설을 일컫는 말’로 정의했다.

웹소설의 특징이 있나

웹소설은 웹, 특히 모바일로 본다는 특징이 있다. 길게 못 쓴다. 그래서 더 가볍고 쉽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이건 사실상 개선되기 어려운 문제다. 점점 짧은 문장과 템포가 요구된다. 순문학이라 불리는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 갈 수밖에 없다.

‘우리 베란다에서 만나요’의 드라마 판권이 ‘FNC애드컬쳐’에 팔렸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저스툰의 도움이 컸다.

김 작가의 경우처럼, 최근엔 웹소설이나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 시나리오로 선호된다

순문학의 특성이 수려한 문장이나 묘사같은 것이라면, 웹소설은 사건 위주로 간다. 모바일의 특성상 속도감이 있다보니 요즘 선호하는 IP에 적합하게 바뀌어 가는 게 아닌가 한다. 최근 웹소설에서 IP로 팔리는 작품이 많이 생긴다.

원하는 배우가 있나

(진짜 빛보다 빠른 속도로) 박보검!

앞으로 다루고 싶은 소재로 ‘젠더 이슈’ ‘한국 설화’ ’30~40대 여성의 삶’을 꼽았다. 이유는?

젠더 관련 소재에 관심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해당 소재에 대한) 피드백을 못 받았다.

어떤 소재인가

세계 최초로 남자를 사랑한 여자 이야기다. 세계관이 조금 크다.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는 어디서 찾나

자다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빨리 뇌가 도는 것 같다. 일어나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또는 순간순간.

연재작 중 하나가 ‘수학특성화중학교’다. 10대가 주인공인데, 작가는 30대이지 않나. 10대의 이야기를 쓰는게 어렵진 않았나. 간극이 있을 것 같은데

‘수학특성화중학교’를 할 때 인터뷰를 진행했었다.나 때랑 별로 다르지 않더라. 언어 표현이 조금 달라진 건 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 때랑 다른 느낌을 못 받았다. 내 중고등학교 시절 이야길 쓰면 되겠구나 했고, 생각보다 어린 친구들이 어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소설에 이상한 문체를 쓸 순 없지 않나(웃음). 다만, 10대들이 자주 가는 사이트에 가서 댓글로 무슨 말을 많이 하나 참고를 많이 하긴 했다.

30~40대 로맨스는 별로 없다. 10대의 사랑 얘기에 공감 못할 30~40대 독자도 꽤 있을텐데. 시장이 없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구매력 있는 독자층 아닌가?

실제로 많지 않은 것 같다. 30~40대 로맨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히려 편집부에서 역으로 준 아이템이라, 고민 중에 있다.

한국 설화와 관련한 이야기는?

불로초, 영생에 관한 이야기다. 시간에 관한 3부작을 쓰고 싶었다. ‘구해줘’가 첫번째로 쓴 이야기고, 이번에 막 연재를 마친 ‘우리 베란다에서 만나요’가 두번째 시리즈다.

구해줘라는 동명의 TV 드라마가 있지 않나. 혹시 그 원작인가

아니다(웃음). 내 소설과 제목이 같고, 또 ‘사이비 종교’라는 비슷한 소재가 있어서 친구들한테 연락 많이 받았다. “야, 네 소설 드라마로 나오는 거 아니냐”라고. 덕분에 미리보기가 많이 늘었다(웃음).

로맨스 말고 다른 장르를 생각하는 게 있나

판타지도 생각하는 게 있다. 아이디어 생기면 폴더 하나씩 만들어 놓고 몇 년씩 축적한다. 생각날 때마다 적다가 시작하는 케이스다.

여자 작가는 로맨스, 남자는 판타지나 무협이라는 안 보이는 경계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가

작가들 사이에선 없다. 여자도 무협을 쓴다. 그런데 독자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다. 여성 작가가 쓴 판타지나 무협을 남성들이 폄하해서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필명을 쓴다. 필명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는 여성 작가도 있고, 로맨스를 쓰는 남성작가도 있다.

정선에 산다. 서울을 떠나 사는 건 어떤가?

사람을 만나거나 유흥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면 만족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좋다. 단점은, 근처에 젊은이가 없다는 거다. 내가 제일 젊다(웃음). 길을 가다보면 어르신들이 “아가씬 여기 왜 있어?”라면서 먹을 것을 주시기도 한다. 근처에 컴퓨터가 우리집 밖에 없어서 동네 반상회 가계부를 입력해달라고 가져다 주시기도 하고. 정말, 아무 예고 없이 집 문을 열고 불쑥불쑥 들어오신다. 처음에는 그런것도 재밌었는데, 로망이 딱 2년 가더라. 지금은 (정선군에 위치한) 아파트로 이사했다(웃음).

웹소설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줄 수 있는 팁이 있나

자기 작품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진입장벽이 낮으니 많은 이들이 몰리는데, 그러다보니 음모론이나, 혹은 서로 헐뜯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가장 생산적일 것 같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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