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새 스마트폰 픽셀2의 의미

구글이 지난 4일 (현지시각) 스마트폰 ‘픽셀2’와 ‘픽셀2XL’, 그리고 이어폰, 카메라, 스피커 등을 함께 내놓았다. 픽셀2는 이전 제품과 마찬가지로 화면 크기에 따라 두 가지 제품으로 나누어 출시된다. 5인치 디스플레이의 ‘픽셀2’와 6인치 ‘픽셀2XL’이다. 두 제품 모두 스냅드래곤 835 프로세서와 4GB 메모리, 64/128GB의 저장공간을 품고 있다. 두 가지 픽셀 2는 모두 OLED 디스플레이를 쓴다. 차이는 화면 크기라고 보면 된다.

두 가지 픽셀, 그리고 액세서리

화면은 단순히 면적 뿐 아니라 비율도 다르다. 픽셀 2가 대각선 길이 5인치에 16:9 비율인 데 비해 픽셀2XL는 6인치에 18:9 비율 화면을 쓴다. 이미 소문으로 돌았던 것처럼 픽셀2XL은 LG전자가 생산하는데, LG전자의 V30과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설계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18:9의 OLED 화면도 V30에서 출발한 것이다.

픽셀2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HTC가 생산한다. 구글이 얼마 전 HTC를 인수하긴 했지만 기업을 인수한 건 아니고 이 픽셀 하드웨어를 개발한 인력 위주로 흡수했기 때문에 HTC를 걱정스럽게 볼 필요는 없다.

IP67 방진방수, USB-C 등은 기본이고, OLED의 특징을 살린 ‘올웨이즈 온(always on)’으로 디스플레이의 일부를 항상 켜서 주요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주변에서 나오는 음악을 자동으로 분석해 제목을 띄워주는 기능도 눈에 띈다. 대기중 전력 소비량이 적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기능이기도 하다.

지난해 픽셀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 중 하나가 카메라였는데, 픽셀 2의 카메라는 화질이 더 좋아졌다. 카메라를 테스트하는 DXO 마크가 이 카메라에 98점을 주었다. 화질 뿐 아니라 손떨림 방지 효과도 좋아서 짐벌을 쓰는 것 같은 효과가 난다.

구글이 꿈꾸는 스마트폰

HTC 스마트폰에 들어간 ‘액티브 엣지’도 픽셀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잡는 듯하다. 옆면을 세게 쥐면 구글 어시스턴트가 작동한다. 움켜쥐는 것으로 전화가 울리는 것을 멈출 수도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픽셀의 전유물이었지만 구글이 이를 서서히 개방하고 있고, 올해 안에 모든 안드로이드로 확대될 계획이다. 다만 픽셀 런처는 여전히 픽셀에만 적용된다. 픽셀2에서는 약간의 개선이 이뤄졌다.

픽셀2는 지난해에도 그랬듯 구글이 바라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최고 환경을 만드는 데에 목적이 있다. 하드웨어적으로 안드로이드를 풀어내는 기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 1년이 지나고 보면 넥서스 시리즈와 비슷한 면도 없지 않지만 구글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원하는 기능들을 하드웨어에 집어넣고 있다. 특히 제조사의 입장보다 안드로이드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는 구글의 시선이 잘 녹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eSIM이다. 픽셀2에는 eSIM이 들어가 있다. 실제 물리적인 SIM카드가 아니라 SIM 정보가 메인보드에 들어가 있다. 나노SIM 슬롯도 있어서 두 가지 통신망에 함께 접속할 수 있다. 이 기능은 구글의 이동통신 서비스인 ‘프로젝트 파이(Project fi)’ 이용자들에게 먼저 개방된다. eSIM은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해 단말기 제조사들이 꾸준히 원하는 요소인데 이동통신사들의 반대로 아직까지는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는 기능이다. 구글은 이를 통해 현지 이동통신사와 프로젝트 파이의 글로벌 로밍 서비스를 결합해 전 세계에서 통신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구글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어폰 단자도 구글의 의도 중 하나로 읽힌다. 픽셀2도 3.5㎜ 이어폰 단자를 지웠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7로 처음 이어폰 단자를 없애 논란이 됐던 바 있다. 이때도 애플은 실제 시장에서 무선으로 음악을 듣는 이들의 비중이 50% 이상이라는 데이터를 근거로 삼았고, 이제는 구매를 가름 지을 정도의 논란이 아니라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는 수순이다.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에서 오디오 전송은 무선으로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글은 안드로이드8.0 오레오에 블루투스 음악 전송을 위해 소니의 고음질 프로파일 LDAC을 기본으로 넣었는데, 이번에는 ‘픽셀 버드(Pixel Buds)’라는 무선 이어폰도 내놓았다.

‘픽셀’ 브랜드의 구체화

픽셀 버드 이야기가 나왔으니 픽셀의 액세서리도 지나칠 수 없다. 구글은 픽셀 2 스마트폰 외에 이어폰인 ‘픽셀 버드’, 카메라인 ‘픽셀 클립스(Pixel Clips)’, 크롬북인 ‘픽셀북(Pixel Book)’을 함께 내놓았다.

구글은 꽤 브랜드 관리를 잘 하는 편이다.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구글은 엄청나게 많은 제품들을 쏟아내고 또 슬그머니 정리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체계적으로 브랜드를 정리한다. ‘픽셀’은 이제 구글의 모바일 기기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간다.

지난해 구글은 ‘구글이 만든 기기’라는 의미의 ‘메이드 바이 구글’을 픽셀의 머릿말로 내세웠던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범위가 넓어졌다. 스마트폰 브랜드가 아니라 ‘구글이 구글 플랫폼을 가장 잘 쓸 수 있도록 직접 만든 하드웨어’ 정도로 의미가 변하고 있다.

한 가지 의미를 더하자면 픽셀은 이제 스마트폰이 아니라 구글의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브랜드로 자리잡는 듯 하다. 픽셀 스마트폰을구글 어시스턴트를 중심으로 꺼내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구글이 내놓은 액세서리들은 모두 구글 어시스턴트에 직접 접속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픽셀버드는 실시간으로 구글 음성 번역 기능을 이용할 수 있고, 픽셀 클립스는 구글의 머신러닝 기반 이미지 분석이 더해지는 카메라다.

구글은 이와 함께 ‘메이드 포 구글’도 언급했다. 필요에 따라 원하는 기기를 만들고, 구글이 이를 인증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드웨어 생태계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여전히 시장은 구글의 하드웨어 시장 진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구글과 안드로이드의 성장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개방에 있었다. 철저히 폐쇄적인 아이폰의 iOS에 대응할 유일한 선택지로서의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안드로이드를 두고 구글과 제조사들 사이의 미묘한 기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글이 원하는 것, 그리고 제조사가 원하는 것이 딱 들어맞을 수는 없다. 일부 서비스, 몇몇 기능은 제조사들이, 혹은 구글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구글은 넥서스로, 또 안드로이드 실버 프로그램 등으로 구글의 하드웨어 설계자로서 역할을 실험하길 원했다. 그리고 그 끝은 픽셀로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전히 구글은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파트너와 생태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스스로가 원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기준을 만드는 것을 피할 수도 없다.

구글이 이런 움직임은 애플과 비교할 수도 있다.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당장의 매출 확대나 시장 점유율의 문제는 절대 아니다. 다만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면서 시너지를 내는 부분을 구글도 무시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레퍼런스 모델로 서피스를 만들다가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도 비슷한 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이제 별개가 아니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깨닫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기자>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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